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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척, 그 끝에서 마주한 허전함

by 소선

가끔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눈물이 나는 날이 있다


웃고

말하고

일하고

모든 게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는 길

버스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마음 한가운데가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설명할 수 없었다

슬픈 일도 아픈 기억도 없었다

그런데도

가슴이 허전했고

눈앞이 흐려졌다


그 자리에

뭔가 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누군가의 손길이든

따뜻한 말 한마디든

혹은

그저 나를

알아봐주는 눈빛 하나


나는 꽤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편이었고

사람들도 곁에 있었다

그런데도 마음은

어딘가 계속 허기졌다


마음이 고요할수록

외로움은 더 선명해졌다

소음이 사라진 순간

진짜 감정이 드러났다


괜찮은 척 하는 데 익숙해진 나

표정 하나로 다 감췄다고 믿었는데

내 마음은 나를 속이지 못했다


무언가가 없었다

그리고

그 없음이 나를 아프게 했다


허전함이란

그냥 텅 빈 공간이 아니라

사라진 마음의 온기를 기억하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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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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