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전하다"

복학생, 광고에 미치다.

by 도드리

1. 그렇게 첫 도전에 실패하고 난 뒤, 난 독기를 품고..


열심히 랩을 했다.


그리고 학교 가요제에서 상을 탔고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끽하며 신촌에서 기차놀이를 했고

소개팅을 했고

차였다.


그리고 군대에 갔다.



2. 복학생 아저씨가 되고 난 뒤에 다시 시작됐다.


기초부터 다질 필요가 있었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 아이디어를 체계화시킬 줄 아는 능력,

상품 광고 속에 녹여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그 아이디어는 손 안에서 흘러 빠져나가는 물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 때까지의 나는 물을 담을 그릇이 없었던 것이다.


<광고학 개론> 수업은 스팀팩 주사와도 같았다.


(물론 스팀팩처럼 1회성은 아니었지만)나를 엄청나게 성장시킨 계기가 되었다.


수업에 큰 흥미를 갖고 열중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단 한 학기 단 하나의 수업이 지금까지도 모두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그 때 내가 이해한 IMC는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는 7년차 직장인인 현재의 내가 이해하는 수준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론'이라는 무기를 갖췄으니 이제는 실전에 나서야 할 차례였다.



3. <광고 실습> 의를 신청했다.


교수는, 현직 유명 광고대행사 CD이자 나의 선배였다.

그야말로 내 눈에는 롤모델이나 다름 없었다.


한 학기 동안 총 4개의 과제를 하는 것이었는데,

인쇄 광고, 라디오 광고, TV 광고, BTL 광고를 각각 1개씩 만들어 와야 했다.


BTL을 제외하고는 실제 광고 공모전의 과제를 가지고 출품까지 하도록 했다.

수상을 하게 되면 무조건 A+.


3~40명 정도가 수강했는데, 우리 중에 공모전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수업 시간마다 교수님의 칼날 같은 비판과 독설만이 계속 나왔다.


이승철이 <슈스케>에서 심사하는 모양새와 비슷하다고 하면 괜찮은 표현일 것 같다.


"이거 혹시 누가 했죠?"

(혹시 잘해서?)설렘 가득 안고 손을 드는 학생에게는 여지 없이 폭풍 공격이 들어갔다. 이것도 아이디어라고 가져왔냐..

차라리, 혼이 나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어떤 건 no comment로 ".......다음" 이었으니까.



4. 이 수업은 한 학기 내내 정말 살벌한 분위기였는데


나는 너무 재미있어 견딜 수가 없었다. 수업이 끝나면 다음 수업이 기다려졌다.


자신감도 붙기 시작했다.


첫 과제로 금호타이어 인쇄 광고 과제를 했을 때는 그저 그런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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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제출했던 금호타이어 ECSTA 인쇄광고. 포토샵이 미숙하여 디자인이 매우 허접하다>



금호타이어의 신상품 브랜드였던 ECSTA는 아로마 향을 첨가하여 타이어에서 향기가 나며

부드러운 주행 성능에 초점을 둔 제품이었다.


나는 ECSTA를 이용하여 주행을 하면서, 마치 헤드폰을 끼고 좋은 음악을 들을 때의 느끼는 편안함을 느끼는 유저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으나 실패)


그런데 왜 자신감이 붙었는가.


이 공모전에서 TV 광고 부문 대상을 차지한 작품이 내가 아이디어를 내서 그려봤던 것과 거의 99% 일치했다.

나는 스스로 그 아이디어를 cut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우연찮게 같은 아이디어를 낸 학생들이)대상 수상을 한 것이다.


아쉬움 + 안타까움 + 게으름에 대한 후회가 사무치게 올라왔지만,


'내가 냈으면 둘 다 떨어졌을테니, 너희들이 대상 탔으면 됐다'하고는 개쿨하게 넘겨 버렸다.


그리고 BTL 광고 과제를 하기 전까지 TV 광고와 라디오 광고 과제를 제출했는데,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교수님으로부터 큰 칭찬을 받았다.


라디오 광고는 스크립트로 1편만 써오라고 했으나,

나는 2편에 직접 성대모사 능력을 발휘하여 녹음한 음성 파일을 제출했다.


신랄한 평가 속에 우수수 낙엽들이 떨어지다가 갑자기 낙엽들 사이로 한 송이의 예쁜 꽃이 피어 나오듯

교수님과 학우들은 빵 터졌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고,

나는 칭찬과 함께 '성우'라는 직업을 권유 받았다. 광고쟁이 대신..


민망함을 무릅 쓰고 기록으로 남겨 본다.


https://youtu.be/bqhsyasdpNg?feature=shared


https://youtu.be/LHeQKq8dxXw?feature=shared


오글거림은 내 몫이 아니다.


듣는 사람들의 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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