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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의거북 Apr 23. 2017

꿈꾸는 사람

몽상가를 혐오하던 몽상가의 커밍아웃

나는 늘 몽상가를 혐오한다고 말했었다.

현실에 발 붙이지 못하고 이상만 높은 사람, 끊임없이 다른 세계를 꿈꾸며 눈 앞의 현실을 보지 않으려는 사람, 자신이 아닌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 그래서 늘 떠나고자 하는 사람. 


모순적이지만 사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과거엔 그 정도가 심했고, 현재는 억지로라도 현실에 발을 붙이고 

눈 앞의 것들을 직면하려 노력하며 힘써 살아가고 있다. 


내가 몽상가를 혐오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런 내 안의 몽상가 기질을 억누르며

     안돼, 네 현실을 봐. 다른 데 눈 돌리지 마. 

     바보같은 꿈 꾸지마. 남들처럼 '제대로' 살아가야지.

라고 타이르고, 꾸짖고, 채찍질하려는 노력의 일부였다. 


나는 몽상가를 싫어한다.

숨길 수 없게도 내겐 그런 기질이 있다. 나는 나를 싫어한다.

남들처럼 눈에 보이는 것을 쫒고 싶다. 우스워 보이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의 이런 숨길 수 없는 기질이, 나를 지으신 이의 뜻이라면?

나의 정체성이, '꿈꾸는 사람'이라면?


나는 꿈꾸는 일에 죄책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꿈꾸는 일을 어려워한다.

이제는 나의 몽상가 기질을 인정해야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전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전에는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무장한 채 허무주의에 빠진 현실도피형 몽상가였다면,

지금은 여기, 이곳에서 의미있는 것들을 발견하고

주어진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을 기뻐하며 다른 사람들도 

꿈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몽상가가 되고 싶다. 


커밍아웃. 나는 몽상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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