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아브제이치라는 구두장이가 살고 있었다. 마르틴은 과거 두 자녀를 잃었고, 아내마저 죽고 막내아들 카피토슈카와 셋방살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카피토슈카는 병으로 앓아눕더니 일주일 만에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하나 남은 아들마저 죽자 상심한 마르틴은 한동안 하느님을 원망하며 술로 겨우 버텼지만 마을 노인의 격려를 통해 성경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성경을 읽던 마르틴은 누가복음의 향유를 부은 여인 일화를 읽으며 만약 예수께서 자신에게 온다면 어떻게 대접해야 하는가 생각하고 있는데, 그때 그에게
“마르틴! 내일 길을 보아라. 내가 갈 터이니.”
라는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날 아침, 마르틴은 전날 들었던 음성을 떠올리며 하루 일과를 준비했다. 그날 마르틴은 눈을 치우는 늙은 청소부 스테파니츠가 쉬려는 것을 보고 불러 함께 차를 마셨고, 젖먹이 아기를 안은 얇은 옷만 입은 젊은 아기 엄마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아기를 감쌀 외투를 주었다. 그리고 사과 파는 할머니와 소매치기 소년이 다투는 것을 타일러 화해시켰지만, 정작 오늘 오겠다던 예수는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 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성경을 편 마르틴이 전날 들었던 음성에 대해 떠올리자 그가 오늘 만났던 사람들이 눈앞에 나타나더니,
“마르틴, 너는 나를 못 알아보지 못했느냐?”
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스테파니치가 나오더니,“ 그는 나였다.”
아기 안은 여자가 나오더니 “그것도 나였다.”
할머니와 소년이 함께 빙그레 웃으며 “그것도 나였어.”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마르틴이 펴둔 성경에는 ‘내가 굶주릴 때 너희는 나에게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라할 때 너희는 나에게 마실 물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가 되었을 때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또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으며.......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복음 제25장 40절)’라는 구절이 보였다.
마르틴은 깨달았다. 예수가 마르틴에게로 왔고, 마르틴은 예수를 대접했다는 것을.
(톨스토이,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축약)
예수님이 오셨다.
세상에서 제일 미천한 자들을 구원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다. 가난하고 미천한 자들에게 기적을 행하시고 불의한 세력을 꾸짖었다. 고난 속에서도 사랑을 베풀기를 주저하지 않으시다가 골고다의 언덕길을 걸어 올라 십자가의 형틀에 매어 하늘에 오르셨다.
그러나 그 사랑 어디 변하겠는가? 여전히 세상의 낮은 곳으로 우리를 찾아오고 있다.
예수님이 오셨다.
청계천변의 봉제공장. 나이 어린 여공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고난을 함께했다. 그들을 위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인 전태일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다. 22세 청년의 몸을 태운 불길은 수많은 횃불이 되어 노동자들의 가슴을 태웠고, 그들이 나아갈 길을 밝혀 주었다.
예수님이 오셨다.
성치 않은 몸으로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먹다 남는 밥을 얻어 '의지할 곳도 없고,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밥은 나눠 주신 최귀동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다. 꽃동네를 뒤덮고 있는 꽃으로 예수님은 그곳에 살아계신다.
예수님이 오셨다.
월급 한 푼 받지 않고 40여 년간 나병환자를 돌본 수녀님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나병환자들을 돌보며 그들과 고통을 나누며 치료하기 위해 쏟는 헌신. 노인이 되면서 몸이 약해져 일상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자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수녀님은 40년 넘게 살아온 소록도를 떠났다. 소록도 주민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남기고 떠났다. 예수님이 그러했듯이.
예수님이 오셨다.
하루종일 구걸한 돈을 구세군 모금함에 집어넣는 노숙인의 모습으로, 해마다 동사무소 앞에 쌀과 옷가지를 놓고 떠나는 이름 모를 사람의 모습으로 오셨다.
오늘 하루를 굶지 않기 위해 지하철 입구 차가운 바닥에 앉아 과일을 팔고 있는 할머니.
굽은 허리로 거리의 휴지를 주으며 자신의 몫으로 남겨진 손녀의 저녁을 걱정하는 할아버지.
골판지 조각으로 바람을 막고 신문지 몇 장을 이불 삼아 긴 밤 추위에 ‘내일 아침 해를 볼 수 있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잠을 청하는 노숙인.
이들의 모습으로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다.
성탄절.
예수님이 오셨다.
바람 부는 추운 거리로 나가 예수님을 만나야겠다.
추위에 떠는 거지에게 자신의 망토를 반으로 갈라 나눠준 마르티누스의 마음으로 작은 옷가지 하나라도 벗어 예수님께 드려야겠다.
* 마르티누스 : 로마 제국의 군인, 주교. 갈리아 지방의 군인으로 복무하다가 자신이 믿고 있는 기독교 신앙과 맞지 않는다고 여겨 361년에 제대를 한 후 교회에 몸을 담았다. 371년에 투르의 주교로 임명되었다.
그가 갈리아 지방에서 군인으로 복무할 때 독특한 경험을 했다. 어느 날 아미앵의 성문에 당도한 그는 남루한 옷차림을 한 거지를 보게 되었고, 안타까운 마음에 자신의 소중한 망토를 검으로 잘라 거지에게 주었다. 그날 밤, 곤히 잠들어 있던 마르티누스는 꿈속에서 예수가 자신이 이전에 거지에게 주었던 망토를 두른 채 나타나더니 그의 주변에 몰려 있던 천사들에게 "저 마르티누스는 아직 예비 신자임에도 나에게 이것을 입혀 주었다."라고 말했다. 마르티누스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잘렸던 그의 망토는 완전히 새로 복구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