엄마는 모범생

예순 셋 젊은 엄마와 늙은 딸의 더부살이 (13)

by Sunny Day

엄마는 자기만의 루틴을 확실히 가지고 있다. 특히나 오전에는 더욱 그렇다.


새벽 4-5시 사이에는 일어나서 집안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5시 반 새벽예배를 드리신다. 가족들과 주변의 지인들을 위한 기도를 드리시면 6시 20-30분이 되고 아침 산책 겸 걷기 운동을 나가신다. 집에서 서오릉까지 1.5킬로, 왕복 3킬로를 걸어갔다 오시는데 한 시간에서 한 시간 십분 정도 걸린다. 이후에 아침식사를 하고 차와 과일 한 두조각을 드신 후에는 첫 번째 아침 약을 드시고, 두 시간 후에는 두 번째 약을 드신다. 그 사이 간격에 한 시간 정도, 오전 낮잠을 즐기신다. 이런 오전 루틴을 순서대로 보내셔야 하루가 제대로 시작했다고 생각하시고 뿌듯함을 느끼신다.


사실 엄마는 20년 가까이 새벽에 나가는 일을 하셨고 최근 5년 정도는 신당동에 사시는 이북 출신 할아버지 내외를 돌보는 요양보호사 노릇(노릇이라 함은 자격증 없이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하셨기 때문임)을 하셨는데, 어떤 일을 하셨을 때에도 새벽기상과 기도의 시간은 거의 놓치는 법이 없으셨다. 올해 6월 정기 건강검진을 받고 7월에 간암 판정을 받은 이후에는 소일거리로 하시던 요양보호사 노릇도 그만두시게 되었다. 8월에 병원에 입원하셔서 간의 8구역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고 퇴원하셨는데 퇴원 후에는 집에서 요양하시며 건강 회복에 온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다. 물론 그 정성과 노력에는 가족들의 애씀도 포함되었지만 엄마 본인이 더욱 애쓰고 계셔서 감사하다. 수술과 퇴원 이후 엄마는 더 철저한 루틴을 만들어 본인의 것으로 만들고 계신다.


너무 평범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매일이지만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무척 애쓰시는 엄마의 노력에 어떤 순간에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처음에는 시간에 맞추는 습관을 만드시는 엄마가 안쓰럽기도 하고 조금 쉬셔도 좋겠고 조금 느슨해져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새벽 일찍부터 시작되는 당신의 루틴에 균열이 생기면 다같이 모이는 아침 식사부터 저기압인 엄마의 모습을 보게 되어 속상하기도 했다. 괜히 별 거 아닌 일에 다운되고 딸들에게도 툴툴거리는 말투로 말씀하시는 통에 울적한 기분이 나에게도 옮겨오니 그것도 싫었다. 그런데, 사실 엄마도 눕고 싶을 때도 있고 그냥 건너뛰고 싶을 때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마냥 눕고 싶고 늘어지고 싶을 때에도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던 것은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고 하루를 오롯이 본인의 의지로 살고 싶은 마음이었다.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내 기대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지만 그저 새벽을 깨우고 시간에 맞춰 내 몸 하나 일으켜 세워 움직이는 것 정도는 내가 계획한 대로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맛 볼 수 있다고 생각하셔서 더 열심이셨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 정도라고 하기에는 너무 대단한 일이다. 루틴, 그것도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일이여서 여러 온라인 플랫폼이나 운동을 가르치는 트레이너들 사이에서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매일 수십명, 수백명, 아니 수천명의 사람들이 도전에 도전을 더하며 실패와 성공 사이를 오가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건강하게 만드는 엄마의 습관이 내게도 옮겨왔으면 좋겠다. 작심삼일의 도전을 몇 번이나 거듭해야 할 지 모르지만, 나를 흡족케하는 나만의 하루를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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