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버린 이상 이제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조개찜 너로 정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불렀고 그들이 모일 장소가 필요했다. 그래서 2년 전쯤에 갔던 조개찜 잘하는 곳으로 친구들을 소환하였다.
회사 회식을 종종 하던 곳이었다. 친구들에게는 성인 남자 네 명 이서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이니 점심을 굶고 와도 좋다고 입질까지 해 놓았다.
제시간에 도착을 하니 예약을 해놓았던 터라 테이블에서는 큰 사각 뚜껑에 닫힌 채 조개가 팔팔 익혀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당 아주머니가 뚜껑을 열어 주었다.
응? 응? 응?
이게 뭘까. 조개 옆에서 웬 닭이 꽈리를 틀고 누워 있는 게 아닌가. 조개찜에 닭이라니 예상치 못한 조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예약한 것은 조개찜 4 인상이었는데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아 식당 아주머니를 불러 이게 웬 닭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이런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해 오히려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판지 2년이나 됐다'라고 하였다.
조개를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해 닭을 넣었다고는 하는데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에 의하면 조개 원가가 올라서 조개량을 줄이고 닭을 넣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전에는 전복이 있었는데 그것마저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예전부터 친구들에게 맛집이라고 해서 데려가면 하필 그날 맛이 이상한 그런 날이 있었다. 이번에도 입이 방정이었을까?
하도 궁금하여 검색을 해보니 최근의 후기에 닭이 들어간 조개찜 사진을 발견하였다. 2022년에 작성된 글이니 오늘만 실수로 나온 조개찜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 후기를 쓴 작성자에게는 이 조개찜이 최고의 조개찜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이전에 맛보았던 나로서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다. 그 이전의 푸짐한 그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2년 전에 방문했던 모든 이들이라면 분명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버린 이상 이제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한번 가격을 올려놓거나 아니면 그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질을 떨어뜨린 사람들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경우를 자본주의 시장에서 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만 그 이전의 조개찜을 기억할 뿐 초대한 친구들은 이 조개찜이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그 친구들은 너무도 맛있게 바닥까지 다 먹었다.
후식으로 칼국수 면을 시키면 또 그게 별미긴 했으나 작전상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 차가 주차된 건물의 주차권이 필요해서 그 건물에서 2차를 해야만 했다. 설마 2차로 간 치킨 집에서도 치킨에 조개 조합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근데 남자 둘 여자 둘이었는데 1차에서 4인상 조개찜, 2차에서 치킨에 먹태까지 다 먹어 치우다니. 넷 중에 소리 없이 다 먹어 치운 식신은 대체 누구였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