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강민 Salawriter May 10. 2018

타인의 시간

어쩜 저렇게 낡은 가방을 메고 다닐까?


앞서 가는 사람의 등에 간신히 붙어 있는 가방이 눈에 거슬린다. 원래의 색을 짐작해 볼 수 있지만 이미 물이 빠질 데로 빠졌다. 주머니의 마감은 여기저기 해어져서 수선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 보인다. 아니 수선할 바엔 버리고 하나 사는 게 이득이겠다. 남의 가방을 두고 혼자서 온갖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러다가 가방의 낡음 따위 아무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주인의 뒷모습에 생각이 멈춘다.


아마도 그 가방은 매일을 그와 함께 했을 것이다. 그리고, 하루하루 아주 조금씩 색이 변하고 닳았겠지.


그리고 하필 그 가방은 이제 와서 내 눈에 띄어 그렇게 보일 뿐일 것이다. 그에게는 어제와 별 다를 것 없는 가방이겠지.


어떤 이의 시간의 흐름.

그 흐름에 함께 한 것과 잠시 머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잠시 머물면서 그 시점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주제넘은 것은 아닐까?


지금 이 시점의 내 모습.

어떤 이는 나의 어딘가를 못마땅해할 것이다. 낡은 가방의 긴 여정에 대해 알 수 없었던 나만큼이나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쩌면, 그렇게 낡은 가방을 나는 부러워해야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전 13화 애쓴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니까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