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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소함과 대충의 사이에서

한 그릇 음식을 사랑하는 주부

by 영주



아침 7시가 되면

늘 엄마를 깨우는 까랑까랑한 목소리.


우리 집 5살 어린이의

배고프다는 목소리에 눈을 뜨는 게 내 일상이다.



시리얼을 가장 좋아하는 아이의 아침은

대부분 코코볼과 콘푸라이트다.


때로는

식빵에 잼 발라먹기도 하고

계란을 삶아 2개씩 나눠 먹기도 하는데


그래도 늘 우리가 찾게 되는 건

코코볼이다.





아직 배가 덜 채워졌을 때는

사과 하나 깎아 아들과 둘이 나눠 먹기도 하며


'이렇게 대충 먹여도 되나?'

라는 조금의 엄마로서의 죄책감을


맛있게 먹었으면 됐지라는

생각으로 금방 덮는다.




저녁상도 늘 그렇다.


밑반찬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엄마 탓에

늘 메인요리 하나로

한 그릇 음식을 먹는 우리 집.





시장에서 반찬 사다가 대충 올려놓으면

밥상 채우기란 금방 끝난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기에

결혼초기엔 시장에서 사 온 반찬들로

상을 가득 채웠었다.


하지만, 늘 남기게 되는 밑반찬과

억지로 다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배가 불러야만 끝나는 식사시간이

우리 부부에겐 알맞은 방식은 아니었음을 깨달았고

점점 반찬의 가짓수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느슨하게 살고 싶고

느긋하게 밥 먹고 싶다는 이유.

그러다 보니 점점 대충인 것만

같아 보이는 한 끼 식사시간.


- 나 너무 살림에 대충인 주부인가?



누군가가 대충이라 하면 그냥 대충이라고 한다.

누군가가 간단히라고 말하면 나도 간단히라고 말한다.


남들의 생활방식이 다 맞는 것도 아니고

우린 우리만의 방식대로 살아가기로 했음에

남들이 뭐라 갖다 붙이든

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비 오는 날은 집에 남아있던 부추로

부추전 하나를 만들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엄마의 김장김치로

간단히 김치찌개를 끓여 해결하는 한 끼.




미역국이 먹고 싶은 날은

고기 가득 넣은 소고기 미역국 하나를 메인으로

두부조림과 소시지로 식사하기도 한다.




냉장고가 가득 찬 게 싫어 일주일에 하루씩은

냉장고를 비우기 위한 식사를 하며

다음 장 볼 준비를 하는 편인데,

그런 날은 메인 요리가 미역국이 되기도 한다.




다음날은 전 날 다 먹지 못해 남은 미역국에

곁들여 먹을 닭볶음탕에 감자를 잔뜩 넣어

한 그릇 음식을 완성했다.


아직 요리를 잘하지 못해서

할 수 있는 음식이 많진 않지만

그래도 뭔들 배달음식보다는 낫지 않겠나라는

마음으로 차리는 한 끼 밥상.






물론 가끔은 배달음식을 시켜 먹기도 하고,

에어프라이기로 한 끼를 해결하기도 하는 날도 있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하지 않는 외식이라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마음으로

배달음식을 즐긴다.


'가끔 이런 날도 있는 거니깐 그냥 즐기기 ♥'



간소함과 대충 그 어느 지점에서

그냥 편하게 차린 한 끼 식사.

가족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느긋한 우리의 식사 시간이 그저 즐겁다.


즐거우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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