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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Apr 03. 2024

[댓글부대] 야, 너도 속을 수 있어!

'댓글부대' 볼까, 말까?

'이렇게 끝난다고?'. <댓글부대>는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은 분위기 속에 막을 내린다. 기자 임상진(손석구)이 기존에 의지하던 대중 매체가 아닌,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유통하는 장면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온다. 그의 싸움이 진행형이라는 열린 결말을 통해 관객이 각자의 방법으로 결말을 완성해 보길 권한다. 높은 몰입도에 호평이 있는가 하면, 무책임해 보이는 마무리 탓에 혹평도 있다.

<댓글부대>는 대기업 비리를 폭로하다 오보라는 논란 속에 정직을 당한 기자의 이야기다. 오보라고 손가락질받던 기사가 계획적으로 조작되었다는 제보를 받은 그는 여론 형성에 개입하는 검은 손가락들에 관해 알아간다. 영화 속 상진은 제보자 찻탓캇(김동휘)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는데, 이때 이 제보자도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혼란스럽다. 거짓으로 포장된 이야기 속에 뒤통수를 맞는 과정이 반복되고, 나중엔 임상진과 관객 모두 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다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사실과 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며 우리 사회의 여론 형성에 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영화는 현실에 많이 기대고 있다. 댓글을 통해 여론이 형성되는 사회의 경향을 반영하고 있고, 덕분에 영화에 등장했던 에피소드들이 현실에도 있는지 호기심을 가지게 한다. ‘영화 속 사건의 80%는 실제 사건에 기초했다’는 안국진 감독의 말에서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도가니>, <카트> 등 실화 바탕의 영화와 궤를 같이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댓글부대>는 사건의 고발 보다는 정보 속에 섞여 있는 허구의 파괴력을 말하는 데 관심이 있다. 교묘한 댓글을 활용해 원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팀 알렙'의 에피소드를 통해 보이지 않는 손가락의 역할과 ‘100% 진실보다 진실이 섞인 거짓이 더 진실 같다'라는 메시지를 말한다.

앞서 말한 열린 결말은 이 메시지를 관통한다는 점에서 꽤 정교한 맺음이다임상진이 본인의 이야기를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리는 건 그가 취재했던 팀 알렙이 정보를 유통하는 방법과 유사하다. 안국진 감독은 상진이 믿었던 기성 언론에 반하고, 그를 여태 괴롭혔던 창구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블랙 코미디라 생각했다고 한다. 동시에 이 장면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줬던 임상진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영화 내내 우리는 그가 진실을 털어놓고 있다고 믿었지만, 마지막엔 그가 찻탓캇처럼 조작된 이야기를 인터넷에 퍼트리는 메신저일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가 말한 건 진실일까, 아니면 진실에 거짓을 섞은 정교한 거짓말일까?


<댓글부대>는 우리가 접하는 정보를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는 걸 말하기 위해 형식과 주제를 일치시켰다. 영화라는 매체조차도 무작정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 위해 자신을 거짓말쟁이처럼 보일 수 있게 연출했다. 우리가 봤던 것조차 믿을 수 없고, 영화 속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관객이 직접 알아보는 행동을 요구하는 영화. 영화가 꺼진 순간부터 그 정보를 해독할 능력이 필요하다는 걸 말하는 영화. 어쩌면 '우리는 비판적이고 객관적이며 이성적인 시선을 가졌다'라는 믿음부터가 거짓 정보에 현혹되는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이를 경계하기 위해 <댓글부대>는 마지막에 ‘그것 봐, 너도 속았지?’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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