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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Oct 22. 2024

32살, 이 정도 돈 모았는데 괜찮나요?




지난 주말, 아이와 들린 숲놀이터.



이 날은 포도를 수확하는 날이라 많은 가족들이 시댁에 모인 날이었다.

나도 일손을 보태려 간 건데,

아이를 데리고 가려하니

정신 사나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안 되겠다 싶어 아이의 손을 잡고 향한 근처 숲놀이터.




맛있는 간식도 사고,

내가 마실 커피도 한 잔 챙겨서 잘 놀고 있는데,

갑자기 눈에 들어온 아이의 바지주머니.


...?

바지를 거꾸로 입히고 나왔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에게

조용히 미안하단 사과를 하며

화장실로 데려가 급히 옷을 다시 입혔다 ;;




왜 입힐 때는 몰랐지?



바지를 다시 입히고

더 놀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들린 포도밭에는

아직 사람들은 일을 하고 있었고,

옆에 있던 강아지와 잠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밥이 올 때까지만

잠시만 같이 놀자 댕댕아



정신없이 바쁘던 주말이 끝난 월요일.

출근도 하지 않는 전업주부 주제에 월요병이 왔다.


딱히 대단한 일을 하지도 않았는데

주말 내내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지

피곤함으로 가득 찬 몸은 너무 무거웠다.



아 피곤해-



나이 30살에 연봉 4000이면 괜찮나요?

결혼하는 데 1억 5천만 원 모았는데 괜찮나요?

얼마 전에 신축아파트 샀는데 이 정도면 괜찮나요?


나이가 32살인데, 제 연봉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나요?



인터넷을 무수히 채우고 있는

이 정도면 평타는 되나요?라고 묻는 질문들.


얼마나 오랜 시간

정답을 외우고 답을 찍는 삶을 살아왔기에

우린 늘 이런 질문을 하고


나의 월급을 나의 자산을

늘 남과 비교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걸까.



전업주부라고 하면 눈치주는 세상.

아이를 낳고 어느 정도 크면 당연히 여자는 일을 하러 나가야 하고 맞벌이 부부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게 너무 당연해진 세상.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로 시작해,

내가 더 힘들다 너 정도는 괜찮지 않니,

누가 더 힘드나로 경쟁하며

쓸데없는 소모전을 하는 세상.



내 나이가 마흔이고 오십이고 간에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그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거면 된 거 아닐까.


남이 일억을 벌던 이억을 벌던

그게 나에게 별 일인가?


맞벌이로 얼마를 벌어 어느 집에 살던

그 사람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고,


외벌이로 얼마를 벌어 어떻게 살든

내가 행복하다면, 우리가 즐겁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다.



남과 비교하면서

내 삶이 괜찮은지를

꾸준히 확인받아야 하는 삶들로 가득 찬 요즘.



끝이 보이지 않는 경쟁의 레이스에서

난 일찌감치 내려왔다.


그럼 난

이스를 완주하지 못한 실패자일 뿐일까?



아무도 없는 한적한 시간에

아들과 놀러 다닐 수 있는 지금이 좋다.





새벽 일찍 출근하는 남편의 출근길을

가끔은 함께 할 수 있는 여유가 난 좋다.






외벌이라 줄어든 급여에 걱정만 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본다.


직접 음식을 해 먹으며 절약하는 식비.

그리고 그렇게 아낀 돈으로 하나씩 사모으는 주식.




경쟁의 레이스에서 내려왔다고

삶을 포기하는 게 아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멋진 삶은 아니지만

그냥 우리대로의 삶을 살아가며

우리 방식의 노후를 준비하며 살아가면 된다.




나이 32살에 받아야만 하는 연봉 같은 건 애초에 없다.


한 달에 얼마를 벌어야 하고 얼마를 모아야 한다는 질문은 애초에 정답이 없는 질문이다.





눈에 보이 않는 경쟁이라는 길에서

떨어진 낙오자는 깔끔히 길을 포기했다.

그리고 그 길로 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러자 수십개의 새로운 길들이 눈앞 나타났다.


지금 가는 길에서도 또 경로를 이탈할 수도 있겠지?뭔들 나에겐 상관없다.


어떤 길이건 내 마음이 편하고 괜찮다면

그 길이 꽃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앞뒤에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냥 가는 거다.

내 마음이 편한 길로.




나만의 꽃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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