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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2025년 4월 4일 11시 22분을 기억하며.

by 랜치 누틴

정치이야기와 종교이야기는 금지입니다?

저는 사람들과 정치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하고 오히려 피하려 합니다?

종교 이야기는 더할 나위가 없고요.

누군가 이렇게 말합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무조건 이렇게 자기를 소개한다면서요.

"저는 정치는 중도이고 종교는 무교입니다. "

사회생활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스타일이지만 어쩐지 인간미가 없어 보입니다.


저요?

저도 일상생활에서 정치, 종교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저는 종교적 신념과 정치적 신념이 아주 강한 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잘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정치나 종교에 대한 신념이 확실하다는 것은 그만큼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싸움을 벌이기도 쉽다는 것이겠지요.

물론 저도 20대 때는 불타는 청춘이었음을 인정합니다. 시위장도 같이 끌려 다녔습니다. 종교시설도 불교, 기독교, 천주교 할 것 없이 끌려(?) 다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얻은 교훈이 있습니다. 한쪽에 너무 몰입되어 있는 사람들은 깊고 넓게 볼 수 없다는 것을요.

그래서 30대 중반 이후로는 제 생각을 가슴 한편에 꾹꾹 담아놓고 잘 말하지 않습니다. 생각이 넘치려고 하면 다시 또 꾹꾹 눌러 놓습니다. 그러다가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튀어나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1. 허클베리핀의 빗소리

작년 11월 첫 시위에 참석했습니다.

정당에서 주최하는 시위라 국민의례부터 별 시답지 않은 요원들이 나와 인사하고 시위의 주제를 이야기 말하는 데 까지 가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그때 주제는 국정 농단이었습니다.

사회자는 시위의 열기를 올리기 위해 한 밴드를 소개합니다.

https://youtu.be/RRAnSX9rOhw?si=_9A4SJDpj7I1NMQN

출처 Youtube - 허클베리핀 정식 사이트


영원한 톰 소여의 친구 허클베리핀은 '빗소리'를 불렀습니다.

<1세대 인디 밴드로 불리는 허클베리핀의 공연은 처음 보는 것이었지요. 제 지인 중 한 명이 허클베리핀을 상당히 좋아했습니다. 저는 농담으로 이야기했지요. "허클베리핀의 팬 클럽 이름은 무조건 '톰소여'로 해야 한다고." >

물론 제 말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허클베리핀은 상당히 밀도 있는 연주를 보여주었습니다. 시위의 분위기를 띄우는대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2.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2007년에 발표된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노래입니다.

당시 한국은 "텔미" 열풍이었죠. 소녀시대는 원더걸스 보다 인기가 높지 않았습니다. 원더걸스아 하락하고 나서는 소녀시대가 한국 최고의 아이돌 걸그룹이 되었습니다.

당시 발표한 "다시 만난 세계" 이곡이 역주행에 역주행이 되었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을까요.

12월 14일 광화문을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이곡이 나온 시기에 10대였던 청소년들이 17년이 지나서 이번 시위의 주 연령층이 20대 후반 30대 초 중반이라고 생각을 해 보면. 청춘에서 기성시대로 한 발을 건너려 할 때 마주한 큰 사건. 자유에 대한 부족함 없이 자란 세대가 처음 겪은 자유를 잃을 것 같다는 커다란 공포에서 나약하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무엇인가 지켜낸 성취감을 이루어 냈습니다. 이를 표현한 노래가 아닌가 싶습니다.

https://youtu.be/0k2Zzkw_-0I?si=skGWo8niV4gqqQXF

함께하면 무섭지 않아!!



3. 데이시스 -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주문 발표와 함께, 안국역 주위를 울려 퍼지게 했던 데이시스의 "한 페이가 될 수 있게" 요즘 듣는 노래 중 상당히 좋아하는 곡인데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하는 곡이 되었습니다.

이 곡도 역주행 되겠지요?

https://youtu.be/vnS_jn2uibs?si=kiLYqGBw-4EwO_5T

출처 : 유튜브 - JYP Entertainment

2019년에 발표된 곡이다. 요즘 트렌드에 맞는 상큼한 보컬 목소리. 악기 구성도 정말 훌륭한 곡입니다.

가사 첫대목이 흘러가는 순간 나도 무릎을 치며 광장에서 이 곡을 선택한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쓴 그들은 자신의 자유를 찾기 위해 열정을 불태웠다.

결국 인간은 '자유'를 갈망하게 된다. 80년대 말 사회주의가 무너진 것은 바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 것에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개인주의가 강한 요즘 세대들에게 자유를 구속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공포이겠는가.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모두 다 환호를 하는 기쁜 광장에 나온 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따지고 보면 "젊은 그대"(김수철) "아침 이슬"(양희은 또는 김민기) "그대에게" (무한궤도)를 보아도 그 곡이 시위(혹은 데모) 불렸을 때는 다 곡이 나오고 얼마 흐르지 않았을 때였죠. 시위 현장에서. 광장의 순간에서 젊은 세대들이 굳이 예전의 "아침 이슬"을 부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불편한 "임을 위한 행진곡" 일 수 도 있습니다.

온 국민이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기쁨을 누리는 순간까지 어둡고 혁명적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데이시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가사를 음미해 봅니다.


솔직히 말할게

많이 기다려 왔어

너도 그랬을 거라 믿어

오늘이 오길

매일같이 달력을 보면서


솔직히 나에게도

지금 이 순간은

꿈만 같아 너와 함께라

오늘을 위해

꽤 많은 걸 준비해 봤어

All about you and I


다른 건 다 제쳐 두고

Now come with me

Take my hand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함께 써내려 가자

너와의 추억들로

가득 채울래

Come on


아무 걱정도 하지는 마

나에게 다 맡겨 봐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넘겨볼 수 있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This is our page

Our page


솔직히 말할게

지금이 오기까지

마냥 순탄하진 않았지

오늘이 오길

나도 목 빠져라 기다렸어

솔직히 나보다도

네가 몇 배는 더

힘들었을 거라고 믿어

오늘을 위해

그저 견뎌줘서 고마워

All about you and I

다른 건 다 제쳐 두고

Now come with me

Take my hand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함께 써내려 가자

너와의 추억들로

가득 채울래

Come on

아무 걱정도 하지는 마

나에게 다 맡겨 봐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넘겨볼 수 있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Want you to

Come on out and have fun

Want us to

Have the time of our life

Oh

너와의 추억들로

가득 채울래

Come on

아무 걱정도 하지는 마

나에게 다 맡겨 봐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넘겨볼 수 있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This is our page

Our page



사실 나도 오늘이 오길 기다렸어.

아마도 우리 모두를 위한 노래가 아닌가 싶다.

역사의 한 순간을 쓴다.

그러나 하나의 페이지를 넘겼을 뿐 앞으로 갈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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