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by 마정열


장미, 정열과 사랑의 상징. 장미의 빨간 꽃이 맑은 햇살 아래 빛나고 있다.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하인과 사랑에 빠졌다. 하인은 아침마다 꽃밭에서 꽃을 따서 향수를 만들었는데 그중 향이 가장 좋은 향수 한 방울씩을 모아 여인에게 선물했다.

전쟁이 일어났다. 하인은 전쟁터로 나갔다. 여인은 전쟁터로 나간 연인이 그리워, 연인이 했던 것처럼 향이 가장 좋은 향수 한 방울씩을 모았다. 사랑하는 연인이 돌아오면 사랑의 정표로 그에게 주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해 향수를 모았다.

그러나 연인은 돌아오지 않고, 대신 그의 유해가 여인의 품에 안겼다. 여인은 서럽게 울며 그동안 모았던 향수를 그의 유해 위에 뿌렸다. 그리고 유해에 불을 지르고 여인도 그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불이 꺼지고 그 자리에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장미였다.


5월이 되면 세상은 장미의 축제장이 된다. 집의 담장이며, 아파트의 정원, 거리에 조성해 놓은 소공원에서 장미는 꽃송이를 터뜨려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장미의 향기는 과거로 나를 이끈다. 장미 넝쿨 속에서 환하게 웃는 여인이 보인다. 나는 그 여인과 손을 잡고 대학의 교정을 거닐고 있다. 길은 종로의 도서관까지 이어졌고, 거기에도 장미가 피어있다.

시간이 흐르고 만나기로 한 여인은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그녀에게 주려던 빨간 장미는 어느 사이 하얀 장미로 바뀌었다. 나는 종로에서 길을 잃었다.


지나간 사랑이 그립다. 장미가 만발한 오월에는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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