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사이 도대체 무슨 일이?
<TRIPFUL 블라디보스토크>가 세상에 빛을 본지도 벌써 1년!
현지 취재 이후 나는 인터넷, SNS를 통해 매번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도시 정보들을 업데이트해왔다.
그리고 1년 반만에 급작스레 다시 갔는데 공기마저 달라져있었다. 와, 예전의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니구나!
도대체 그 사이 도시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한국인은 매년 급상승 중이다.
이스타, 티웨이, 에어부산 등 저가항공도 여럿 취항을 시작해 여행객이 점점 늘 수밖에 없는 것.
현지 여행 업계에 따르면, 2016년에는 5만 1천 명이던 한국 관광객이 2017년 2배수인 10만 5천명을 육박했고, 2018년 현 시점 이미 10만명을 넘겨 연간 25만 명이 추산된다고 한다.
블라디보스토크가 '우리 사이에서' 엄청 뜨긴 떴나보다.
왜?
두 시간이면 가는 유럽이니까!
(물론 나는 이 '유럽'이란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못하지만 주변국 대비 '상대적으론' 유럽인건 맞다.)
나도 일부 공헌했음에 뿌듯해하며 작은 책임감으로 최근의 짧은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소회를 나눠볼까 한다.
철저히 여행객 입장에서 말이다.
오랜만에 온 블라디보스토크. 우리 국적기로 2시간 10분만에 도착한 쾌거!
(보통 2시간 40분 걸리는데, 중국으로 우회했음에도 바람 덕분인지 더욱 가까워진 항로에 놀랐다.)
공항부터 이정표마다 한글이 병기되었다.
통신사 부스 앞에선 직원이 '심카드 5기가 400루블'이라고 프린트된 종이를 들고 서있다.
바닥엔 '저렴한 공항 택시'라고 적힌 화살표 모양 스티커가 붙어있다.
작년 초엔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이건 한국 여행객이 넘치는 일본 공항에서나 목격되는 풍경 아니던가?
요즘 인기가 좋다는 시내 카페에 갔다.
헬로우는 기본, 내 얼굴 얼핏 보더니 한국어 메뉴판을 건네준다. 다행이다, 중국어 메뉴판이 아니라...
한국 여성들의 인상 착의가 비슷하다는 걸 직원들도 이미 안다. 나름(!) 유창한 영어로 주문을 받는다.
오 마이 갓! 한 잔이라도 팔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어느 유명한 레스토랑에 갔다.
영어로 맞이하는 것도 적응이 안 되는데, 주변을 둘러보고 말조심해야겠구나 싶었다.
이곳이 러시아란 게 무색할 정도로 한국인들이 가득했다. 마치 이태원의 외국 식당에서 식사하는 기분.
관광지가 원래 다 이런거 맞지?!
어딜 가나 한국인들이 정말 많고, 이곳도 나름 관광 최적화된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
'러시아어 못하는데 어떡해요?'라는 질문에 이제 '그냥 가셔도 됩니다'라고 대답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블라디보스토크 동네가 작다보니 사람이 몰리는 곳만 더 몰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디든 예약은 필수.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현지인들도 나름의 생존 방식을 가져야 살아남는 건 당연지사.
저렴한 항공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비행 스케줄이 참 별로다.
꼭두새벽에 떨어지는 비행기는 여행객들의 다음날 컨디션을 힘들게 만들지만, 현지 택시 업계에는 큰 돈벌이. 버스도, 급행열차도 끊긴 새벽에 그 많은 승객들이 시내로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택시뿐이기 때문.
숙소에서 미리 섭외해둔 택시 기사들은 하나둘 피켓 들고 손님들을 공항에서 맞이해 숙소까지 '서비스한다'. 시내 도착하면 새벽 3~4시일 때도 있어 매우 피곤한 일이지만, 나름대로 그들에게는 하나의 비즈니스! 새벽 운송 서비스업이 이리 활발하다니 놀랍다. 우리들이 일거리 제공 제대로 하고있단 생각마저 든다.
1~2년 전부터 러시아 여행객들을 지속적으로 열광시킨 제품이 있다. 바로 '당근 크림'이다!
현지 취재를 간 1년 전만 해도 한국인들이 이 크림을 모조리 사가면, 그 선반은 계속 빈 채로 있었다. 재고도 없었고 언제 입고할지 선뜻 답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일단 가격이 40% 가까이 올랐다. 아르바트에 있는 가게에선 '당근 크림 없다'고 말하면 대형 카트에 가득 싣고 와서 빼곡히 채워놓는다. 워낙 많이 사가서 6개짜리 묶음을 풀지도 않고 그대로 비치한다. 아가피야 할머니도 완전 스타가 되셨고, 흑진주 크림은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관광객도 당근 크림만 찾는다고. 현지인이 의아해서 나에게 물었다.
"한국에 좋은 화장품 많다던데, 왜 저도 처음 보는 이런 크림을 많이 사가나요?"
"글쎄요... 그냥 유행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땀 삐질)"
전반적으로는 이제 상점, 레스토랑 웬만한 곳에서 결제 방법('현찰', '카드') 문의나 가격만큼은 영어로 한다는 사실, 카드 결제도 꽤 보편화됐다는 사실이 꽤 놀라웠다. 이젠 더 이상 옛날 얘기 하면 안 되겠다.
아무튼 몰려드는 '한국 손님' 맞이 하느라 블라디보스토크도 그간 몸살을 앓아왔고,
적어도 내 눈엔 지금도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덕분에 현지 물가도 덩달아 상승 중.
블라디보스토크는 군사도시로 시작된 곳으로, 본래 관광 도시가 아니었다.
그래서 여러 시설이나 기반이 부족해 까다로운 한국 고객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밀려드는 손님들을 받기는 해야겠지만, 도시는 미리 예비를 하지 못했으니 부작용도 많이 따른다. 얼마나 숙소가 부족했으면 동방경제 포럼 기간 중에 숙소 대용으로 대형 여객선을 입항시켰을까.
블라디보스토크가 발전하면서 여건이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이나, 역시나 사람 많고 돈 모이는 곳에선 사건사고도 많은 법이다. 시간이 갈수록 관광객들의 퀄리티도, 현지인들의 태도도 변하기 시작한다. 이점은 늘 안타깝다.
먼저, 소매치기가 늘기 시작했다.
원래 여행지가 아니었고 현지인들의 일반적인 생활이나 소득 수준 또한 그리 높은 편이 아닌 작은 도시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만 하고 가는 한국인들을 겨냥한 이런 일들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또 택시의 사기 수법도 대단하단다.
러시아어를 모르는 여행객들이 접근하기 쉬운 막심(Maxim)에서 특히 그렇다. 택시 기사가 잠시 핸드폰을 달라고 하면서 그 사이에 출발/도착지를 조작, 요금을 천정부지로 올리는 수법이 대표적이라고.
게다가 유동인구 많은 아르바트 거리에 항상 정차 중인 택시들은 요주의 인물. 구두로 가격을 협상했다가 내릴 때는 기사가 돌변해 값을 배로, 또는 사람수대로 부른다고 하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여러 면에서 블라디보스토크가 많이 달라졌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솔직히 지금의 도시 분위기를 한국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래서 멀리 보면 더 나은 한러 관계에 기여하려면 우리가 나가서 좋은 이미지를 주고 와야 한다.
지혜로운 여행객이 되기 위해 분명 우리의 노력도 따라야 하는 것.
사실 별 거 없을 것 같아 최근 블라디보스토크 이야기를 짧게 쓰려 했는데, 아무래도 한 편 더 써야겠다.
다음 이야기는 보다 '개념 있는' 여행객의 입장에서 풀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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