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에 걷기대회에 나갔다. 나로서는 세 번째 걷기대회 참여이다. 첫 번째, 두 번째 걷기대회에 참여했을 때도 느꼈지만 이런 걷기대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날씨 좋은 날에 걷는 것 자체가 나에겐 너무 큰 기쁨이고 힐링이다. 걷는 건 대체 언제쯤 질릴까? 아마 평생 질리지 않을 것 같다. 딱히 음악을 듣지 않아도, 휴대폰을 보면서 걷지 않아도 그냥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멍때리면서 걷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시간을 내서 산책할 정도로 걷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대학생 때부터 걷는 걸 좋아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하루 만 보 이상은 기본으로 걷는다. 많이 걸으면 만 오천 보까지. 내가 기억하는 제일 최고 기록은 이만 천 보이다. 그 정도로 걷기를 좋아한다.
어제는 큰 대공원에서 걷기대회가 열렸다. 공원이 워낙 넓고 커서 행사장 장소까지 가는 것만으로도 오래 걸렸다. 나는 혼자 갔지만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도 많았다. 사실 걷다보면 매일 비슷한 장소를 걷게 되는데, 이런 걷기대회에 참여하면 평소에 가보지 못한 곳을 걷고 보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걷기대회에 가는 걸 좋아한다. 평일에 지치고 피곤하더라도 걷기대회가 있으면 꼭 신청한다.
걷기대회 코스는 4km이다. 생각보다 엄청 길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냥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걷고 왔다. 날씨도 좋아서 걷는 재미가 있었다. 아마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시간, 행사장까지 가는 시간, 이런저런 시간 다 합치면 그날 하루 5km넘게 걸은 것 같다. 그날 만보기 어플을 켜보니까 만 구천 보나 걸었더라.
사실 이름은 걷기 '대회'이지만, 행사에 가까운 느낌이다. 마라톤처럼 기록을 재지도 않고, 빨리 도착한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다. 완보에 의미를 둔다. 그저 본인의 페이스를 지키며 즐겁게 걷고 오면 된다.
걷기대회는 주로 행사장에 체험 부스가 있어서, 대회 시작 전에 이것저것 체험하고 즐기는 재미가 있다. 어제도 나는 혈당도 재고, 캘리그라피도 하고, 장기기증 신청도 했다. 행사장에 장기기증 관련 부스가 있어서 설명을 듣고 신청했다. 예전부터 장기기증에 관심은 있었지만 바쁘게 살다보니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제 걷기대회에 가서 부스가 있는 김에, 설명을 들은 김에 바로 신청했다. 신청하고 나니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건 정말 기쁜 일이나까.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봉사도 하고 기증도 신청하고 그러면서 산다.
최근에 '무엇 때문에 사나', '나의 삶의 원동력은?' 이런 질문을 받았는데, 제일 먼저 생각난 답이 '걸으려고 산다'는 거였다. 그만큼 걷는 걸 진짜 좋아하고, 지하철이나 버스로 몇 정거장 거리도 그냥 걸으러 다닌다. 찾아보니까 마지막으로 걷기대회를 간게 11월이었다. 오랜만에 걷기대회에 갈 생각에 엄청 신나고 기대되었는데, 생각한 것보다 더더 재밌고 즐거웠다.
예전에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이 유행이었는데 나에겐 걷기가 소확행인 것 같다. 사실 소소하다는 말을 붙이기도 미안하다. 나에게 걷기는 정말 큰 행복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걸어다닐 수 있는 튼튼한 다리와 체력을 가지는 게 꿈이다. 앞으로 어디든 열심히 걸어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