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Unlock 07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비 May 22. 2024

선택과 책임, 나의 길을 걷다.

어렵게 떠난 유학에서 나는 '삶의 주도성'을 배우게 되었다. 

"지나온 삶 중에서 다시 돌아간다면 어디로 가고 싶나요?"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과거로 별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꼭 가야 한다면 호주 유학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 거의 예외 없이 이렇게 답한다. 

"어떤 점들이 좋아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라고 다시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내가 모든 것을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이 자유롭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온전하게 내가 나의 삶을 살고 있었던 자유로운 시절이죠!"

대학을 가면서 본격적으로 성인이 되었고, 취업을 하며 나름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진정한 독립'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때는 이 시절이었다. 독립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는데, 나에게 독립이란 공간이 분리되면서부터 정신적 독립을 비로소 했다 느꼈던 것 같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대부분 상의하는 생활이 익숙했지만 이역만리 호주 시드니 땅에서 매번 국제전화를 걸어가면서 의견을 여쭐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 덕분에 이런 것이 진정한 독립이고 자유가 아닐까 싶었다. 내 삶에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된 것! 물론 다시 경제적 독립은 멀어져 가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지만!


어쩌면 나는 '유학'이라는 틀을 통해 '독립'을 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상황에서  나의 미래를 위해 아주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했던 것 중 하나가 '대학원 전공' 선택이었다.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과정까지 긴 시간을 목표로 하고 왔기에 전공 선택은 굉장히 중요한 이슈였다. '일단 떠나고 보자'는 마음에 시드니로 왔지만 유학 준비를 하는 시간부터 나름 어떤 분야로 전공을 선택해야 할지 3가지 정도 추려두었다. 6개월 정도 어학연수를 받는 기간 동안 직접 학교들 알아보고 결정하기로 했었다. 전공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가장 우선에 두었던 것이 미래 전망이었다. 어떤 분야가 나의 커리어에 전망이 좋을까. 그리고 재미있을까만 고려해서 결정하고 싶었다. 


내가 고려했던 전공 세 가지는 관광&호텔경영학, 선물거래 관련 학문, 커뮤니케이션학이었다. 

이탈리아의 나폴리,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인 시드니에 대한 기대였다. 시드니는 훌륭한 관광지로 호텔업이나 관광업이 이미 발달되었고 향후에도 여행이나 관광서비스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기에 나의 첫 번째 선택은 관광&호텔경영학을 전공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고려 대상이었던 선물거래와 관련된 전공은 해보고 싶었던 학문이었다. 아직 우리나라에 선물거래소가 없던 시절이었고, 곧 설립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역시 이 분야도 앞으로 유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99년 부산에 선물거래소가 설립되었는데 만약 전공으로 선택했다면 나는 부산에서 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물거래 관련한 전공에 대한 포기는 빨랐다. 이과적 두뇌가 필요한 전공 같은데, 특히 수학에 대한 두려움이 컸기에 큰 미련 없이 포기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옵션은 학력고사를 잘 봤더라 공부를 했었을 '커뮤니케이션'이었다. 마침 호주가 커뮤니케이션학도 앞서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공을 선택하기 위해 세 가지 옵션을 정리했는데 여기서도 내가 나의 강점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가 보인다. 갤럽 강점의 Top 5 중 첫 번째 테마가 '전략'이다. 전략 테마의 특성은 전략 테마의 특성이 다양한 대안을 탐색하고 시나리오를 짜는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데 나는 이런 사고방식이 너무 자연스럽다. 게다가 미래지향 테마까지 연결이 되어 내 사고의 흐름이 앞으로 어떤 전망이 유망할 것이고 나의 커리어를 이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생각들을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결국 나는 커뮤니케이션 학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도 재미있다. 선물거래 관련한 금융공학은 진작 포기를 했고, 시드니라는 특성상 호텔&관광경영학과에 무게를 더 두고 어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수업 후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티의 법원 관련 빌딩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이때 오페라하우스 근처를 지나서 가게 된다. 이 지역은 특히 고급호텔들이 즐비했다. 여느 여름날, 평소와 다름없이 아르바이트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버스는 길 건너에 호텔들이 보이는 버스 정류소에 정차를 했다. 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맞은편에 호텔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벨보이에게 가 있었다. 불현듯 나는 "왜 내가 저기서 일하려고 하지?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이 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호텔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 호텔을 이용하는 이용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나의 진로를 바꾸어 놓았다. 


그렇게 해서 대학원 과정 전공을 '커뮤니케이션'으로 확정했다. 직관이 나를 그렇게 이끌었고 나는 그 직관을 따라 움직였다. 커뮤니케이션으로 전공을 정하니 그 뒤는 특별히 어려울 것이 없었다. 아는 대학교가 '시드니 대학교' 였기에 그 학교를 가야 하는가 보다 싶었지만, 시드니 대학교에는 내가 가고자 하는 관련 학과가 없었다. 시드니 내 맥콰리 대학교의 Master of Arts 단과에 International Coomunication 석사 과정이 개설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주는 대학의 전반적인 명성보다 해당 전공 분야의 강점과 교육 수준을 더 중요하게 보며 특정 전공에 강점이 있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나도 학교 이름이 낯설었지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전공을 보고 선택한 학교였고,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에 들어가야 할 때 나는 또 한 번 나의 진로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있었는데, 이 때도 나의 강점과 직관을 적극 활용하였다. 그때의 결정이 그 이후의 나의 커리어를 결정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이었다. 그때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의 삶의 길이 떠나갔지만 말이다.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면서 살아왔기에 후회가 없는 것 같다. 내 앞의 문을 열어야 할 때, 주변의 다양한 의견이나 조언 등을 참고하는 것도 꼭 필요하지만 그만큼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도 온전히 집중해 보길 바란다. 삶이 더 풍요롭고 재미있어질 것이다. 

이전 06화 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성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