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낫이 지나간 풀의 허리
풀은 목숨값으로 향기를 내놓았다.
나는 목숨값으로 무엇을 남길지
문득 궁금해졌다.
낫질을 할 때마다 비릿한 기억이
기포처럼 떠올랐다 터졌다.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기어이 빗방울이 떨어졌다.
2.
꽃과 풀들이 도심의 녹지를 채우고 있다. 꽃과 풀들은 제각기 독특한 향기를 지니고 있다. 식물이 향기를 내뿜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곤충을 끌어들여 번식을 위한 향기. 천적들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향기, 다른 식물들이 주변에서 자라지 못하게 하여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향기.
꽃과 풀만이 향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제각기 다른 향기를 지니고 있다.
‘나의 향기는 어떠할까?’
그 답은 내가 아닌 주변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
어느 날, 부처님이 기사굴산에서 정사(精舍)로 돌아오시다가 길에 떨어져 있는 묵은 종이를 보시고, 비구를 시켜 그것을 줍게 하시고 그것이 어떤 종이냐, 고 물으셨다.
비구는 말했다.
"이것은 향을 쌌던 종이입니다. 향기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다시 가시다가 길에 떨어져 있는 새끼를 보시고, 줍게 하여 그것이 어떤 새끼냐, 고 물으셨다.
제자는 다시 말했다.
“이것은 생선을 꿰었던 것입니다. 비린내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사람은 원래 깨끗하지만, 모두 인연(因緣)을 따라 죄와 복을 부른다. 어진 이를 가까이하면 곧 도덕과 의리가 높아 가고, 어리석은 이를 친구로 하면 곧 재앙(災殃)과 죄가 이른다. 저 종이는 향을 가까이해서 향기가 나고, 저 새끼는 생선을 꿰어 비린내가 나는 것과 같다. 사람은 다 조금씩 물들어 그것을 익히지만 스스로 그렇게 되는 줄 모를 뿐이니라."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쌍서품(雙敍品)]
꽃과 풀의 향기는 타고나는 것이지만, 사람의 향기는 말과 행동에 의해 선택되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람의 향기는 삶의 흔적이다. 그리고 그 향기가 어떠한지 자신은 몰라도 남들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