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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한 나만의 재테크

내가 이 돈으로 하이닉스 주식을 샀다면 수익률이 더 높았을 텐데

by 영주




올해 5월,

전세를 줬던 집 세입자 분께서

전세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연락을 주셨다.


마침 나도 집을 팔 계획이었기에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팔아보자며

매도를 결정하고 부동산에 연락을 했다.


부동산 시장이 그리 좋을 때는 아니라

집이 나가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그래도 나는 매도를 진행한다고 이야기하였고,


정말 운 좋게 일주일 만에 집을 사겠다는 매수인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실 투자용으로 그리 좋은 집은 아니라

대단한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어찌 됐든 내가 생각한 금액에

빠르게 집을 매도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다가온 결전의 날.

부동산 계약일에

아이의 손을 잡고 부산에 도착한 나는

우선 친정엄마 집에 들러 아이를 맡겼다.


그리고 홀로 도착한 부동산.


부동산 거래할 때마다 늘 함께였던 남편이 없어

괜히 긴장됐던 마음.





계약서를 쓰고,

잔금을 치르고,

전세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며

정신없이 오전시간을 보내고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돌이 훌쩍 지날 때까지 3년간 살았던

집과의 작별인사를 하러 잠시 들렸다.




넓은 테라스 공간에 반해

소위 말하는 돈 버는 부동산은 아님을 알았음에도 계약했던 아파트.


테라스에 앉아 혼자 책 읽는 시간을

참 좋아했었던 나와

주말이면 화단에 물을 준다고 바빴던 남편.


이곳에서 보냈던 3년간의 시간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아니겠는가.

괜히 더 센티해지고 있는데 때마침 집에 오신 기사님!


주방에 설치했던 비스포크 정수기를 철거하고,

이번에 이사 간 엄마집에 설치하기 위해

이전설치를 신청해 두었다.


이 집에서의 시간을 추억할만한 물건

하나정도는 남긴 것만 같아 괜히 다행이다.





부동산 계약을 하고 다음날,

다시 보통의 일상이 돌아왔다.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을 시키고

아파트 헬스장에 들려 사이클을 밟는 나만의 루틴.




어릴 적부터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사회초년생 때부터 부지런히 임장도 다니고

재테크 책도 읽고, 분양권 거래들을 하며

나름대로의 재테크를 해왔다.


큰돈을 벌진 못했지만 소소하게 돈을 벌며

나름의 우리 노후를 준비 중인 내가

지난 8년간 느낀 건,

재테크는 비교 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 돈으로 주식을 샀으면 수익률이 더 높았을 텐데'

'조금 더 대출받아서 역세권 아파트를 샀다면...'


비교대상이 생기게 되면

평소 안 하던 짓을 하게 되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는 힘들어진다.



그래서 늘 과거의 내 선택에 대해서는

'그땐 나의 최선이었다'

'그걸로 이 정도의 수익률을 얻었으면 됐어.'

라는 나름의 정신승리멘트들을 남긴다.


정신승리면 뭐 어떤가.


아무것도 안 한 것보다

뭐라도 한 게 더 나은걸.





3년 전 시작했던 주식도

이런저런 방법을 찾다가

ETF 주식을 적립식 매수했던 나.

어떻게 보면 개별주를 사는 것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도 있지만

주식에 그리 자신 없는 나에겐

지수투자만큼 매력 있는 종목도 없었다.



올해 초 적립식 투자가 지루해진 나는

개별 종목에 투자해 보자며 종목변경을 했고

적립식 투자에서 스윙식 투자로 투자 방법을 변경했지만

수익률은 적립식 투자할 때와 비슷하다.


뭐든 해봐야 아는 거고

꾸준히 이런저런 방법들을 연구해 보며

나만의 방식을 찾아보자라는 자세로

주식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나에게 맞는 투자방법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함께.



유튜브를 보면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는

몇몇 사람들의 일화들이 꽤나 보인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저런 사람도 있군'하며

언젠가 나에게도 다가올 홈런을 기다리는 마음.


느긋한 마음으로

조금은 느리더라도 조급해하지 않는 것.

재테크도 별 다를 거 없다.

인생에 별 일은 생기지 않는다.




집에 있던 소시지를 넣어 만든 파스타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했다.


남편과 어제 돈 좀 벌었으니

주말에는 옷 한벌씩 사는 건 어떠냐며

나름의 우리대로의 플렉스를 약속했다.


작은 수익이라도 나면

조금은 우리에게 쓰기로 했던

우리 부부의 약속.


그리고 다음의 투자를 계획하며 먹은

소시지 파스타는 생각보다 더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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