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귀근(落葉歸根)

by 마정열

나무와의 작별을 앞두고 나뭇잎은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지상에서의 마지막 잔치를 벌인다. 잔치가 절정에 도달하면 나뭇잎은 미련 없이 훌쩍 나부껴 나무와 작별을 고한다. 나뭇잎 덕분에 한해를 온전하게 살아낸 나무도 떠나는 나뭇잎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수고했어. 그리고 정말 고마워. 네 덕분에 이렇게 살 수가 있었어.”

떠나는 나뭇잎도 나무에게 인사를 건넨다.

“아쉬워하지 마! 멀리 가지 않을게. 너의 곁에 있을 거야.”

그렇게 나뭇잎은 떠난다. 비와 바람이 떠날 것을 재촉한다.


추풍낙엽(秋風落葉)

나뭇잎은 바람에 휘날려 떨어진다. 그러나 오해마시라. 낙엽은 애초부터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나뭇잎이 아니다. 언제라도 떨어질 준비가 되어 있는 나뭇잎이다. 오히려 편하게 떨어지도록 도와주는 비와 바람이 고마울 수도 있다.


낙엽귀근(落葉歸根)

나뭇잎이 낙엽이 되어 나무와 이별하였다고 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낙엽은 나무뿌리를 덮어 나무가 겨울에 얼지 않도록 한다. 또 제 몸을 산산조각 내어 나무가 새로운 생명을 싹 틔우는 데 밑거름이 되어 준다.

낙엽은 마지막 순간까지 나무를 위해 제 몸을 희생한다. 그리고 홀연히 떠난다.

고단했을 것이다. 잎은 소임을 다했으니 이제 본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간의 삶이라고 무엇이 다르겠는가?


혜능이 말했다.

“왔으면 반드시 가는 것은 이치상 당연하다. 나의 이 몸뚱이도 반드시 갈 곳이 있다.

대중들이 물었다.

“스승께서 이로부터 떠나시면 조만간 돌아오실 수 있겠습니까?”

혜능이 말했다.

“나뭇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가지만 올 때는 아무런 말이 없다.”(落葉歸根, 來時無口.)

출전 : 육조단경(六祖壇經)


래시무구(來時無口)

자연의 순리대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면 된다. 언제 돌아오겠다고 말할 수도 없거니와 설사 돌아오게 되더라도 혜능이라는 사람으로 오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의 섭리만 알면 된다. 그 이상은 알고 싶지도 않고, 알아야 할 까닭도 없다.


좋은 비, 좋은 바람을 만나 싹이 돋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문제는 꽃이 아름답다고 해서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꽃에 대한 집착마저 놓아야 비로소 진리의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혜능이 마지막까지 제자들에게 당부한 것도 바로 집착에 대한 경계였다.


우리의 삶도 그러해야 하지 않은가?

권세와 물욕에의 집착으로 몰락한 사람들의 추악한 모습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았다.

자연의 섭리대로 자신의 소임을 다하면 그만이지 무슨 집착이 그리 많아 타인의 삶까지 짓밟는가?


사람들은 낙엽을 보면서 인생과 사랑이 덧없다고 시를 쓰고 노래하곤 한다.

그러나 슬퍼 마라.


낙엽은 세상에의 집착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수도승이다.


그 놀랍도록 의연한 태도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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