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Unlock 19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비 Jul 21. 2024

나의 스피치 성장 스토리

퇴근 후 스피치 학원으로 달려가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십 년도 전에 4번 정도 스피치 학원을 다녔던 것 같다. 학원에서는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해 주는 수준이었다. 여러 가지 꿀 팁들을 알려주기는 했지만, 사실 그런 방법 때문에 발표 불안증이나 무대 울렁증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학원이나 책에서 알려준 대로 적용해 보지만 특별히 더 나아지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도움이 없지 않았겠지만 그 속도가 달팽이 기어가듯 너무 더디었다. 학원이라는 곳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람에게만 집중할 없는 시스템이다 보니 느는 속도가 더딘가 싶어 일대일로 스피치 전문가를 모시기도 했다. 일대일 선생님은 오히려 나에게 긴장되는 마음을 걷어내면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 내가 필요한 것이 부분인데 말이다. 지금에게 그것이 방법의 문제라기보다 순간 올라왔던 불안감으로 인해 발생한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마음 상태에 대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무대 울렁증을 극복하기 위한 소소하지만 다양한 노력들을 나름 꾸준하게 했다. 사람들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말하고 표현하고 있는지를 눈으로 보기도 했고, 책을 통해서 방법들을 익히기도 했고, 스피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사람들 앞에서 말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여전히 진전이 눈에 보이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다 후배와 코칭을 하면서 무대 울렁증을 극복하고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후배와 코칭을 하게 된 계기는 사실 무대 울렁증이라는 이슈는 아니었다. 각자 바쁜 일정을 보내면서 만나지 못하던 후배와 오랜만에 저녁을 하게 되었다. 당시 회사에 다니면서 재미가 없던 터라 이런저런 회사 생활에 대한 이야기, 미래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누었다. 후배는 교육 솔루션 회사의 교수로 일하면서 코칭을 배우게 되었고, 시험 준비를 앞두고 있던 시기였다. 즐거운 저녁식사 후 며칠 뒤,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언니, 나랑 코칭해보실래요?" 

내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듣고 마음에 계속 남았던지, 후배는 나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제안을 해주었다. 그렇게 2달가량 8회기의 코칭 계약을 정식으로 맺고, 나는 코칭을 하게 되었다. 워낙 바쁜 일정 탓에 우리는 5번의 코칭으로 마무리를 하게 되었지만, 그 5회기의 시간 동안 내가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수확을 거뒀다. 코칭도 받고, 무대 울렁증 극복이라는 도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처음 코칭을 시작한 날, 코칭 주제를 탐구할 때는 나의 커리어를 어떻게 개발하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주제가 자연스럽게 3가지 정도 나왔다. 

"어떤 것에 집중해서 코칭을 받고 싶으세요?" 

"내게 다 중요한 문제 이긴 하지만, 시간도 그렇고 나에게 당면한 과제는 무대 울렁증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여기에 집중하고 싶어."

후배의 질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자연스럽게 나의 원초적인 과제에 대해 답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코칭을 받는 동안 나는 왜 일대일의 상황이나 소규모의 대화 속에서는 말을 하며 긴장을 하지 않는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때면 어김없이 몸에 힘이 들어가며 목소리가 떨리고 긴장을 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다. 5번의 코칭으로 근본적인 원인을 모두 찾은 것은 물론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방법론을 먼저 찾기 전에 내가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원인을 분석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던 것은 의미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의 맥락도 이해가 되고 그 상황과 맥락 속에서 나에게 맞는 방법이 따로 나올 수 있었다. 일단 내 속의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들을 나의 코치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풀고 나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그것을 해결하고 싶은지를 나 스스로 결정하고 있었다. 코치의 방식을 나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었다.


매 코칭 세션 후, 다음 코칭이 있기 전까지 'Between the session' 때 내가 하겠다고 실행계획을 세웠던 것을 하면서 무대 울렁증을 극복하기 위한 작은 도전으로 작은 성취들을 쌓아가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 실행은 화룡점정이었다. 당시 위즈돔(Wisdom)이라는 성장 커뮤니티 플랫폼이 있었다. 그곳에 '두근두근 이제 Good bye~ 무대 울렁증 극복하기'라는 모임을 3번 개설하여 운영하고 매번 피드백을 받아보기로 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스피치 학원에서 봤던 기억이 났다. 나도 극복하고 싶지만,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렇게 모임을 개설하고 낯선 사람들과 함께 모임 속에서 이야기를 하는 나를 마주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은 나의 고민이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며 격려를 해주었다. 이 일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뭔가 실마리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해보니 되네! 자신감도 다시 얻을 수 있었다. 


이 작은 성취가 나의 시작점이 되었다. 이런 과정들을 겪고 내가 회사의 대표가 되고, 전문코치가 되었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 앞에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강의도 한다. 여전히 긴장감은 있지만 이제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천하의 국민 MC 유재석도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긴장을 한다며 스스로 격려할 줄도 안다. 어떻게 이렇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회피하지 않았다. 하기 싫은 일이기에 회피하고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상황을 최대한 만들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내가 해결하고 싶은 과제를 맞닥뜨려 도전하고 극복했다.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면서! 결국은 한 번에 되는 것은 없다. 어려운 과제일수록 더 그렇다. 회피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접어 두고, 실패로 맷집을 키우고, 작은 성공들로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으면서 앞으로 한 걸음씩 가는 것이 나의 방법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그것이 방법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