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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TH Mar 23. 2021

시기리야의 나

외로운 여정

시기리야, 스리랑카 중부 정글에 수직의 요새처럼 우뚝 솟은 돌. 세계의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한다. 5세기 말 아버지를 산 채로 묻어버리고 왕위를 찬탈한 왕이 형제들의 반격에 대비해 몸을 숨긴 곳, 사자의 입으로 들어가 사자모양의 바위로 유명한 이곳에 가기 위해 우리는 새벽부터 봉고에 몸을 실었다. 여행 와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문화유적을 보기 위해 험난한 새벽을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콜롬보라는 도시에서 시기리야로 향했다. 아침 8시 정도가 되어 시기리야에 도착한 우리는 약간 우중충한 날씨와 함께 시기리야의 위상을 경험하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높은 곳에 있는 것에 나는 먼저 압도되었고, 같이 간 역사 선생님 친구는 힘차게 선두로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몇 시간 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못 했다.


도착한 시기리야 입구

입구부터 웅장한 사자 모양의 암석을 보고 있노라니, 저게 사자가 맞나 싶었다. 이내 해가 뜨면서 사자의 웅장함과 암석의 단단함이 그 기괴함에 웅장함을 더하는 것을 보았다. 유명한 곳에서 사진을 찍고 성큼성큼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날씨는 흐렸고, 흙은 축축했다. 하지만 흙은 밝고 지나가는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화창했다

좀 오래 걸어 들어가자 놀라운 광경이 나왔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수많은 사람이 걷고 있었다. 사실 이렇게 높을 줄은 몰랐다. 저 계단이 저렇게 위험해 보일 줄 몰랐다. 쫄보는 이때부터 가슴이 콩닥콩닥했고, 체력은 거의 바닥나고 있었다.

시기리야 가는 길

스리랑카의 10시 즈음은 40도에 달하는 더위가 있는 시간이다. 보통 업무를 아침 일찍 마치거나 오후 늦게 나가거나 해야 더위를 피할 수 있다. 걸어올라 가면 갈수록 더위는 우리를 따라왔고, 더위를 참지 못하는 쫄보는 두려움과 더위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마침내 사진이 있는 곳까지 왔을 때 쫄보는 등반을 포기하고 자 했고, 잔다르크 같은 우리의 역사 선생님은 모험심이 가득한 눈으로 절대 안 된다며 용기를 붇돋워주기 시작했다.

더위를 견디고, 떨어질까 두려움으로 천천히 앞으로 가는데 웬걸...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앞을 성큼성큼 나아간다. 참 놀라운 일이다. 무엇을 위해 저 친구들을 데려왔을까.. 이 무서운 곳에.

평범하지 않는 것은 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든 어른이든 평생 한번 와봐야 하는 곳에 올 자격이 있다. 무섭과 위험한 것은 아이든 어른이든 똑같다. 아장아장 걸으나 성큼성큼 걸으나 가족이 함께라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는 오롯이 친구의 도움을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함께 보고 싶고, 함께 가고 싶었던 우리의 마음에 나의 시간과 체력을 걸었다.


가면서 보이는 벽화들이 예술이었다. 나름 그림을 좋아하는 나는 벽화를 보며 한걸음 한걸음 내디뎠고, 어느샌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와있었다. 그때의 상쾌한 기분은 지금도 느껴지는 듯하다.   








하늘이 반이고, 땅이 반인 세상.

시기리야를 밟은 이들의 세상은 그러했다.

땅에 서있지만, 하늘을 보고 있는 기분.

이거다!!

일상의 삶에서는 땅에서 땅을 보고 있는 기분이라면 이곳에 오면 자꾸만 고개를 들고 싶어 진다.

하늘의 파란색은 이렇게 우리를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다.



 나는 등산을 하면 자주 눈물을 흘린다. 대학시절, 선배들이 뒷산에 올라가자고 졸라 산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중반 즈음에서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너무 힘들어서 못 가겠다고. 근데 내려가기도 싫다고... 그렇게 우는 나 때문에 우리 일행은 그 벤치에 그냥 주저앉아 치킨과 김밥을 뜯었다. 앞뒤가 막힌 느낌, 내 힘으로 무언가 헤쳐나갈 수 없는 느낌 그게 싫어서 그렇게 울었었다.

시기리야에 가는 길도 내게는 그랬다. 오르면 중간에 내려올 수 없을 것 같았고, 끝까지 가기에는 너무 힘들어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내 인생의 하루라고 생각하며 길을 오르기 시작했고, 또 불평과 눈물이 주르르 흘렀지만 나의 휴가의 가치를 생각하며 끝까지 올랐다. 그래서 나는 그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뺨을 때렸고, 또 내려갈 상황이 너무 고단했지만, 그곳에서 보는 원숭이들은 나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였다. 잠시라도 경험하고 싶어 눈을 감고 앉으니 푸른색이 눈에 들어왔다. 파란색이 나를 끌어들인다면 푸른색은 나를 편안하게 해 준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그 잠깐 때문에 산을 오른다. 그 잠깐이 뭐라고 그것으로 행복해한다. 나는 울면서도 그들을 따라 산에 올랐다. 나에게는 산 자체가 힘의 동력은 아닌 듯하다.


인생도 그렇다. 정상에 올라 목표물에 도달하는 것보다 함께 가는 사람들이 나의 동력이다.

치킨과 김밥, 기다려주는 사람들. 나는 그것이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가끔 내 동력을 잊고 목표물을 향해 돌진할 때마다 기진맥진해지는 나 자신을 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각자의 동력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이 참 중요한 일이다.


전에 아는 분이 내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관계만 좋으면 평생도 이곳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답이다. 전에 있던 곳에서는 나왔지만, 나는 지금도 좋은 관계 안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평생을 그곳에 있을 사람이다.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렇게 높은 곳을 향하여 오르는 나의 여정이 끝이 났다. 역시 내려올 때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힘이 없어서 견딜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의 경험치가 늘었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대학생들이 내게 와서 물을 때 나는 대답한다. 앞으로 미래를 끌어갈 인재는 분명 경력보다 경험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다양한 경험이 많고, 넓은 시각과 대처능력이 인재의 가장 우선 가치가 될 거라도 말한다. 아니 나는 그렇게 믿는다.

경험은 그렇게 나를  높은 수준으로 올려준다. 언젠가는 세상의 많은 기업이 이 경험치를 원하는 시대가 분명히 올 것이다. 그것이 그렇게 높은 가치인지 몰랐다고 반성하는 말들이 들려올 날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외로운 길을 여전히 걸을 것이다.

아마 나는 늙어 죽을 때까지 외로울 것 같긴 하다.




인생도 그렇다. 정상에 올라 목표물에 도달하는 것보다 함께 가는 사람들이 나의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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