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쓸 만한 조과장 Oct 29. 2022

코로나 격리기간 마지막 날 소회

오늘로 코로나 확진된 지 7일 차이다. 오늘이 지나면 자가격리는 풀린다.


덕분에 한 주간 회사를 안 나가고 집에서 쉴 수 있었다. "이야~~~ 회사를 안 나가는 게 이렇게 좋은 건가!" 생각이 들 때면 발열과 기침이 찾아왔다. 갑자기 열이 올라 식은땀이 줄줄 흐리기도 했고, 갑자기 오한이 찾아와 벌벌 떨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기도 했다. 정말 고통과 행복이 공존하는 한 주였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혼자만의 휴식기간을 가지게 되었다. 잠 도 넉넉하게 잤고, 집안에 새 물건도 장만했다. 오래간만에 책장에 꽂힌 책들도 꺼내 읽었다. 여유롭게 책을 읽다 보니 내 모습도 돌아보게 되었다. 최근에 몸은 못느꼈지만 힘들었던 일들,  생각만 하고 놓치고 지나쳤던 감정들을 되살려봤다. 


그렇게 격리기간 동안 생각하며 느꼈던 것들을 다음과 같이 기록해봤다.



1. 할 일에 매몰된 삶


생각보다 일에 치여 살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절대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막상 쉬어보니 일생각을 많이 하며 살고 있었다. 단순히 회사에서 몇 시에 퇴근하고 얼마나 일하는지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가 계속해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며 사는 게 문제였다.


회사에서는 과장이라는 직위가 주는 무게감이 있었다. 작년까지는 대리였지만 올해는 과장으로 일을 처리해야 했다. 처리해야 할 일도 많았고 일 자체도 만만치 않았다. 내 업무도 잘 해내야 하지만 이제는 후배들의 업무들도 잘 챙기고 봐줘야 했다. 그러다 보니 동료들에게 말 못 할 화도 많이 쌓였었다. 


회사 동료들과 심리테스트로 분노지수를 테스트해본 적이 있다. 분노지수는 Lv1 ~ Lv8까지 있었고, 주변 동료들은 주로 Lv3 또는 Lv4 정도가 나왔다. 근데 나만 Lv8이 나왔다. 가장 높은 분노지수였다. 주변 동료들이 보기에는 평소 화내는 모습도 없다 보니 분노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고 했다.  


퇴근 후에 삶도 여유롭지는 않았다. 연초부터 영어와 노무사 공부를 했었다. 퇴근 후에는 책상에 앉아 공부를 했고 쉬는 날에는 독서실로 향했다. 시험을 앞두고는 거의 일끝나자마 독서실로 향했다. 공부를 병행하며 틈틈이 코멘토 부트캠프도 운영했다. 파이프라인이 끊어지면 안되기에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주어진 일들을 하다 보니 성과는 나왔다. 일도 큰 문제없이 마무리가 됐고, 노무사 시험도 1차 합격했다. 다만 그 외 다른 것들에는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운동, 취미, 관계, 재테크 공부 어쩌면 당장에 놓인 일보다도 잘 관리하고 계획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은 뒷전으로 미루기 일상이었다. 


이상은 높은데 계획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네요. 이렇게 달려가기만 하면 뒤를 돌아봤을 때 건강, 친구 다 잃을 수 있어요


여자 친구와 함께 간 심리카페에서 나의 진단 상태를 보고 심리상담사가 해준 말이었다. 쉬면서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무엇인지를 좀 더 생각해봤다. 지금처럼 사는 게 정답은 아니라는 말이었던 거 같다. 철저한 계획없이 무작정 주어진 일에만 몰입한다면 더 중요한 걸 얻지도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


아플 때 혼자인 게 제일 서럽다고 한다. 평소에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도 몸이 아프면 제대로 되지가 않는다. 코로나가 걸리니 찬물도 못 마시겠고 밥도 목이 아파 잘 넘어가지가 않았다. 침대에서 꾸역꾸역 화장실을 가는 길에 발가락을 침대 모서리 찍었다. 이게 뭐라고 더 서러워진다.


회사에서 방역담당을 병행하며 코로나와 관련된 업무들을 맡아 처리했다.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코로나 걸린 직원들은 다 알게 되었다. 3년간 워낙 코로나 걸렸다는 소식들을 많이 들으며 업무 처리하다 보니, 나에게 코로나 확진은 별 대수롭지 않은 일정도로였다. 막상 내가 걸려보니 별 대수롭지 않은 건 절대 아니었다.


격리기간 동안 주변 사람들이 많이 걱정해줬다. 여자 친구는 격리기간 동안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반찬들을 전해줬다. 엄마도 평소와 달리(?) 몸조리 잘하라고 반찬을 푸짐하게 보내줬다. 회사 동료들도 죽이랑 면역 회복제, 배달 쿠폰 등을 보내줬다 해주었다. 생각보다 회사 동료들로부터 안부 연락도 꽤 받았다. 


회사를 다니면서 나름 좋은 동료들을 만났다. 하지만 일부로 좀 더 친해질 거 같으면 내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 누구 가족상이 있다거나 입원을 했다해도 연락을 하거나 방문하지는 않았다. 처세술 정도만 생각하며 진심으로 대하지는 않았다. 차라리 그 시간을 나를 위해 더 쓰곤 했다. 


직장에서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다니고 싶지는 않아 적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아프고 나니 주변에 내가 오히려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적어도 동료라면 아프거나 힘들 때는 관심을 주는게 도리인거 같았다. 주변사람들의 소중함을 배웠고 지난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3. 불편함 속에 본질


그동안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책들을 다시 꺼내 읽어보았다. 저자 팀 페리스가 쓴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은 내가 읽을 때마다 매번 새롭게 인사이트를 얻는 책이다. 이번에도 책을 읽다가 눈이 멈추는 문장이 있었다. "지금 당신이 불편한 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그 불편함을 스스로 깨야 성장할 수 있다. "


이 글을 읽고 내가 최근에 불편함을 느낀 것들, 의도적으로 피하려고 있는 것들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봤다. 빠르게 3가지가 떠올랐다. "글쓰기, 스마트스토어, 부동산"이었다. 3가지의 공통점은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실천을 하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기 때문이었다.


과연 될까?


나는 스스로를 제약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불확실성을 회피하고 있었다. 저게 될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저거 안되면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을까? 등  불안한 마음에 결정을 뒷전으로 미뤄두고 있었다. 결코 이건 내가 다른 걸 잘하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새로운 불확실성이 내게 오는 걸 방어하고 싶을 마음이 클 뿐이었다.

 

내가 새롭게 도전하면 더 성장할 수 있는 분야는 명확했다. 그동안 매번 생각만 했던 글쓰기를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써서 브런치 북 공모전에 내기라도 해봐야 한다. 스마트스토어도 생각만 하지 말고 사업자등록증이라도 내봐야한다. 부동산도 책으로만 익히지 말고 본격적으로 임장도 나아보며 매물 감도 익혀야 한다. 


지금 불편하다고 느끼는 현실이 있고 원하는 미래가 있다면 그동안 내가 하지 않은 것들을 해봐야 한다고 느꼈다. 하나하나 다시 부딪혀 가며 배워야 한다. 결국 불편함의 본질은 부족함과 불안함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부터 더 성장하기 위해서 불편한 것들을 부딪히며 살아보리라 생각했다.



사람이 쉽게 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한번 아프고 나니 조금은 나를 더 돌아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몸도 회복이되었고 정신도 맑아졌다. 어쩌면 내게 정말 필요했던 휴식이 아니었나 싶다.

 


 

이전 14화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