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인척 살아보려 했지만 거북이임을 인정하고 템포를 늦춰보기로 했다
곧 서른 살을 앞두고.
사실 이 나이쯤 되면, 적어도 내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는 확신할 수 있을 거라고,
어디론가 당차게 걸어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잘 모르겠는 것들 투성이다.
인생이 온통 물음표야.
이 방향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산 넘어 산이다.
그래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래, 나 원래 좀 느린 사람이었지.
호랑이로 살고 싶었는데 난 거북이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조급함도 없어진다.
느려도 괜찮아, 거북이니까.
가고 싶은 곳, 가야 할 것만 같은 곳으로 천천히 가보면 되지.
모두가 가는 곳으로 휩쓸리지 말자, 조급해하지 말자.
천천히 많이 고민해보자, 그리고 조금씩이라도 가보자.
결국엔 어딘가에 도착하겠지?
2월은 춥다. 그러나 코 앞에 봄이 있다.
당장은 춥고 숨을 곳도 없지만, 옷깃을 여미고 걸어가는 그 끝에 봄이 있다면, 결국에는 봄이라면.
느려도 괜찮아, 가보자.
-커피 한 잔과 거북이, 느린 여정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