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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문학도 Dec 13. 2021

70% 회사원의 미래

각자도생의 시대는 끝났어요

 처음 신입사원으로 회사에 들어오면 따뜻한 환대를 받는다. 입사 성적은 존재하지만 줄 세우기는 큰 의미가 없다. 모든 신입사원은 소중하고, CEO부터 인사팀장까지 모두 신입사원에 주목한다. 어느 수준의 신입이 들어왔는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지원하고 합격했는가는 기업의 저력을 보여준다. '대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기업 순위' 상위권에 들어가면 은근슬쩍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입으로는 '우리 회사 힘들고 별론데 왜 좋아하는지 몰라..'라고 하지만 입꼬리를 올라간다.


 신입사원은 아기와 같다. 모두가 아기를 지켜본다. 혹시나 다칠까 걱정이고, 바라보며 옛 어린 시절을 생각한다. 사고를 쳐도 아기고, 잘 모르니까 아기다. 하지만 그 옆에 중학생쯤 된 조카는 이야기가 다르다. 모범생에 공부도 잘하면 집 안의 자랑이 되겠으나, 명절 걱정거리가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나이를 먹을수록 평가는 잔혹해진다. 그 평가의 기반엔 '성과'가 있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회사는 '성과주의'를 경영지침으로 둔다.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성과'에 따라 평가를 받는다. 성과주의는 언뜻 보면 완벽해 보이지만 맹점이 있다.


성과는 측정이 어렵다.


 성과 측정과 관련한 HR 논문과 연구자료는 수 없이 많다. 수 없이 많다는 말은 완벽한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이다. '성과'가 생기면 평가자들에게 그것을 '인정'받고, '보상'이 제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성과'는 혼자 만들어내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애매한 경우도 많다.


 그러니 성과보다 '평가자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우선이 되고, 인정받은 사람들이 '성과'가 있는 것으로 뒤바뀌는 경우가 많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상황이다. 그리고 닭과 달걀 사이에서 '정치'가 생겨난다.


2021년인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승진이 끼게 되면 평가는 더욱 복잡해진다. 수치상 좋은 '성과'를 낸 사람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이 평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정성적인(수치가 아닌) 평가이기 때문에 '인정'이 더욱 중요하다. 게다가 승진은 모두가 할 수 없다. 낙오자가 있어야만 한다. 내 편 만들기에 혈안이 된 사람들은 여기에 입김을 불어넣는다.


 결국 성과주의는 편 가르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고성과자가 있다는 것은 누군가 저성과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저성과자가 한 번 되어보면 깨닫게 될 것이다. 인간이 하는 일은 공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리고 좋은 성과를 받는 일이 상당수 정해져 있다는 것을.


대부분 회사는 과장 이상급부터 인재를 따로 관리한다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평가가 좋은 상위 10~20%의 인재는 고성과자 그룹으로 분류된다. 인사팀은 리스트를 작성하고 내부 공유한다. 고성과자 그룹에는 양질의 교육이 제공된다. 비싼 리더십 진단이나 실전형 교육이 제공된다. 경영자로 키우기 위한 각종 지원도 제공된다.


그나마 있는 혜택도 거의 몰빵이다


 인력 운영에 있어서도 조직의 장이 되는데 우선으로 고려된다. 퇴직이나 이직하지 않도록 공식/비공식적인 상담도 잦다. 인사팀에서 자꾸 연락해 여러분들을 귀찮게 하고 이상한 교육에 계속 들어오라고 한다면. 축하한다. 여러분은 아마 고성과자 그룹에 포함되었을 것이다.


 물론 고성과자 그룹변한다. 하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 인사 업무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A 평가 이상을 받고 고성과자 그룹에 들어간 사람이 갑자기 C등급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만약에 C 성과를 낼만한 인재를 몇 년 동안 A로 평가한 것이라면 조직장과 인사담당자의 실수다. 일을 형편없이 한 것이니 혼나야 한다. 그런 상황은 없어야 한다.


 그러니 고성과자 그룹인 사람들에게는
자격을 증명할 수 있는 양질의 업무가 주어진다.


 고성과자를 데리고 잡 일을 시킨다면 그건 팀장의 리더십 문제다. 인재도 못 알아보는 팀장은 자격이 없다. 결국 고성과자 그룹에 들어간 것만으로 인사팀과 팀장의 케어를 받고, 고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업무를 맡게 된다. 선순환 수레바퀴가 굴러간다. 게다가 인간은 잘한다 잘한다 칭찬을 받으면 더 잘한다. 집 안의 자랑이 된다.


 팀장이나 임원도 고성과자 그룹 중심으로 선발이 되니, 70~80%의 사람들은 이와 관계가 없는 회사생활을 하게 된다.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업무는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아까 말한 '정치'도 관여되어 있다. 잘 나가는 선배들과 일을 하면 해당 '라인'에 들어가게 되고, 그럼 잘 나가는 일을 맡아야 좋은 평가받기가 수월하다. 진흙 속에 꽃 피우는 것은 어렵다.


 '라인'에 속하지 않은 부장들은 5년 차부터는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임원 승진 없이 부장 연차가 쌓여가면 이들은 다른 케어를 받는다. 커리어 전환 프로세스, 직무 전환 체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정리 프로그램의 대상자가 된다.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요직에서 멀어진다는 말이다. 작은 조직으로 빠지거나, 조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보수/유지 업무로 자리를 옳기게 된다. 나쁜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는 지나친 업무와 인색한 평가로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기도 한다. 연봉이 동결, 삭감되는 평가를 받고 버티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우리는 흔히 회사를 사람처럼 지칭하고 평가한다. 하지만 회사라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스템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회사들은 이러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70~80% 직원들에게는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 시스템. 회사 밖에서의 삶은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시스템. 그러면서도 회사에서 청춘의 대부분을 보내야 하는 시스템. 영업도 마케팅도 연구원도 엔지니어도 인사팀도, 모두 시스템의 일부일 뿐이다.


 그러니 다수의 회사원은 회사 밖에서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 누군가는 투자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꿈꿀 수 있고, 누군가는 평생 꿈꾸던 일에 대한 도전을, 누군가는 스타트업을, 누군가는 자신의 가게를 갖길 바랄 것이다. 한 때는 회사 차원에서 퇴직자가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이나, 창업 프로그램을 제공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시스템을 결정하는 이들이 그런 프로그램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더 이상 시스템에 기대지 말고 우리끼리 뭉쳐야 한다. 생각과 정보를 나누고, 경제적 독립을 협력해야 한다. 각자도생의 시대는 끝났다.


  



[참고자료: 잡플래닛 기사]

코로나19 발병 이후 설문조사의 양이 엄청나게 줄어서 2020~2021년 자료 찾기가 쉽지 않네요.

2019년 자료지만 크게 변화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https://www.jobplanet.co.kr/contents/news-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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