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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나를 위해 울어주는 음악

Sentimentale by Bolling & Rampal

by 랜치 누틴

인생이 참 더럽다.

험지도 이런 험지가 없다.

달리기라고 한다면 장애물 달리기, 사막이라고 한다면 오아시스 없는 사막.

어찌 내 삶이 이렇게 파란만장한가.


어린 시절과 청소년시기. 그리고 20대를 뺀다고 하더라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30대를 보내고 경제적으로 힘든 40대. 모두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억 소리 나게 잃어버린 돈,

배신과 상처를 주던 사람들,

얼마 전 어머니도 돌아가신 것에도 모자라

얼마 전 의사의 씁쓸한 소리를 들었다. "이제 시술을 합시다!"

시술이 자체가 뭐가 어렵겠냐만은, 하게 된다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정말 두려웠다.

의사는 말했다. "앞으로 뭐를 못하게 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계속 살 수 있을지 없을지를 중요하게 여기세요. 살아남아야만 그 뒤를 볼 수 있는 것이죠!"

한 달간에 곰곰이 생각한 끝에 시술일자를 잡았다.

내 인생은 뭐가 이렇게 어렵나 어려워. 어느 순간 내 마음은 절망의 끝을 달리고 있었다.

상담 심리학을 공부한 덕분인지 다행히 절망의 끝까지 가지는 않는다. 심리학을 공부하며 얻은 것이 있지 않은가.

나의 고통과 나를 분리하자.

나는 지금 힘들다. 당연히 그럴 수 있음을 인정하자.

나의 슬픔에 거리를 두고 객관화 하며 바라보자.


다행히도 슬픔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가 내 자신을 공격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생각이 딱 멈춰졌다.

슬픔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그렇다고 울음을 참는다는 말이 아니다.


청소년기와 20대를 거치며 힘들 때 듣던 음악이 있다.

Bolling-Rampal "Sentimentale"

90년대 초 중반 새벽 1시에 방송했던 전영혁의 음악세계에서 이 음악을 처음 접했다. 이곡을 처음 듣는 순간부터 내 가슴 한편을 아리게 했던 것 같다.

정말 슬픈 일이 있을 때, 너무나 울고 싶을 때 이 음악을 들으면 숨겨왔던 내 감정이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그 모습이 결코 부끄럽지 않았다. 그렇게 음악을 들으며 실컷 울고 나면 속이 한결 시원해졌다.


1. Bolling-Rampal "Sentimentale"

출처 : Youtube - Denis T.B.


Sentimentale은 <Bolling Suite for Flute and Jazz Piano Trio> 라는 음반의 2번째 곡으로 수록되어있다.

프랑스 출신 클로드 볼링과 장 피에르 람팔의 크로스오버 혹은 재즈 음반이다.

장 피에르 람팔(1922~2000)은 프랑스에서 최고로 불리던 정통 클래식 플루티스트이며 지휘자로도 활동했다고 한다. 피아니스트 클로드 볼링(1930~2020)은 모든 음반의 작곡과 프로듀싱을 소화했다.

이 음반은 재즈를 베이스로 접근을 했지만 클래식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다.

1975년에 발매되어 빌보드 크로스오버차트에 가장 오랫동안(10년) 순위에 있어서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있다. 소문일지는 모르지만.......

음반 제킷이 정말 대단한데,

무려 피아노와 플루트의 베드신이다.

피아노가 여자인 것 같고 플루트가 남자 같다. 피아노는 울고 있고 플루트는 담배를 피우며 한숨을 쉬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현자 타임"을 정확히 표현한 그림이라고 해야 할까? 70년대 이런 파격적이고 해학적인 제킷을 그려내다니 정말로 놀랍다.

클로드 볼링과 람팔이 함께 한 다른 음반 제킷도 비슷하다. 플루트와 피아노, 기타 그리고 콘트라베이스가 사람처럼 재미있게 묘사되어있다.


이 음반에는 'Sentimentale' 말고도 유명한 트랙이 많다.


2. Baroque and blue

광고에 나오기 때문에 이 곡 인트로를 모르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없을 것으로 본다.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끝까지 들어본 사람도 거의 없지 않을까.

출처 : Youtube-Ricard Palma Adsuar


3. Irlandaise (아일랜드 여자)

정말 인기 있는 곡이다. 중반부의 피아노 솔로와 앤딩 부분의 플루트 연주가 정말 좋다.

출처 : Youtube 굿인터내셔널


이 세곡만 들어도 이 음반의 가치는 다 보여준 것이 아닐까.

지금은 고인이 된 Claude Bolling. 2009년 9월 18일에 한국 구로 아트벨리에서 내한공연을 했었다.

볼링의 명성에 비해 너무 작은 공연장이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공연 1부는 피아노와 7인조 브라스 빅 밴드로 구성된 초기 Jazz, Rag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했다.

공연 2부는 기다리고 기다렸던 <Suite For Flute and Jazz Piano Trio>의 대표곡 4곡을 연주했다.

이미 고인이 되신 Rampal이 없는 자리에 다른 국내 플루트 연주자가 출연을 했고 정규 음반 못지않은 상당한 연주를 보여주었다.

당시 Claude Bolling은 80이 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피아노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엄청난 실력과 열정을 보여주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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