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잇문학도 Dec 21. 2021

N잡은 은밀하고 위대하게

능력자가 되고싶어요

퇴근 후에 업무 카톡은 모든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몇 년 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일부 선진국은 이 권리를 법으로 보장했다. 프랑스는 '로그오프법'으로 여가 생활을 보장하고 있고, 독일은 '안티스트레스법'을 시행해 휴식 시간은 명확하게 구분했다. 포르투갈도 법을 워라밸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대 국회에서 법이 발의되었다. 하지만 과잉규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지는 못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과 함께 회사에서는 '업무 후 카톡'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문명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팀장님은 슬며시 "우리 텔레그램 할래?"라고 물어 우리를 당황시켰다. 카톡이 너무 개인적이다면 다른 메신저를 쓰자는 말이었다. 많은 회사들은 법의 취지가 무색하게 '텔레그램'이나 '팀즈', '잔디', '슬렉' 등으로 넘어갔다.


사과하는 것 보니 위로가 된다 @MS Community


 이러한 논의는 '업무 외 시간은 개인의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이제는 누구도 섣불리 야근을 요구하지 않는다. 심지어 주말 출근은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다. 야근이나 주말 출근을 미안한 기색 없이 요구하는 상사는 일제강점기 일본순사만큼이나 욕을 먹는다. 물론 어느 조직이나 친일파보다 더한 인간들이 있긴 하다.


 '회사가 노후를 책임지지 못하는데 퇴근 후 삶까지 희생할 수 없잖아'가 요즘 회사원들의 마음이다. 이에 따라 인사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52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일하기'는 가장 큰 숙제다. 어떻게 조직을 구성할 것인지, 어떤 문화와 분위기를 조성할지, 어떻게 관리 감독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52시간 이외의 시간은 모두 개인시간이라는 점을 회사도 인정하고 있다.


 퇴근 후의 시간과 주말이 온전하게 개인 시간이라면 궁금한 점이 하나 생긴다.

 퇴근 후에 부업을 해도 될까? 월급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은 주말에 일을 해도 될까?

 회사의 대답은 'No'다. 대부분 회사에서 겸업은 징계감이다.

 미래를 책임지지도 않고 돈을 더 주지도 않으면서 회사는 무슨 이유로 겸업을 막는 걸까?


 사실 한국에서 부업은 합법이다.

 회사원의 겸업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즉, 합법이다. 겸업이 문제가 될만한 내용은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에 기록되어 있다. 겸업으로 근로를 불성실하게 할 경우 또는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켜서 불이익을 줄 경우 사규를 통해 회사는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성실의무, 충실의무라고도 한다. 징계의 최고 수위는 권고사직이다.


부업을 10개 해도 법에 접촉되지 않는다

 퇴근 후의 시간과 주말은 우리의 사생활이고, 사생활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회사는 무슨 권리로 겸업을 제지하는 걸까? 이는 회사의 경영권 보장에 기인한다. 회사는 겸직/겸업을 금지할 수 없지만 경영권을 해치는 사유에서는 사내 징계를 내릴 수 있다. 불성실한 근로, 회사 비밀 유포, 이미지 실추 등이다.


 그런데 어딘가 말이 애매하다. 불성실한 근로의 기준은 무엇이고 이미지 실추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 기준은 회사가 정한다. 문제가 되었다는 이유를 회사가 증명해야 한다. 이는 매우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잡으로 피로가 누적되어 업무상 문제를 일으켰다.", "조직의 분위기를 흐려서 업무방해가 되었다." 같은 사유는 언제든 만들어낼 수 있다.


 대부분 회사에서 겸업은 권고사직이나 계약해지의 사유가 된다. S증권 펀드매니저였던 유튜버 '슈카'도 겸업 문제로 중징계를 받을 위기였고, 결국 압박 속에 퇴사를 했다. 행정소송으로 해고나 징계에서 구제받는다고 해도 문제다. 그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까?


 승진, 발령, 평가와 같은 일은 100% 회사의 내부 권한이다. 돌아온 탕아는 여기에서 불이익을 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 징벌은 감히 겸업을 하려고 했던 이들의 선례와 본보기가 된다.


 일만 잘하면 봐줘도 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회사는 쥐 잡듯이 겸업을 금지할까?


겸업하면 회사는 손해를 본다

 손해는 두 종류가 있다.

 첫째, 무엇인가를 잃는 것.

 둘째,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


 겸업을 금지하는 이유는 두 번째 이유가 더 크다. 직원에게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열정과 로열티다. 월급 말고는 돈 나올 주머니가 없어야 직원들은 더욱 열심히 일한다. 겸업을 장려되는 분위기보다 겸업을 신성모독처럼 생각하는 조직이 당연히 더 열정적이다.


 물론 이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하지만 구시대적인 발상이 우리의 업무를 지배하고 있다. 단 한 번이라도 주변 동료에게 열정을 요구한 적 없는 자, 돌을 던져라. 자기 일만 딱 하고 나가는 후배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도 그놈의 '열정' 문제다.


하지만 회사가 변하고 있다

 52시간 제도와 코로나19 세상이 오면서 회사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52시간 제도가 시행되면서 중소기업에 근로하는 교대근무 직원들의 임금이 줄어들었고, 코로나19로 중소기업 정규직들의 고용유지도 어려워졌다. 그러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퇴근 후 겸업에 대해 암묵적인 허용이 시작됐다.


@매일경제


 물론 근무시간에 아프리카TV를 하면서 별풍선을 받거나 사무실에서 유튜브 중계했다가는 회사에서 방출될 것이다. 오직 근무시간 외 소득 활동에 대해서만 큰 문제가 없는 이상 일정 부분 용인이 된다. 어차피 법적인 문제가 없었으니 회사 마음이다.


 우리나라보다 저성장기와 고령화를 먼저 고 있는 일본은 겸업금지 조항을 푼 지 오래다. 오히려 부업과 겸업을 권장한다. 마음만 먹는다면 2개 기업에 종사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다 생산성을 위해서다.

 

  우리나라 회사들도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추세다. 근속연수가 줄고, 연봉 상승 기회가 줄어들수록 회사는 자발적인 퇴직과 추가 소득 활동을 환영할 것이다.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에 이어 일본이 도입한 '조기 퇴근'이나 파트타임 근무 문화가 생겨날지도 모른다. 생산성만 유지된다면 보통의 인재들이 무엇을 하든 회사는 별 관심이 없다.


 이미 회사는 투자 활동에 대해서 완전한 자유를 보장했다. 월급 수준의 월세를 받거나, 큰 투자 수익을 얻었다고 해서 도끼눈을 뜨지 않는다. 투자에 대한 이야기는 회사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 투자 성공으로 더 이상 월급이 필요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를 열정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투자 이야기를 하는 이들에게 "회사에서는 일 이야기만 합시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라고 일침을 내리는 사람들은 옛날 드라마에만 있다.


 노동인구가 줄어들어, 일손이 부족해진 일본처럼 대한민국도 노동/기업문화가 변화할 것이다. 지자체부터 먼저 시작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첫 발걸음을 내딛은 듯 하다.


 투잡에 징계를 내리는 회사는 점점 구식이 되어갈 것이고, 인재들이 멀리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근속연수도 충분히 보장할 수 없는 회사는 직원을 잡아둘 명분이 없다. 자유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더욱 풍부해진다. 회사를 다니면서 독립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참고자료]


https://view.asiae.co.kr/article/2021050715164495667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1/02/154457/

이전 08화 MZ, 왕이 된 세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