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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날의 마음 셋

급작스런 일과 한없이 대기하는 마음이 공존하는 날

by 여름의 속도

오늘의 출근 ★★

아무리 가볍게라도 술을 마시면 다음 날 아침엔 기분이 나쁜 걸까. 이젠 마셔봤자 1병도 안 마시는데! 평소보다 늦게 잤고,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는 기분이 나빴다. 요즘엔 마시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술을 마시는 일은 없는데(회식도 없고 술자리도 따로 못 만들잖아.) 그나마의 작은 음주들도 좀 자제해야 하는 걸까 싶어 진다.

평소보다 미적미적 출근을 해서 오늘 할 일을 보니, 음 오전엔 할 일이 꽤 있어 보이고, 그다음은 대기해야 될 일뿐이네?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고 생각해보자.(생각을 하지 말고 일단 하고 보자.)



오늘의 퇴근 ★★★

8개월 차 같은 프로젝트를 붙잡고 있으니 업무 구조화가 안된 게 아닌데 왜 자꾸만 모르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 영역의 담당은 나인데! 여기저기 발품 팔아야 그제야, '아 이거 논의할 건데 너도 초대해줄게' 되는 걸까.(그렇게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일감이 또 한 번 쌓였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가고 내가 정리할 수 있는 건 미리 정리하고, 공유하고, '그때 그건 어떻게 됐지요?' 나를 드러내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유관부서들끼리 싱크가 안 맞을 때(서로의 우선순위 상 진도가 다를 때) 미루어 짐작하거나 가정해서 일을 진행하더라도 돌아오는 건 야유뿐이더라고. 그게 참 어렵다. 어떤 사안이 유관부서와 얼른 미팅을 잡고 내가 진행해버려야 되는 건지, 아니면 다른 부서에서 진행하도록 ping 할 일인지 판단하는 것. 가만히 있다가 일이 진행 안된다고 한소리 듣기도 하고 미리 길을 닦았다가 아무도 안 따라오기도 하고.

이 와중에 내가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건 흘러가는 이야기들을 잘 포착해서 미팅에서 이야기가 잘 흘러갈 수 있도록 제안서를 고도화해두는 일 정도. 이것도 참 마음이 괴로운 게 놓친 부분은 없는지 시뮬레이션을 충분히 돌렸더라도 불안하고, 자꾸 시뮬레이션만 돌리다 보면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다간 내 고과가 깎일 텐데!'(실제로 지난 고과는 엉망이었다.) 싶어 진다. 아마 한 번 인정받았다 싶을 때 까지는 계속 이런 마음이 들 것 같다.


오늘의 위안

요즘 아카이브 K를 보고 있다. 좋아하는 밴드 옥상달빛이 일상의 이야기를 가사로 풀어내고 나면 후련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나도 이렇게 매일의 마음을 기록하고 나면 후련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나중에 모아 보면 바이오리듬처럼 어떤 요인이 어떤 결과를 주는구나, 분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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