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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으로부터 위험을 대비함

새로운 생명이 그들에게 오다.

by 랜치 누틴 Apr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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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미스가 둘째를 가졌다는 소식은 라페르 저택에 큰 기쁨을 가져왔다. 아토스는 라울의 동생이 생긴다는 사실에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내내 아내가 둘째를 갖는 것에 부정적이었지만 막상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자 누구보다 기뻐했다.

그녀를 품에 안고 “우리에게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겠어? “라고 속삭이며 세상이 모두 그들의 것인 듯 행복해했다. 그러나 기쁨 뒤에는 불안도 찾아왔다.

자객들의 습격 또는 적들의 위협의 가능성은 언제든 있었다. 아이를 품고 있는 아라미스는 분명히 이전보다 더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이런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둘만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 아토스와 아라미스는 모두 잠든 저택에서 몰래 나와 집 곳곳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로잔 부인에게는 휴식을 취하겠다는 핑계를 댔고, 하인들마저 모두 잠든 밤 시간을 선택했다. 두 사람은 손에 작은 등불만을 들고 조용히 움직였다.

아라미스는 집의 구조를 연구하며 말했다.

“여기, 만약 누군가가 침입한다면 이 복도가 가장 위험해. 너무 좁고, 도망칠 곳이 없어.”

아토스는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아. 대신 이곳에 틈을 만들어서 비상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 여기를 통로로 연결해 두는 거야.”

그들은 저택 지하로 내려가 오래된 와인 저장고를 점검했다. 아토스는 벽을 두드리며 단단한 돌 틈 사이를 살피고 아라미스는 작전 지도를 그리듯 저택의 구조를 메모했다.

“이 저장고는 충분히 두꺼워. 누군가가 쉽게 뚫고 들어오진 못할 거야. 여기가 우리 마지막 방어선이 되겠지,” 아토스가 중얼거리자 아라미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이건 마치 전쟁 준비 같아. 우리 집을 요새로 만들 작정이야?”

아토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우리 가족은 그 어떤 전쟁에서도 내가 지킬 거야.”

그들은 서로의 지혜를 모아 대책을 세웠다. 비상 통로를 만들고, 창문을 보강하고, 외부로 이어지는 모든 문을 이중 잠금으로 바꾸기로 했다. 저택 내부에도 비밀스러운 안전지대를 설정했다. 둘은 하인들조차 모르게 모든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 과정이 끝나기도 전에 일이 터졌다. 어느 날 아침, 아라미스는 정원에서 라울과 함께 놀던 중 갑자기 휘청이며 주저앉았다. 놀란 아토스는 그녀를 안고 방으로 옮겼다. 로잔 부인이 급히 달려와 상태를 살핀 후 진단했다.

“백작 부인께서 과로하신 게 분명해요. 임신 초기에는 절대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이제는 더 조심하셔야 해요.”

로잔 부인의 말에 아토스는 자신을 탓하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아라미스는 그저 미소 지으며 “별일 아니야,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말했지만 창백한 얼굴과 힘없는 목소리는 아토스를 더 괴롭게 만들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아라미스는 침대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며 혼자 생각에 잠겼다. 총사대 시절,  한 손에 칼을 들고 어떤 위협에도 맞섰던 자신을 떠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몸조차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 조금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지......'

그러나 그녀의 곁을 떠난 적 없는 아토스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라미스 지금도 그때도 강했던 건 단지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어. 지금도 넌 충분해.”

그의 위로에 아라미스는 미소를 지었다.


아토스는 창가에 앉아 침대에 누운 아라미스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창백했지만,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렇게 강렬하고 무거운 감정일 줄 몰랐다.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너무나도 진심으로. 그러나 아이가 없었다면 아라미스는 수도원에서 나를 따라오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의 곁이 아닌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기도와 프랑소와의 명복, 그리고 자신이 죽였던 사람들에 대한 속죄로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려 했을 것이다

‘나는 아이를 빌미로 그녀를 붙잡은 걸까?’ 아토스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이들은 축복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그와 아내를  묶어놓은 유일한 끈이라면?

그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아이가 없었더라도 그는 그녀를 찾아 무조건 데려왔을 것이라고.

그는 갑자기 자신이 무섭게 느껴졌다. 이 사랑은 순수한 애정이 아니라 집착에 가까웠다. 총사대에서 16세의 아라미스를 처음 본 순간부터  떠올리지 않는 날은 없었다. 그녀 없이는 자신이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루는 저녁 식사 후 라울이 잠들고 나서 아라미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토스, 우리가 이런 일을 준비할 필요가 없길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

아라미스의 표정은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만약 자객들이 이곳까지 오게 된다면, 당신이 라울과 태어날 아이를 데리고 도망쳐. 난 남아서 싸울게.”

아토스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곧 화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럴 순 없어 아라미스. 넌 나와 함께 있어야 해. 아이들도 엄마가가 필요해. 그런 위험한 상황이라면 나를 남겨두고 네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게 맞아.”

“아토스 난 이미 결정을 내렸어.” 아라미스는 흔들림 없이 말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당신이 가는 게 더 현실적이야. 난 여기에 남아 시간을 끌면서 모두가 안전히 도망칠 수 있도록 할 거야.”

현실적으로는 아라미스의 말이 맞다. 하지만...... 그는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아토스는 전장에 있었을 때  누구보다 냉철했다. 항상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강구했고 때로는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한 사람을 살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 희생의 대상이 자신의 가까운 동료들이었도 마찬가지다. 예외는 없었다.

"아토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

아토스는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숨을 고르고 말했다.

“어림도 없어. 너를 위험 속에 남겨두고 나는 살아남을 수 없어. 그리고 네가 없다면 난 살아갈 가치가 없어. 그러니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

그날 밤, 아토스는 모든 통로와 비밀 공간을 점검하며 만약의 순간에도 가족이 모두 살아남을 수 있도록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초저녁부터 아라미스는 입덧으로 피곤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토스는 아라미스의 잠든 모습을 확인하며 서재로 향해 못다 한 일을 하며 여러 생각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자정이 넘은 시각, 집안의 모든 하인들은 잠이 들었고 아토스 혼자 촛불에 의지하며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다가오는 익숙하지 않은 진동이 느껴졌다. 분명 이 진동은 익숙한 발걸음이 아니다.  

'침입자다.'

침입자는 서재로 향해 오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아토스는 조심스럽게 칼을 빼고 문 앞으로 가서 쥐 죽은 듯 반갑지 않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끝.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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