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왜 이리 더디게 오는지.
올해 봄이 너무 늦게 온다.
흔히 봄이라고 한다면.
따뜻한 날씨, 산들산들 바람, 여기저기 피는 꽃내음, 맑은 하늘을 생각하게 되는데.
요즘의 날씨는 우리가 생각하는 '봄'의 이미지와는 영 딴판이다.
아침 날씨는 영하권을 넘나들고 있으며 태풍급 강풍에 꽃내음 대신 산불의 타는 내음이 코를 찌르고 하늘에는 황사와 미세먼지로 가득하다. 따스한 햇살 대신 자외선이 높은 따가운 햇빛이 눈을 부시게 한다.
경제도 어렵고 마음까지 차가운 요즘 날씨까지도 도와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따뜻한 봄을 꿈꾸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오겠지.
1.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F장조, OP.24
봄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곡이기도 하다. 이곡이 너무 좋아서 바이올린을 배우려고 했었다. 언젠가 이곡을 완주하는 날이 있겠지 하면서. 바이올린도 덜컥 구입했는데 반년을 배우고 그만두었다. 피아노를 칠 시간도 없는데 거기에 바이올린까지 하면 나의 체력 한도가 초과될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곡이 나올 때면 바이올린을 멋들어지게 연주하는 나를 빙긋 웃으며 상상하게 된다.
곡 구성은 제시부에 바이올린이 앞서 이곡의 주제를 연주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 피아노가 주제를 되풀이하며 연주하고 바이올린은 반주를 한다. 이곡은 베토벤에게 자주 보이는 특징인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바이올린 소나타라고 하지만 바이올린-피아노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쭉 이어진다. 발전부가 지나 봄의 돌풍이 불어와 멎는 순간 시작되는 재현부에서는 피아노가 앞으로 튀어나와 주제를 연주하며 연주를 시작한다.
봄 소나타의 경우 피아노 연주자는 반주자가 아니라 바이올린 연주자와 거의 동일한 대접을 받곤 한다.
Wolfgang Schneiderhan(볼프강 슈나이더한) (violin)
Wilhelm Kempff (piano)
바이올린의 볼프강 슈나이더한은 빈 국립음악원 교수이며 빈 교향악단 수석연주자 출신이라고 한다.
바이올린 연주자는 잘 모르겠는데 피아노는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빌헬름 캠프가 연주해서 인상적이다.
2. 루시(LUCY)의 <개화>
수년 전 <슈퍼밴드> 오디션 프로에 나와 준우승을 거머쥔 밴드 루시의 봄노래다.
바이올린을 전면에 내세워 다른 밴드의 음악과는 차별화를 보여주는 루시. 오디션 때는 오히려 바이올린 때문에 음악의 확장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평가를 들었다고 했다.
음악을 잘 모르는 소리지. 해외 락밴드를 보면 바이올린을 전면에 세우는 밴드가 적지 않은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평범한 락 발라드가 될 수도 있는 곡을 일렉기타 대산 바이올린 솔로를 집어넣음으로써 곡을 화려하게 만들었다. 신예찬의 바이올린 솜씨도 칭찬할 수밖에 없는데 처음 곡만 들었을 때는 전자바이올린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음색이 화려하고 유연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라이브에서도 스튜디오 못지않은 연주를 보여주는 것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기타리스트가 메인 보컬리스트다 보니 솔로는 바이올린이 거의 맡을 수밖에. 그리고 밴드 리더도 신예찬이다.
그래 꽃 좀 펴라. 꽃 좀 피어봐.
3.Wouter Hamel - March, April, May
이곡은 바운트 하멜의 3,4,5월. 곡 제목이 이 정도면 제목이 반칙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순도 100%의 봄노래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하멜 표류기의 '하멜'과 같은 성이 맞습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 것 같은 목소리. '그래 봄은 이게 맞지.'
벌써 10년이 넘은 모습. 미소년이었던 바운트 하멜은 위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1. Simon & Garfunkel - April Comes She Will
약 2분 정도 되는 짧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 담고 있는 곡이다.
3 핑거 어쿠스틱 기타의 단순한 반주이지만 목소리가 깊고 가사의 상징 때문이라도 전혀 가볍지 않다.
시간이 가고 계절이 가며 사라지는 슬픔을 최대한 참고 있는 목소리에 살짝 전율이 돈다.
아래 영상은 사이먼 앤 가펑클의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공연한 라이브 영상이다.
역시 아트 가펑클의 목소리는 마음의 위안을 준다.
1. 아스트로 피아졸라(Astor Piazzolla) -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봄 <피아노 트리오>
아르헨티나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사계 중 '봄'이다.
이렇게 차갑고 처절한 봄이라니. 남반부의 봄은 과연 어떻길해 이렇게 처참한 봄을 그렸을까.
피아노 트리오 밴드인 Primavera Portena의 연주이다.
현악기의 강렬한 터치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세찬 봄바람과 마주하는 느낌이다.
소개한 봄노래 중 가장 처절한 곡이다. 왜 이리도 아픈 봄일까. 피아졸라에게 봄이 뭐길래.
그러나 그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
고통 속에 희망의 불씨를 떠오르게 하는 곡. 이제 그 봄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