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녕]
연극을 보다보면 중간중간 장면이 전환되는 몇십초의 암전이 있다. 비상구와 같은 필수적인 불빛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조명이 꺼지기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유독 반짝이는 것이 있다. 손톱만한 동그란 암전 테이프, 혹은 축광 테이프라고 불리우는 것인데, 무대장치와 동선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일종의 표시다. 암전이 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밤하늘 별자리처럼 촤르르 펼쳐지고 다시 불이 켜지면 금새 사라지곤 한다. 어떤 기사를 읽다보니 연극하는 동네에서는 이를 가리켜 '은하수가 뜬다'고 표현한다고 한다. 그리고 암전이 되는 동안 세트가 바뀌고 배우들이 들어가고 나오고를 해야 하는데 배우가 무대에서 채 빠져나가지 못하는 경우를 가리켜 '바퀴벌레가 되었다'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표현도 재밌지만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는 것도 좋다.
우리끼리 통하는 언어와 표현이 있다는 건 함께 나눈 경험과 시간, 공감대가 쌓여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청소년들을 만나기 시작했던 초년 사회복지사 시절에는 가끔 그들의 언어가 왜 이리 거칠고 험할까 싶고 듣기 거북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 눈높이를 맞추고 청소년들과 친구처럼 어울려 지내다보니 어느덧 나도 그들에게 닮아 있었다. 청소년들이 거칠게 내뱉는 말에서 그들의 마음이 들렸다. 나도 어느새 '이쁘다, 귀엽다, 잘하자' 하는 뜻으로 "이눔의 시키~"라고 말하고 있었다. 자기들을 어색하게 따라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내 마음은 전해졌을거다. '귀여운 시키들, 다들 잘 지내고 있겠지?'
윤하 - 스물다섯 스물하나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해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