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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좀하는 엄마 Feb 08. 2021

육아 정보의 늪에 빠진 육아

건강한 육아를 위한 단상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를 하려고 하니, 처음부터 겁이 덜컥 났다. 

나도 불완전한 인간인데 이런 내가 사람 하나를 키워낸다고 생각하니 두렵고 무서웠다. 처음에는 ‘사람 다 살아지니깐 부딪히고 깨지면 잘 해낼 수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육아는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서 힘들고 어려웠다.      


조리원을 나와서 산후도우미의 도움이 끝난 뒤 혼자 육아를 하려고 하는데, 아기랑 둘이 있는 시간이 어찌나 긴장되고 힘들던지….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긴장하면서 뭐 해야 할지 몰랐던 기억이 몇 번 없을 정도로 아이를 대하는 일이 나는 참 힘들었다.      


나는 운 없게도 모유 수유에 실패해서 아이가 가슴을 물지 않는 사태까지 왔기 때문에, 모유 수유부터 난관을 겪었고 분유 수유를 하면서 아기 설거지가 이렇게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분유를 타는 일이 온도부터 젖병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더 힘에 겨웠다.    

  

거기에 아기는 영아 산통까지 있어서 새벽 5시나 6시면 어김없이 30분을 울어 재꼈고 2개월 후에 모로반사가 시작되면서 아기 잠을 재우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이미 임신과 출산, 양육을 경험한 엄마나 언니가 주변에 있었지만, 너무 오래전에 경험해서 지금 현시점에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남편과 나도 초짜였고 조리원 동기들도 초짜였기에 우리는 모두 우왕좌왕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책이나 유튜브 같은 육아 지식에 점점 골몰하게 되었다. 특히 육아 베스트 서적이라고 하는 ‘뚝*육아’라는 책에 탐닉했고 비전문가들이 많이 만든 유튜브 육아 지식도 많이 찾아봤다.    

요즘에는 경험이 적으니 연애도 책으로 배운다고 했나. 그렇게 배운 연애에 오류가 많듯이 나 역시 육아를 책이나 동영상으로 배우려고 하니 오류에 자꾸 빠졌다. 거기다가 책이나 유튜브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한국 사회에 맞지 않는 정보도 많아서 아기에게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내용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 난 그런 것을 잘 몰랐다. 육아에 있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나는 책이나 동영상에서 추천해준 방식대로 아기를 키우기 위해서 다소 무리한 시도와 적용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때는 이러한 방식이 아기를 키우는 엄마나 아기에게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지 몰랐다.


내가 범한 큰 실수 중의 하나가 바로 ‘시간표대로 재우고 먹이기’였다. 

한국인들은 나름 시간표에 익숙하다. 어린이집에서부터 대학교나 일터에 다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표를 우리에게 강요하는가. 우리는 이러한 시간표의 룰을 따르는 것이 억압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편하다. 그러니 이를 아기에게 그대로 강요하는 것이 엄마 입장에서는 얼마나 편하겠는가.  

    

그래서 ‘뚝*육아’에서 하라는 대로 시간표 맞춰서 분유를 먹이고 재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세상일 다 그런 것처럼 아이도 참 뜻대로 안 된다. 어떤 아기가 시간표대로 딱딱 맞춰서 먹고 자고를 반복할 수 있단 말인가. 대충은 시간을 맞출 수는 있어도 정확하게 맞출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때는 정확하게 시간을 안 맞추면 아기가 잘못되는 줄 알고 3시간 텀, 4시간 텀, 2시간 낮잠 등 나도 시간표대로 사는 인간이 아니었는데 아기한테는 엄청 예민하게 굴었다. 3시간이 안 되면 아기가 울어도 밥 안 먹이고 아기가 졸려 하는 것 같아도 조금 이따가 재운다며 아기를 깨우고 있고. 참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되면 아기를 상대로 억지를 부린 격이었다. 그렇게 시간표에 집착하는 사이 아기를 관찰하고 아기를 예뻐하는 시간은 거의 가질 수 없었다.   


두 번째는 폭력적인 수면 교육 방법이었다. 

아마 아기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수면 교육’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말 그대로 아기 잠을 재우는 방법을 말한다. 신생아 아기는 ‘모로 반사’가 있는데 자다가 위치가 변하거나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거나 하면 잠에서 깨는 것을 말한다. 즉 엄마가 아기를 안아서 재우다가 침대에 눕히면 아기의 위치가 바뀌었기 때문에 아기는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아기를 침대에 눕혀서 재우면 아기는 위치 이동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잠이 든다. 근데 아기를 처음부터 눕혀서 재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아기를 안고 있으면 아기가 계속 안아달라고 요구하고 침대에 눕히면 그때부터 정말 엄청나게 우는 아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눕법(안았다가 눕혔다가를 반복하는 것), 눕혀서 울리기, 혼자 아기를 방에 두고 시간 맞춰 들여다보면서 아기 안심시키기 등의 여러 방법을 써서 아기에게 교육을 시키라는 것이다. 여러 육아서적을 보면 수면 교육에서 아기가 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이야기하며 아기를 울리라고 권장하는 책이 많다.      


심지어는 혼자 재우고 CCTV로 아이의 모습을 관찰하면 된다는 방법도 제시한다. 한국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외국에서는 모두 이렇게 아기를 재운다는 것이다. 여러 외국 논문을 근거로 이야기하는 이 방식이 처음에는 괜찮은 것 같이 생각이 되지만, 막상 실행하다 보면 참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기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여러 변수가 많은데 이런 아기를 독립된 공간에 혼자 두는 것도 참 못할 짓이고 아기가 혼자 진정될 때까지 울리라는 그 말도 하다 보면 못해 먹겠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한 소아 정신과 의사의 책을 읽으니 이렇게 아기를 혼자 놔두거나 계속 울리거나 하는 방식이 아기한테 안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 시도하다가 이런 방식의 수면 교육은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런 방식이 교육인가’라는 의문도 들었다. 

     

이런 방식의 수면 교육은 아기에게 ‘혼자 스스로’의 의무를 부과한다. 나는 세상에 태어난 지 2개월도 안 된 아기들이 꼭 혼자 스스로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다른 동물과 달리 사람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기 몸도 잘 못 가누고 소통도 할 수 없는 아기들이 왜 꼭 자립해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이런 목적을 위해서 아이에게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을 감내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해서 난 이런 방식을 그만두었다.  

    

이외에도 육아 지식을 찾아보고 맘에 드는 것을 어설프게 따라 했다가 혼쭐난 경험이 많았다. 이 세상에 백 만 아기가 있다면 백 만 아기는 다 다르다. 그들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은 없다.   

   

그런데 나 편하자고 참 보편적인 육아 지식을 많이 대입했었다. 어떤 아기는 예민하고 어떤 아기는 순둥 순둥하며 어떤 아기는 밥을 많이 먹고 어떤 아기는 입이 짧다. 어떤 아기는 잠을 참 잘 자는 데 반해 어떤 아기는 잠을 거의 안 자는 아기도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아기는 어떤 아기일까’를 찾는 과정이다. 그러려면 그 아기를 충분히 관찰하고 찬찬히 살펴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첫째 아기를 낳을 때는 너무 경향이 없어서 아기는 잘 보지도 못한 채, 육아 지식만 냅다 대입했었던 것이다.    

  

그러니 나도 아기도 힘들어서 서로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 했던 많은 일이 부끄럽다. 육아 지식 조금 알았다고 자부하면서 다른 사람의 육아 방식을 비판하고 평가했던 일도 있었다. 그 엄마는 그 엄마의 방식대로 아기를 잘 보살피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육아 지식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하나의 관점만 받아들이지 말고 다양한 시선에 있는 지식을 함께 보라고 말하고 싶다. 예를 들면, ‘뚝*육아’책을 봤으면, ‘오래된 미래 전통 육아의 **’이라는 책도 함께 보라고 권하고 싶다. 유튜브의 동영상도 하나만 보지 말고 여러 사람의 영상으로 같이 보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육아 지식을 대입하기에 앞서 조리원에서 나와서는 아기를 잘 관찰하고 아기에게 맞는 일을 해주려고 노력하라고 권하고 싶다. 나도 이제 둘째를 기다리고 있다. 둘째가 어떤 타입의 아이인지는 모르지만 둘째 아이에게 집중해서 그 아이를 제대로 알고 받아들일 작정이다.     

 

그럼 첫째 아기에게 조금 덜 미안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둘째 아기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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