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혹은 오랑캐꽃이라고 불린다.
제비꽃이라 하면 조동진의 노래가 생각나고, 오랑캐꽃이라 하면 이용악의 시가 생각난다.
제비꽃, <조동진>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는 아주 평화롭고
창 너머 먼 눈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 있고 싶어
오랑캐꽃, <이용악>
─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흠에 살았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태를 드리인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전한다 ─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 건너로 쫓겨갔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 년이 몇백 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너는 돌가마도 털메투리도 모르는 오랑캐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 줄게
울어 보렴 목 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조동진은 ‘제비꽃’에서 한 소녀의 꿈과 시련, 그러고 달관의 과정을 노래하고 있다.
이용악은 ‘오랑캐꽃’에서 이민족의 침입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은 민족의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
두 작품에서 노래하는 바는 다르지만 바탕에 깔린 정서는 유사하게 느껴진다. 애잔함과 연민.
그것은 땅바닥에 가까이 붙어 피어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에서 연상되는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고대 로마에서도 제비꽃은 성실과 겸손을 나타낸다고 하였다. 영어권에서 ‘쪼그라드는 제비꽃(shrinking violet)’이라는 단어는 흔히 '내성적이고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조용한 성격의 사람'을 가리킨다. 내성적인 사람이 위축되는 모습을 제비꽃에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제비꽃이 지천이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사람도 가슴속에는 꿈과 사랑이 불타고 있다. 수많은 좌절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의 꿈과 사랑은 결국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수줍은 제비꽃이 세상의 봄을 화려하게 장식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