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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Mar 27. 2024

지금까지 이런 드라마는 없었다

'닭강정' 볼까, 말까?

'지금까지 이런 드라마는 없었다.'. 정말 그랬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닭강정'은 독특함과 기괴함 사이에서 자신을 어필하는 드라마다. 이야기의 설정은 비범하고 이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드라마의 형식(혹은 장르) 모두 특별하다. 아니, 특이하다. 사람이 닭강정이 된다는 설정부터 기괴한데, 이를 자유분방한 코미디로 연출함으로써 어떤 작품에서도 볼 수 없는 작품이 빚어졌다.

'닭강정'은 정체 모를 기계에 들어가 닭강정이 된 민아(김유정)를 구하려는 아버지 최선만(류승룡)과 민아를 짝사랑했던 고백중(안재홍)의 이야기다. 박지독 작가의 웹툰 원작에 이병헌 감독의 연출이 물엿처럼 덧입혀져 재밌는 맛을 낸다. 매 작품 재치 넘치는 대사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이병헌 감독은 '닭강정'을 통해 또 다른 영역에 도전했다. 원작의 기이한 이야기를 더 개성 있게 연출한 이병헌 감독은 류승룡, 안재홍 콤비를 활용해 웃음 지뢰를 곳곳에 펼쳐뒀다.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1화 5분 정도가 지난 시점, '모든 기계'라는 회사 안에서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는 익숙한 드라마와 영화의 그것과는 다르다. 일상보다 과장되어 있고, 때로는 코미디쇼의 무대 위에서 진행되는 콩트 같아 낯설었다. 처음엔 적응하기 힘든 농담 같은 대사들이 '닭강정'엔 일반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 드라마만의 리얼리티와 핍진성을 쌓아간다. 과잉된 동작과 과장된 대사에 맞춰 감정을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 작품인데, 류승룡과 안재홍을 비롯해 출연한 배우들은 '닭강정'의 세계관을 활용해 자유롭고, 때로는 뻔뻔한 연기를 펼치며 재미를 극대화했다.

이런 톤 앤 매너에 마음을 열고 적응하지 못한다면 '닭강정'을 완주하는 건 꽤 힘든 도전이 될 수 있다. 만화적인 대사와 코미디가 장난처럼 보일 위험이 있다. 이런 농담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냉소적인 시선으로 코웃음을 짓다 시청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초반부 궁금증을 유발하던 '민아가 닭강정이 된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은 설명적인데, 이얽힌 사건과 캐릭터들이 가볍게 묘사되어 맥이 풀리기도 한다. 산발적인 웃음으로만 전개되는 듯한 아쉬움이 있었다.


'닭강정'은 마이너한 감성이 장점이자 단점이고, 이병헌 감독도 호불호가 강한 작품일 거란 예상을 했다고 한다. 통통 튄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지만, 이런 요소가 극을 헐겁게 해 시청자의 이탈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걸 제작진도 인지하고 있다는 거다. 다양한 평이 있겠지만, 불안정한 극의 분위기 속에서 에너지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실험적인 요소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기괴함을 리얼리티라 말하며 굳건히 밀고 가는 감독, 배우의 재능이 매 장면 신선한 에너지를 만든다.

강력하게 추천하기엔 분명 부담이 있지만, 외면하기엔 아쉬운 드라마.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건 새로움을 향한 시청자의 갈증을 풀어줄 드라마다. 한 회 분량이 30분 내외로 시청에 부담이 적으니 가볍게 접근하고 시청 여부를 결정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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