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친해지기
지금껏 내가 다녀온 곳은 일본 중국 홍콩 베트남 태국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미국 정도가 될 것이다. 나는 짧은 인생 동안 많은 곳을 다녔고, 많은 곳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났다. 행복하기도 했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생각보다 나 자신을 인정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나는 그런 사람이다 평생 한 직장에서 많은 경력을 쌓는 것보다 그것을 포기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두 번째로 내 인생에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면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나는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내가 궁금하다. 내가 아는 나 말고, 남이 아는 나도 말고, 나도 모르는 곳에 있는 나의 모습이 지금도 궁금하다. 나에게 인생은 날마다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며, 깊은 심연에 있는 진짜 나와 만나는 과정이다. 수많은 경험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다면 인생은 참 재미있다. 그저 지금 아는 것에서 그친다면 늘 똑같은 삶을 살 것이지만, 나는 매일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싶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 집에서 둘째 딸인 나, 직장에서 행정가인 나, 상담사인 나, 또 여행을 좋아하는 나... 수많은 나를 만나면서 내가 더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
나는 마음에 취약한 사람이다 이 책에서 마음 마음 이야기하지만 정작 나는 내 마음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그래서 알아갈 것이 많다.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어디를 가면 좋은지, 무엇을 하면 좋은지, 사람들은 잘 생각하지 않고 하루를 살아간다. 하루에 수백 번에 이 마음은 왔다 갔다 기쁨과 슬픔이 반복되는 인생을 조금 더 재미있게 살려면 마음을 알아야 한다. 나는 이전에 거절도 잘 못하는 아이였다. 거절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었는데 거절한다라는 표현을 못했다. 표현을 못하니까 내 마음이 자꾸 나와 멀어졌다. 가장 친밀해야 하는 나와 자꾸 멀어져 가니 갈등이 자주 생기고 스트레스를 자주 받았다. 나는 내 마음을 거절하고 계속 살아왔다. 표현하지 못하니 당연히 슬픔이 많아졌고, 불안함도 쌓여갔다. 자꾸만 내 마음을 거절하면 나처럼 이렇게 된다.
나는 마음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마음을 잘 모르면 의도치 않게 거절을 자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슬픔이 쌓여간다. 자꾸만 속으로 말하게 되고, 글을 쓰게 된다. 글쓰기는 내게 마음을 표현하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얼마 전 박사논문을 쓰는 한 분이 나를 찾아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물으셨다. 인터뷰를 하며 나는 알게 되었다. 내게 가장 편안하고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이 나의 글이라는 것을 말이다. 내 마음은 내 글에만 있더라.
여행은 마음을 찾아가게 해 준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가면 끄적일 것을 꼭 챙긴다. 끄적이는 것이 나의 익숙한 취미다. 내가 좋아하는 것, 여행과 글. 두 가지 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여행을 통해 자꾸 마음을 알게 되고, 글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게 된다. 나는 마음을 잘 모르는 사람인데 마음과 조금씩 친해지는 중이다.
나는 마음을 배우는 상담사이다. 이런 내가 마음을 이야기하는 상담사가 되었다. 내 마음도 잘 몰라서 헤매던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는 일을 한다. 그들의 마음과 친해지는 것도 나의 즐거움이 된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노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두드리고 한참을 기다려줘야 하는 사람도 있고, 두드리지도 못하고 서있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들은 끝내 마음을 열어 준다. 그게 너무 고마워서 상담을 한다. 그들이 마음과 친해질 수 있도록 나도 매일 내 마음과 친해지는 연습을 한다. 마음과 친하다는 말이 나올 수 있을 때 상담은 종결이 된다.
지금도 마음과 친해지느라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행을 가보기를 권한다. 여행은 자신을 보게 하는 거울이며 마음을 알 수 있게 되는 수많은 계기를 제공해 준다. 당장 내 마음에 물어보자.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가
대답을 알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일어나라. 당신의 마음을 따라가기 시작하라. 따라가다 보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친해진다. 나는 평생 마음을 따라가는 당신을 응원하고 싶다. 당신이 나를 응원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