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사망부곡(思亡父曲) 1

by 마정열

아버지가 죽었다. 도로를 건너려다가 뺑소니차에 치어 그 자리에서 죽었다고 했다.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죽음이었다.


어둠 속에서 벨이 울렸다. 벨이 한참을 울리고서야 잠이 덜 깬 채로 전화기를 들었다. 경찰서였다.

“장석남 씨 댁이죠?”

“네, 그런데 누구시죠?”

“여기 경찰서인데요, 전화받으시는 분은 어떻게 되시죠?”

“딸이에요. 무슨 일인데요?”

“잠깐 서로 나와 주셔야겠습니다.”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제 말만 이어 말하고 전후 사정은 말하지 않았다.

시커먼 새벽길을 달려 경찰서로 갔다. 경찰이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차에 치여 죽었다고 했다. 차량은 도주했고, 수배 중이라고 했다.

울음이 터져 나와야 하는데 가슴이 꽉 막힌 게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하악하악”

거친 숨소리를 토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경찰이 나를 일으켜 의자로 인도했다.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자 비로소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빠, 아빠! 우리 아빠 어디 있어요?”

사색이 된 얼굴로 아버지를 찾았다. 경찰이 앞서고 나는 경찰의 뒤를 따라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 한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위에 흰 천이 덮인 무엇인가가 누워 있었다. 흰 천을 걷어내자 아버지의 잠든 얼굴이 보였다. 얼굴에 상처가 있었지만 흉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냥 잠든 것 같았다. 아버지를 깨우려 다가갔지만 경찰이 나를 제지하였다. 잠든 게 아니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다시 통곡 같은 울음이 터져 나왔다.

영안실을 나오자 창에 새벽의 붉은빛이 어려 있었다. 사무실에서 경찰이 나에게 아버지의 핸드폰을 넘겨주었다. 핸드폰을 작동시키자 환히 웃는 내 얼굴이 배경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눈물이 핸드폰의 화면으로 떨어졌다. 얼룩진 내 얼굴 위로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아버지가 없다는 것 외에는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훌쩍임은 잦아들었지만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 수가 없었다.

넋을 놓은 채 망연히 앉아있는 나를 다독이며 장례 준비를 한 것은 모텔 사장님이었다. 어떻게 연락을 받았는지 사장님은 동이 트자마자 경찰서로 찾아왔다. 그는 경찰서의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며 능숙하게 일을 처리해 나갔다. 아버지의 시신이 장례식장으로 옮겨진 것은 저녁 무렵이었다. 장례식장과 미리 연락이 돼 있었는지 시신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시간에 빈소가 꾸며졌다.

동네 사람들이 한두 명씩 장례식장을 찾았다. 모텔 사장이 빈소 앞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그들은 웃고 있는 아버지의 영정 사진에 절하고, “아이고 장 씨, 이게 뭔 일이여!”를 연발하였다. 나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초점 잃은 눈으로 지켜보았다. 나와 맞절을 마친 그들은 내 손을 잡고 “아이고, 이 어린것을 어쩐다냐!”하고 세상 애처로운 표정으로 내 등을 쓰다듬었다. 이제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자정이 넘자 빈소는 조용해졌다.

“아버지 어디다 모실 거야?”

빈소 벽에 기대고 앉아있는 내 곁으로 모텔 사장이 다가와 물었다.

나는 대답을 않고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그가 내 곁에 앉았다.

“어머니랑 같이 모셔야 하지 않겠니?”

“그래야지요.”

당연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엄마랑 같이 있어야 한다.

“그래 그게 좋겠지. 그래야 세 분을 한꺼번에 볼 수 있으니.”

세 분? 그래 나에게 부모는 세 분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없었다. 아버지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련마는 아무리 떠올려보려고 해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유년 시절, 엄마는 아버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내가 가끔 아버지는 어딨어? 라고 물으면 엄마는 멀리 갔어, 그 말 외에는 하지 않았다. 더 자세히 물으면 엄마가 울 것 같아 묻지 못했다.

아버지 이야기를 들은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그냥 사고로 죽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해 추석, 아버지의 얼굴을 처음 봤다. 봉안당 유리 벽 너머에서 그가 온화한 웃음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무섭고 낯설었다. 아마 봉안당이 처음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나는 엄마랑 둘이 살았다. 엄마는 식당을 운영하였다. 주로 공장 사람들이나 공사장의 인부들이 와서 점심을 해결하는 식당이었다. 엄마는 많이 아팠다. 식당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맨 처음 하는 일이 몸에 파스를 바르는 일이었다. 어느 날은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서는데 엄마가 부엌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피를 토하고 있었다. 나는 너무 무서워 엄마를 붙잡고 엄마 왜 그래, 하며 울었다. 엄마는 엄마 괜찮아, 하고 나를 달랬다.

그래도 엄마는 식당 일을 쉬지 않았다. 우리 집 형편이 엄마가 쉴 만한 형편이 못 된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었다. 엄마는 목숨을 담보로 나를 키우는 것 같았다.

아저씨, 그러니까 지금의 아버지는 식당의 단골손님이었다. 도로 공사를 하는 아저씨는 점심 식사는 물론이고 저녁 식사도 우리 식당에서 해결했다. 도로 공사가 끝나도 아저씨는 떠나지 않고 인근 공장에 취직해서 우리 식당을 계속 이용했다.

엄마의 주위를 돌던 아저씨를 엄마가 받아들였다. 어느 순간 식당의 한구석에서 홀로 밥을 먹던 아저씨가 우리와 같은 밥상에서 밥을 먹는 식구가 되었다. 그때가 내가 중학교 이 학년 때였다. 아저씨는 엄마와 이 년을 같이 살았다. 진짜 짧은 시간이었다.

엄마가 아버지를 받아들인 것은 아무래도 나 때문인 것 같았다. 엄마는 당신의 목숨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알았다. 엄마는 늘 아팠다. 아픔의 강도가 심해지고 종국에는 엄마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엄마는 혼수상태였다. 간혹 정신이 돌아오면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침대 곁에서 나도 따라 울었다. 아저씨도 눈물을 훔쳤다.

“여보.”

가느다란 목소리로 엄마가 아저씨를 불렀다.

아저씨가 엄마의 손을 잡았다.

”당신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뭐요?“

아저씨가 울먹이며 물었다.

”정인이를 잘 부탁해요. 상처받지 않고 다치지 않도록 부탁해요.“

”걱정 말아요. “

아저씨가 힘을 주어 엄마의 손을 잡았다.

”내가 이런 부탁을 하려고 당신을 만났나 봐요.“

엄마가 희미하게 미소를 보였다.

아저씨는 엄마의 미소가 서러워 굵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엄마는 나와 아저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아주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순간의 정적이 지금도 떠오른다. 울음이 터진 것은 의사의 사망선고 직후였다.

아저씨는 엄마와의 약속을 최선을 다해 지켰다. 내 곁에는 항상 아저씨가 있었고, 아저씨는 나의 호위무사였다.

엄마가 돌아가시기까지, 아니 그 이후 한참 동안 나는 아저씨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다. 그러나 나를 지켜주는 사람은 당연히 아버지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였고 어느 순간 아저씨를 아버지라 부르게 되었다.

아버지는 엄마의 유골을 봉안당에 안치했다. 그리고 봉안당으로 엄마를 보러 갈 때면 아버지는 꽃을 두 송이 샀다. 하나는 엄마 앞에, 또 하나는 생부 유골함 앞에 놓았다. 아버지도 생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당연히 엄마가 생부에 대해 이야기했을 것이다. 생부의 얼굴에서 느낀 낯설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엷어졌다. 그렇다고 엄마만큼 간절한 그리움으로 그가 다가오지는 않았다. 생부와는 어떠한 추억도 공유하지 못한 나였다.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포천 소재의 식품 회사에 입사하였다. 회계 업무가 내 담당이었다. 아버지는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회사 생활은 재미있었다. 막내라고 선배들이 나를 챙겨주었다. 공장 직원들도 나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 주었다.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회사의 분위기가 술렁거렸다. 공장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쑥덕이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리고 특히 내가 느낀 것은 나를 대하는 공장 직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살갑게 미소를 보내던 그들이 내가 나타나면 자리를 피하였다.

공장은 멈췄고 공장 직원들은 회사 정문 앞에 모여서 구호를 외쳤다. 파업이었다. 과장은 우리들에게 동요하지 말고 맡은 업무에 충실하라, 고 했다. 다른 직원들은 해마다 으레 겪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나도 그리하리라고 다짐했다. 저들은 공장 노동자고 나는 사무실 직원이니 파업은 저들이 하는 일이라 여겼다. 나는 노조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사무실 직원들은 노조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집에 오면 나는 회사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곧잘 하곤 했다. 아버지는 식탁에 앉아 내 이야기 듣기를 좋아했다. 재잘대는 내 모습이 귀여운 듯 흐뭇한 미소를 띠고 나를 바라보았다.

파업이 한창 진행될 때, 내가 회사 이야기를 하였다. 그들 때문에 회사가 어렵다고 했다. 그날 아버지는 평소와 달랐다. 이야기를 듣는 아버지의 표정이 심각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한가롭게 방에서 핸드폰으로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던 나를 아버지가 찾았다.

“정인아, 뭐 하니?”

“그냥 있어. 왜?”

“아니, 그냥 맥주나 한 잔 할까 해서.”

거실로 나가니 아버지가 벌써 술상을 봐 놓았다. 식탁에 앉아 아버지의 잔에 맥주를 부었다. 탐스러운 거품이 일어났다. 아버지가 나의 잔에 맥주를 부었다. 탐스러운 거품이 일어났다. 잔들이 가벼운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이렇게 둘이 술 마시니 좋다. 엄마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한입에 맥주를 털어 넣고 잔을 내리며 아버지가 말했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해. 나는 지금도 좋아.”

“정인아, 엄마 안 보고 싶니?”

아버지가 빈 잔을 채우며 말했다.

“왜 갑자기 엄마 이야기를 해?”

“이렇게 잘 자란 정인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그렇지.”

나는 미소로 답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아주 많이 보고 싶어,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엄마 생각을 하면 울어버릴 것만 같아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엄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나는 말없이 술잔을 비우며 아버지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아버지는 이말 저말 두서없이 말을 했지만, 거의 다 엄마와 생부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가 아는 이야기도 있었고 처음 듣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도중 엄마는 왜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해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엄마가 되새기기에 너무 아픈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렇게 느껴졌다.


엄마와 생부는 공장에서 만났다. 엄마는 친척이 없었다. 엄마가 보육원 출신이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생부도 기실 비슷했다. 내세울 것 없는 집안에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출신 조건은 사람의 삶을 가혹하게 지배한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와서 공장 생활을 시작한 아버지와 18세에 보육원을 나와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사회생활을 한 엄마는 전자 부품 공장에서 만났다. 모든 것이 부족하였지만, 공장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둘은 삶의 항해를 함께 하기로 하였다.

삶의 조건은 열악했지만, 생부는 강단 있는 사람이었다. 좌절하지 않고 부조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다. 생부는 공장의 노동조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고, 공장이 속한 상급 단체에서도 일하게 되었다. 이때 전국적인 노동운동이 일어났고 생부는 지명수배가 되었다.

엄마도 경찰에게 불려 다니느라고 고초를 겪었다. 엄마는 임신 중이었다. 뱃속에 내가 있었다. 아버지는 몇 개월 후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 엄마의 곁으로 돌아왔다.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경찰은 등산하다 실족하여 사망한 단순 사고사라고 했다. 말도 안 되는 거짓이었지만, 생부의 사망 사건은 그렇게 끝났다.

현실에 대한 분노와 절망에 엄마는 죽고 싶었지만 엄마의 뱃속에는 내가 있었다. 엄마의 생명을 지탱해 준 것은 생부와의 추억과 사랑이었고, 그것이 나였다. 아버지는 엄마가 그렇게 말했다고 내게 들려주었다.


“나도 노동운동이란 게 어떤 것인지 몰라. 허나 사랑하는 네 엄마가 한 일이라면 그건 옳은 일일 게야. 더군다나 네 아버지가 목숨을 바쳐한 일이라면 그건 더욱더 옳은 일일 게야.”

아버지가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 잔에 술을 따랐다. 또르르르. 술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먼 옛날 어느 곳에서 흐르던 눈물 소리 같았다. 나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왔다.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니 그제서야 눈물이 흘러내렸다.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

다음날 공장 앞에 여전히 공장 직원들이 진을 치고 농성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 곁을 스치고 지나쳤다.

“수고하세요.”

아주 조그마한 소리로 말했다. 함성 소리에 묻혀 그들에게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힘내세요.”

다시 한번 조그만 소리로 말했다.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른 여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가벼운 미소를 보냈다. 다시 한번 말했다.

“힘내세요.”

그 여자가 웃음으로 화답해 주었다. 나는 조그만 주먹을 쥐어 그녀에게 내보였다. 나는 꽉 쥔 주먹을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또 다른 아버지를 찾아주었다.


아버지를 찾아준 아버지가 없다는 현실이 가슴을 찢어지게 하였다. 마른 줄 알았던 눈물이 또 나오려 하였다. 모텔 사장이 들썩이는 내 어깨를 토닥였다. 나는 울음을 삼켰다.

“그리고 아버지 휴대폰 있지? 거기에서 마지막에 찍힌 번호로 연락해 봐라.”

“누군데요?”

“나도 잘 몰라. 그런데 연락 한번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나의 힘없는 대답이 끝나고 잠시 괴괴한 침묵이 흘렀다.

“힘내.”

모텔 사장은 나의 손을 꼭 쥐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문객이 돌아간 장례식장은 썰렁했다. 아무도 없었다. 삼켰던 눈물이 기어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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