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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문학도 Dec 11. 2021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회사

회사원은 언제 은퇴할까

 나이에 따라 세대를 나누는 것은 무척 모호하다. 부르는 용어도 다양하고 기준 나이도 그때그때 변한다. 회사 내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구분은 있다. X세대, Y세대, Z세대다. Y세대는 2000년도쯤 성인이 되었다는 의미에서 밀레니얼 세대라고도 부른다.


 요즘 회사에서 핫하게 주목받는 MZ 세대는 바로 밀레니얼 세대 + Z세대를 뜻한다. Z세대가 신입사원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회사에서는 과장-대리-사원을 차지하고 있다. 생각보다 폭이 넓다.


세대를 나누는 건 사실 그때마다 약간은 다르다. 출처 이투데이


 몇 년 전만 해도 요즘 애들의 상징은 '밀레니얼 세대'였다. 자유롭고 창의적이지만 조직에 대한 헌신이 낮아서 다루기 힘든 세대. 각 회사의 옛 세대들은 '밀레니얼 세대' 이해하기가 필수였다.


 그 전 세대는 어땠을까? 지나치게 자유롭고 개성을 추구하는 X세대들이 문제였다.  TV는 이해할 수 없는 X(미지의 수)가 등장했다고 난리였다. 자기밖에 모르고, 희생을 모르는 글로벌 마인드 인재들. 그들이 바로 지금의 팀장들이다.



 이해할 수 없고, 자유롭고, 조직보다 개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는 단군이래 언제나 20~30대였다. 시대에 상관없이 대리, 사원급은 언제나 자유의 상징이다. MZ세대가 팀장을 맡는 날이 오면 다시 새로운 세대가  상징을 꿰찰 것이다. 밀레니얼이 X세대에게, Z세대가 밀레니얼에게 했듯 말이다.


 하지만 X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근속연수다. 회사 근속 연수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를 그만두는 평균 나이는 50.5세다. 회사원은 소속된 조직 문화에 따라 조금 더 길 수도, 혹은 더 짧은 수도 있다. 노조가 있거나 기술직이면 평균보다 길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정년을 채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자가 24살, 남자가 26살에 입사한다면, 휴직을 빼고 20년 정도 후에는 반자발적으로 회사를 나가게 될 것이다.


 내가 다녔던 회사 역시 임원을 빼면 50대를 찾기가 무척 어려웠다. "우리 회사는 다릅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공기업처럼 몇 년 더 버틸 수 있을 뿐, 50대에 퇴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회사원은 20년짜리 계약직이다


 임원도 계약직이니(임원이 되면 퇴직금을 계산받은 뒤 계약한다) 50세를 넘긴 정규직은 별로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그 이후의 삶이다.


 사회인으로서 50세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다. 아이는 고등학생쯤 되었을 것이고,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15년이 남았으며, 일찍 사업을 시작한 친구들은 한창 바쁠 나이다. 게다가 70년생이면 응답하라1988 세대 아닌가? 가만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신중년(5060) 경력설계 안내서에 따르면 신중년들이 일을 그만두고 싶어 하는 나이는 71세다. 그러니 퇴직을 하고, 회사 밖에서 20년을 더 일하고 싶어 한다는 말이다. 회사에서 20년, 회사 밖에서 20년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66.6%는 두 번째 직업을 얻어 일한다.



 문제는 '어떤 일을 하는가'다.


 내가 신입사원이었을 때, 멘토였던 과장님들이 어느새 40대 팀장이 되었고, 지금은 하나둘씩 퇴직을 하고 있다. 그들은 퇴직 선배(?)인 나에게 종종 연락을 한다. 먼저 그만둔 후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꽤 궁금할 것이다. 공짜밥을 얻어먹으면서 그분들과 독대하고 있으면 묘한 기분이 든다. 무섭고 유능했던 분들이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질 수 없다. 회사 밖에서 그들은 자유와 개성, 저항의 상징인 X세대로 돌아온다.


 그들에게 말해주는 내 레퍼토리는 비슷하다. 회사를 떠난 후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고, 정부지원교육으로 코딩을 배웠으며, 사업계획서를 써서 정부지원금을 좀 받았고, 요즘은 App 개발하고 있다고. 내년엔 위드프레스를 배워 다른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고 말한다.

 그럼 돌아오는 대답도 비슷하다.

 

야, 너는 젊어서 하지. 나는 못하겠다


 "젊다뇨. 저도 곧 마흔이에요.."라는 말은 마음속으로 삼킨다. 그들의 마음은 '난 아직 한창이야'와 '난 나이 먹었어' 사이에서 진자운동을 한다.  왔다 갔다 하는 마음은 '그동안 난 회사에서 뭘 준비한 걸까'라는 자책에서 멈춘다.


 실제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사람들은 상당수 단순 노무 종사자가 된다. 사무직 종사자 및 관리자는 9%가 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약 80%는 30인 이하 기업에서 일한다. 은퇴 전 직업과 관련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은 24.3%에 달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부분 저숙련, 저임금 노동자가 된다는 말이다.


 회사원이라고 다를까? 한동안 회사원들은 경제적 자유를 외쳤다. 주식과 부동산, 가상화폐는 영원히 오를 것 같았다. 하지만 경제적 자유는 모두가 얻을 수 있는 것인가? 투자는 모두가 이기는 게임인가? 경제적 자유를 외치며 강의했던 강사들만 이긴 것 아닌가?




 가여운 나에게 공짜밥을 시주해주신 옛 능력자들과 동료들은 슬슬 자리를 잡아갔다. 아내의 가게를 도와주시는 분, 박사 학위가 있어 중소기업이나 지자체로 강의를 다니는 분, 대부업체에서 부장으로 다시 시작하는 분, 프랜차이즈를 준비하시는 분.. 하지만 상당수는 아직도 방황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나와 밥을 먹는다.


  이는 X세대만의 모습이 아니다. 10년 안에 밀레니얼 세대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다음은 Z세대다. 인정하고 싶지 않고,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고개를 돌리고 유예할 뿐이다. 하지만 알고 있지 않은가? 선배의 미래가 나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다수 비슷한 길을 걷는다는 걸.


 이직자의 현실이 추운 겨울이라면, 퇴직자의 현실은 '왕좌의 게임'의 긴 겨울이다. 나 역시 회사를 그만두고 야인이 되었을 때 기분을 잊을 수 없다. 퇴사가 처음이 아닌데도, 다시 회사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뛰쳐나온 겨울은, 추운데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가지고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차. 빈손이다. 회사에는 우산이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여러분들은 반드시 튼튼한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산을 준비하는 능력이다.





[참고자료: 이데일리 기사]

https://www.etoday.co.kr/news/view/1836406


[참고자료 : 신중년 경력설계 안내서 / 다운로드 링크]

https://www.korea.kr/common/download.do?fileId=1452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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