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접지몽 Oct 24. 2023

나는 나를 사랑하는가

오랜만에 아들과 목욕을 하는 중이었다.


" 아빠. 아빠는 아빠를 사랑해?"


나는 아이가 잘못 말한건가 싶어서 다시 물었다


" 뭐라구?"

" 아빠는 아빠를 사랑하냐고?"


4살짜리 아이의 질문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이가 물어보는게 내가 잘 모르는거면, 찾아보고 나중에라도 꼭 대답을 해주곤 했는데, 이 질문은 내가 나의 마음속을 찾아보고 그 결론을 내야 하는 것이라 어려웠다. 내가 나 스스로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는가? 짧은 시간에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지만, 가슴속에 무언가 막혀버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 음... 아빠는 잘 모르겠네. 우리 현이는 현이 스스로를 사랑해?"

" 응 그럼"


아이는 막힘없이 이야기한다. 4살짜리 아이가 뭔지도 모르고 하는 질문일수도 있지만, 아이는 고민없이 바로 자기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4살짜리 아이와 43살짜리 나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것일까? 그리고, 아이가 나처럼 43세가 되었을때도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이 며칠동안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해 주겠는가. 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내가 나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와이프가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고, 아이가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 사업을 함께하는 동료들이 나를 좋게 봐주고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고, 나에게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훌륭한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다. 무엇인가 뒤집혔다. 앞과 뒤가 말이다.


내가 나를 좋아하는건 내가 보는 세계의 중심이 나에게 있는가에 큰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서 잘때까지 놀고, 자고 ,먹고 쉬는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일상의 대부분을 부모가 자신을 중심으로 맞춰주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나의 의지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답답해 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낸다. 그래서 부모는, 나만 보지 말고 다른사람을 보라고 가르친다. 나도 중요하지만, 나와 함께 사는 우리가 중요하다고 알려준다. 친구들, 선생님들, 형아 누나 동생들도 나의 일상에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가르친다


그렇게 나만의 세계에서 우리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면서, 나만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점점 다른 사람을 향해 가게 된다. 다른사람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나는 다른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우리라는 집단에서 예쁨받고 싶고, 주목받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를 버리고 점점 우리 라는 공동체의 무채색에 탈색되어 간다.


그렇게 내가 속한 무리에 녹아들어가지만, 가끔 튀어나오는 나만의 어떤 것 때문에 힘들어 지는 경우가 많다. 무리 속에서 튀는 사람이 되고, 다른 의견을 내서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 될 위기에 빠진다. 주위에서는 흔히 이야기 하는 조언으로, 다시 우리속으로 들어갈 수 있겠금 도와준다. 어릴때 부터 존재해온 나만의 것들은, 어느순간, 내가 왜이러지 하는 자책의 요인이 되고, 점점 내가 나만의 것을 싫어할 수록 나를 싫어하게 되는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나를 찍어 누르는 세월이 점점 흐르게 되면, 내가 우리 속의 우두머리가 되어서 이제 나의 의지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때, 아니 해야할때 불안해 진다. 그래서 여러사람의 조언을 듣는다. 하지만, 이전과 같이 그 조언이라는 것은 결국 기존에 있었던, 하던대로 하는 우리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 밖에는 안되기 때문에, 우두머리가 새로운 길로 방향을 인도해야 할때 후진하고 역행하고 하던대로 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너무 성급하게 우리 속으로 들어간다. 나에 대해서 성찰해 보지 않고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나를 굳건히 세우지도 않은채 황급하게 사회의 무난한 구성원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기적인 사람이고, 부적응자라는 시선을 받으니끼. 나도 나의 43세의 인생을 관조해 보면, 우리가 되려는 성급함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 여기까지 온것 같다.


하지만 나를 감추기가 힘이 든다. 나를 무리속에서 끄집어 내야 한다. 여전히 무리에 속해 있고 나는 여러 집단의 우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우리라는 무리속에서 나의 색깔을 드러내고, 나만의 것이라는 강한 힘으로 우리를 이끌어야 한다. 이제 나의 새로운 원동력은 나만의 것이 무엇인지 찾고, 내가 나를 사랑하는 데서 와야 한다. 그럴때가 되었고, 그래야만 한다


아빠는 아빠를 사랑해 라고 묻는 며칠전 아이의 질문에, 오늘 저녁 집에 들어가면 나는 이렇게 답을 하려고 한다.


 " 현아 아빠는 여태껏 아빠를 사랑하지 않았던것 같아. 아빠도 우리 아들처럼 이제는 아빠 스스로를 사랑해 보려고.우리 아들은 지금처럼 항상 스스로를 사랑하고, 가꾸어 줘야해. 그래야 다른사람들도 우리 현이를 사랑해 줄꺼야. 현이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 보다 더 많이 사랑해줄지도 몰라"


매거진의 이전글 할머니한테 미안하다 아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