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녕]
'굿닥터' 미드의 한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한 여자와 그녀의 남편이 나오는 일화였는데, 여자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일을 떠올려도 정신적인 고통이 검사상 측정되지 않을 정도로 고통에 둔감한, 아니 고통을 모르는 여자로 살아왔다. 유산을 했을 때도 담담하게 넘기는 아내를 보며 애써 고통스러운 마음을 감추는 강한 여자라고만 생각했던 남편은 사실 아내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충격에 빠진다. 그동안 아내가 보였던 강한 모습은 애써 슬프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감추었던 것이 아니라 아예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아내와 함께 나누지 못했다는 것에 허탈감을 느끼는 듯 했다. 자신이 죽게 되었을 때 아내는 슬픈 감정을 느끼기라도 할까 싶은 마음이 들고, 급기야는 배신감을 느껴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어쩌면 좋은 것만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고통은 그 자체로는 아프고 힘든 것이지만, 누군가와 감정을 나누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나의 짐을 누군가 대신 짊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괴롭고 힘들때 함께 울어주고 어깨를 토닥여줄 사람이 있다면, 고통을 이겨낼 힘이 북돋아질 것이다. 철학자 니체가 고통을 살아있는 자의 증거로 삼고 고통을 이겨내는 삶에 대한 깨달음을 보여준 것처럼, 어쩌면 고통은 삶에 대한 몸부림일지도 모르겠다. 잘 살아가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겪는 부대낌을 서로 보듬고 격려하며 한 걸음 나아가는 삶을 기대해본다.
고통을 느낀다면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나누고 견디고 이겨내며 나를 성장시키는 오늘을 만들어가요.
이문세 -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가로수 그늘 아래서면
떠가는 듯 그대 모습
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
아침 찬 바람에 지우지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