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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Jul 03. 2022

시험이 끝나고 뜨거운 여름이 왔다

직장인으로 수험생활 소회

요즘 날이 부쩍 덥다. 이제 7월인데 기온이 35도씩이나 올라가다니.. 앞으로 얼마나 더 날씨가 더워지려고 이러는 걸까 싶다. 비 온 뒤 습한 날이면 시원한 곳에 가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있는 게 최고이다. 남의 집 전기세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좀 쐬고 보자 싶어 오늘도 에어컨 핑계(?)로 독서실로 향했다.  


독서실에는 담도 덮어가며 보낼 정도로 선선하다. 독서실에는 주말을 반납해가며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꽤나 모여있다. 나 또한 집중해서 공부가 필요할 때는 집 주변 환경 때문에서 책이 손에 잘 잡히지가 않아 독서실을 간다. 다행히 최근에 집에서 5분 거리에 새로 독서실이 생겨 가는데 이동 동선이 짧아졌다.


1차 시험이 끝나면 쉬면서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했는데 이 또한 손에 잘 안 잡혀 시험 이후 1개월을 미뤄뒀다. 미루다 미루다 보니 또다시 공부를 해야 할 시기가 도래하여, 오늘은 가볍게 지난 3개월간의 소회를 남겨보고자 한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나에게는 특별했던 지난 시간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영어 커트 넘기기, 노무사 1차 시험 준비(3.25.~)


노무사 1차 시험 접수를 2주 앞두고 본 영어시험에서 1문제 차이로 시험 접수 기준에 맞추지 못했다. '1점 차로 떨어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느껴며, 그동안 대학이랑 회사 붙으며 좋은 운을 다 썼나 보다 싶었다. 그래도 다행히 노무사 1차 시험 접수 마지막 날에 영어점수가 나오는 시험이 있어 한번 더 시험에 응시를 했다.


두 번째 영어시험까지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7일 정도 있었기에 보완하기에는 충분했다. 아무래도 첫 시험에서 1점 차이로 떨어져서 어느 정도 감을 잡았었다. 부족한 듣기랑 독해 위주로 공부를 했고, 다행히 커트를 넘길 수 있었다. 영어시험 점수가 업로드되자마자 노무사 1차 시험 접수에 들어갔다.


시험 접수 마감 시간을 2시간 남겨서 인지, 내 주변 서울 경기 지역의 시험장은 접수가 마감되었다. 시험 당일 새벽부터 대전까지 내려가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인천 시험장에 몇 자리가 남아서 다행히 수도권에서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시험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에 앞서부터 난항이 예상되는 접수 날이었다.


2. 직장인의 7주 수험생활(3.26~5.13.)


우선 수험생활 얘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내 상황을 말해주자면, 나는 기본적으로 2019년 12월부터 나름 3개월가량 노무사 1차 시험을 준비한 경험이 있다. 인강도 들으며 꽤나 열심히 공부했는데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시험일정도 미뤄졌고, 맡은 회사 업무도 코로나 대응으로 바쁜 터라 20년 시험을 치르지 못하였다.


그래도 나름 힘들게 공부를 했던 터라 2년간 회사에서 노무업무를 맡았었다. 업무 덕분에 공부했던 내용들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사라지지도 않았고, 간간히 공부한 것들을 써먹으며 기억들을 붙잡을 수 있었다. 즉 아무 베이스도 없이 직장인으로 회사를 병행하며 7주간 수험생활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주라는 시간은 과거의 공부한 내용을 복원하면서 바뀐 법 개정사항을 습득하고 문제풀이를 하며 시험에 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었다. 특히나 회사생활과 코멘토 등 다른 일들을 병행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수험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동안 살아오던 생활패턴을 많이 바꿔야만 했다.


우선 업무시간외에는 여자 친구 외에 일정 만들지 않았다. 절대적으로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기에 이전처럼 일 끝나고 누군가를 만날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술을 당분간은 끊기로 했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더라도 홀로 캔맥 하며 저녁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공부를 위해 혼자 먹는 술도 먹지 않았다.


출퇴근 길에는 유튜브와 게임 대신에 앱으로 노동법과 기출문제를 풀며 갔다. 시간이 많지 않기에 최대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가며 공부를 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에 이용시간을 설정해놔서 특정 시간 이상 유튜브를 보면 사용을 금지하도록 설정해 놨다. 스마트폰이 공부의 최대 적이었다.


시험을 3주 앞두고는 가능한 퇴근 후에 독서실로 향했다. 독서실을 가고 싶어서 가는 건 아니다. 힘들고 지칠수록 집이라는 환경에서는 내가 공부를 잘 안 할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 말고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는 말이 있다. 그냥 가기 싫더라도 눈 딱 감고 독서실로 발 걸을 향했다.


기간이 짧기에 새로운 강의를 다시 듣기에는 벅찼다. 대신 기출문제지와 이론서를 중심으로 최대한 많이 읽고 내용을 암기하려고 노력했다. 이전에 한창 공부할 때 유튜브에서 여러 공부 학습법을 봤는데, 그중에서는 이윤규 변호사 공부법이 꽤나 나에게는 잘 맞았던 거 같다. 그 방식을 살려 읽고 풀기를 반복했다.


(이윤규 변호사 공부법이라고 지금도 유튜브에 검색하면 영상들이 많이 나온다. 형광펜으로 주요 내용들을 밑줄 치며 반복 읽기를 통해 시각적으로 내용을 외우는 것이다. 수험공부를 시작하시는 분들이면 추천드린다)

못 알아보겠지만.. 나는 알아볼 수 있게 밑줄 쳤다...

 

시험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자신감이 많이 사라졌었다. 노무사 1차 시험은 노동법(1,2),  민법, 사회보험법, 경영학(선택과목) 5과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에 노동법은 이전에 공부한 경험과 업무내용 바탕으로, 사회보험법은 양이 적어서 달달 외우며, 경영학은 그래도 대학교 때 전공으로 커버가 되었다


하지만 법 베이스가 없는 나에게 민법은 너무나 큰 난관이었다. 전략적으로 공부하려고 하지만, 일단 범위도 넓고 말도 어렵게 쓰여있다 보니 이건 40점 넘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시험 한주 앞두고 찾아왔다. 지친 마음에 오랜 수험생활을 한 친구에게 전화도 해보고, 자기 암시도 계속하며 억지로 책상에 앉았던 거 같다


민법은 과락만 넘기지는 마음으로 시험 5일 전 족집게 특강을 들으며 자료집을 뽑아 계속 봤었다. 다행히 시험을 2일 앞두고는 휴가를 쓸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온전히 독서실에서 수험공부만 하며 보냈다. 그렇게 시험 마지막 전날 버스도 다 끊긴 새벽까지 공부를 하며 마지막 밤을 보냈다.


3. 시험 당일 충격의 가채점 결과(5.7~5.14.)


시험 접수를 늦게 한 탓에 아침일찍부터 인천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시험 당일 아침부터 뭔가 기분이 홀가분했던 거 같다. "맨날 책상에 앉아 꾸역꾸역 했던 공부 이제 끝이다"  메이웨더 같은 운동선수들이 연습날들이 지옥이고 시험날은 홀가분하다는지 그냥 기 분을 손톱만큼 느껴보려고 했다.


그렇게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섰다. 그래도 공부를 해서 그런지 민법을 제외한 과목들을 술술 풀렸다. 예상한 대로 민법은 복명이었기에 거의 반은 느낌으로 찍었던 거 같다. 짧은 기간 공부한 거 치고는 나름 선방한 시험이라 생각했다. 정말 민법만 잘 보면 무난하게 합격일 거 같았다.


당일 긴장된 마음으로 집에서 가채점을 해보았다. 그 결과 다른 과목들은 준수하게 나왔는데, 민법만 한 문제 차이로 과락으로 나왔다. 또 한 문제 차이. 올해 1차 떨어지면 후회 없이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는데, 1문제 차이라는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홀가분한 마음이 무거운 마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제일 잘 봤던 노동법 1 가채점 결과, 이때까지는 그냥 무난히 합격할 줄..



4. 실낱같은 희망이 준 최종 결과 기다림(6.15)


그렇게 원래는 끝났어야 하는 1차 시험 스토리였는데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다. 노무사 카페에 들어가니 나처럼 아슬아슬하게 떨어졌다는 글들이 보였고, 그중에 민법 강사가 쓴 문제 이의 신청글이 눈에 띄었다. 다른 수험생도 아닌 강사의 출제오류 이의신청이라니 꽤나 희망이 생길만한 내용이었다.


민법 강사의 문제 출제오류 이의신청은 꽤나 설득력이 있었고 많은 수험생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전에 법 공부를 하신 아버지도 해당 문제가 출제오류라고 하셨기에, 나 또한 홈페이지에 들어가 해당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며 최종 결과가 나오는 6월 15일까지 기다리게 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2차 공부를 하라는 수험카페의 말들도 많았지만, 애초에 이러한 상황에서 잘 집중도 못할걸 알았기에 그냥 쉬기로 했다. 코로나로 못 갔던 여행도 2년 만에 갔고, 주변 사람들도 만나 가볍게 술도 한잔했다. 공부로 저질이 된 체력도 키울 겸 그동안 관심 있었던 테니스도 등록하며 배웠다.


그렇게 시험일로부터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름 바쁘게 지난 거 같은데 그 어느 때보다 시간이 잘 안 갔던 한 달이었다. 아침 9시 발표날의 긴장감은 아직도 생생한 거 같다. 그리고 최종 결과는 합격이었다. 이의신청이 2개나 받아들여져서(이 정도면 시험을 잘못 출제한 거 같다) 무난하게 합격했다


'합격'이라는 통보를 마지막으로 받은 게 아마 6년 전 입사 때 아녔을까. 솔직히 조금(?)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영어시험부터 3개월간 아슬아슬한 날들이 많았기에 단정 지을 수 없었다(내 운은 아직 살아있다ㅠ) 합격이라는 단어를 본 순간보다 합격 소식을 주변에 알렸던 그 짜릿함이 올해의 최고의 기억이지 않을까 싶다.

이놈의 민법...


5. 1차 시험의 소회, 그리고 교훈


처음부터 계획을 잡고 시작한 공부는 아니었다. 그랬다고 한다면 1월부터 찬찬히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했을 것이다. 올해 2월 회사에서 승진을 하고 단기간의 목표가 사라진 시기였다. 그러다 문뜩 2년 전 공부하고 도전하지 못한 노무사가 떠올랐고, 얼마 안 되는 기간이지만 후회를 남기지는 말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일찍이 고민하고 시작했다면 겁먹고 시작하지 않았을 시험이기도 하다. 나는 엉덩이가 무겁지 않기에 이런 수험생활에는 잼병일 거 같다고 그렇게 믿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냥 한 번쯤은 도전해봐야 후회 없을 거 같아, 더 고민 없이 일단 시작한 수험생활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게 된 거 같다.


그만큼 이번 수험생활은 계획과 체력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시험이었다. 공부를 하면서 멘탈관리를 위해 동기부여 유튜브 채널을 종종 보곤 했다. "시험이라는 건 열심히 한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가 아닌,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의 차이"라는 정승제 선생님의 말이 참 가슴에 와닿았던 거 같다.


막상 긴 수험생활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이 있을 뿐. 하는 사람은  결국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의 생활패턴을 바꾸고 공부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에 나는 수백 번 아니 수천번 스스로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되뇌었다. 마음이 나약해질 때마다 습관처럼 이 말을 반복했던 거 같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기에 또 남은 시험을 위해 공부를 시작하고 있다. 합격수기 어디를 찾아봐도 2개월 만에 2차까지 공부해서 동차로 합격한 회사원은 없다. 그런 글이 없다 하여 애초에 포기하고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다면 떨어지더라도 그 나름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여름이 될 거 같은 올해 여름이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시원한 독서실로 향하며 꾸역꾸역 의자에 엉덩이를 밀어 앉아본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스스로 단정 지을 필요도 없고, 미리 겁먹고 주저할 필요도 없다. 여러분도 그동안 생각하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올여름 한번 도전해보면 어떨까 싶다.


만약에 그게 공부라면 장소로 독서실을 추천한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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