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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May 24. 2020

멘토님 덕분에 붙었습니다!!!!

나답게 사는 법

: 멘토님 덕분에 붙었습니다!!!!. 멘토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감사드립니다!


한 메시지에 느낌표가 8개다. 저 카톡 메시지를 받고 든 내 표정은 흐뭇한 미소가 아닌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합격했다고 보냈으니 정말 합격했겠지만 옆에 붙들고 "아 진짜? 합격했다고?"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만큼 어리둥절하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 잠시 흥분을 감추고 조금 어색하게 축하 답장을 보냈다


: ㅎㅎ축하드려요 진짜. 그래도 출근 전에 과제는 잊지 말고 제출해야 해요


멘티가 보낸 느낌표 다닥다닥 붙은 메시지에 비하면 정말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답장이었다. 솔직히 맘 같아서는 전화라도 하고 싶었지만 단톡방에 보는 눈도 있고 개인연락처를 모르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봐도 기분이 좋은 메시지다. 맘속으로는 느낌표 4개를 보냈다. "야! 정말 축하한다!!!!"


나는 5월 초부터 코멘토에서 사무행정 직무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 코멘토를 알게 된 것은 공공기관을 다니는 대학 동기 모임에서였다. 서로 각자의 부업에 대해 얘기를 하던 중 한 형이 코멘토를 알려주었다. 코멘토는 쉽게 말하면 직장인들이 취준생들에게 실무에 대해 알려주고 여러 가지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직장인 입장에서 취준생들이 궁금해하는 직무 궁금증에 답변을 달아주었다. 그러다 코멘토 측의 추천으로 정식적으로 직무부트캠프라는 온라인 강의를 열게 되었다. 직무 부트캠프는 5주간 직무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고 실무와 비슷한 과제를 부여하고 피드백해주는 온라인 과외라고 보면 된다. 나는 수강생을 4월부터 한 달간 모집하여였고 4명의 멘티와 함께 오늘까지 4주 차 강의를 진행하였다.


본래 직무 부트캠프 목적이 직무에 대한 이해이다 보니, 정해진 플랫폼(단체 카톡) 외에서 메일 등으로 자소서 첨삭을 해주는 게 금지되어있다. 다만 나는 취준생들의 어려움도 이해가 가고, 멘티들에게 자소서 첨삭을 받으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고 말하기가 싫어, 개인적으로 필요한 멘티들이 있으면 메일 등으로 자소서 첨삭을 해주고 있다. 덕분에 직무 강의 외에도 추가 과업인(?) 자소서 피드백을 하게 되었다.


자소서 첨삭도 가볍게 해주면 괜찮은데 내 성격상 그게 잘 안되었다. 빨간색으로 고쳐 쓰고 틀린 부분 밑줄 치고,  고쳐 써준 예시도 보여주고 이러다 보니 한글 두페이지가 그냥 넘어갔다. 강의 준비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하루는 퇴근 후에 새벽 2시까지 멘티가 쓴 자소서를 보고 있다보니 괜히 한다고 했나 후회도 들었다. 그렇게 피드백을 보내고 며칠 뒤 그 멘티로부터 첨삭받은 자소서가 합격했다는 카톡을 받았다.


:멘토님 저 덕분에 서류 합격했어요ㅠ 감사합니다 저 면접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 제가 면접이 처음이라서요..


집 가는 중에 저 카톡을 받고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물론 내 피드백을 받아서 합격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저 멘티가 합격하는데 나도 일조했다는 게 기뻤다. 그래서 그날도 집에 가서 면접에 대한 부분을 준비했다. 공고 내용도 보고, 예상 질문도 만들어 보고, 면접이 처음이니 대략적인 면접 시나리오랑 태도, 말투, 스킬 등을 적어줬다. 아무래도 인사팀에 근무하다 보니 옆에서 봐 둔 것들이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면접 날 면접문제가 예상 질문과 비슷하게 나와서 잘 답변했다는 톡을 받았다.  그리고는 면접 중에 집이랑 직장이랑 거리가 먼데 직장 출퇴근이 가능하겠냐는 질문을 받아 걱정이 된다고 했다. 나는 답장으로 "그건 ㅇㅇ님이 맘에 들어서 질문한 거니 너무 걱정하지도 말고, 그렇지만 면접은 알 수 없는 거니 너무 큰 기대도 말아요."라고 답해줬다. 될거 같으면서도 혹여나 떨어졌을때 실망하지 않으까 싶어 신중하게 답했다.


그러고 어제 최종 합격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기쁘기도 했고 한편으로 뭉클하기도 했다. 돈도 더 안주는데 새벽까지 자소서를 봐주며 약간의 후회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보상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으로는 살 수없고, 만족도 조사에 별 5개로는 채울 수 없는 더한 기쁨과 뿌듯함이 있었다. 천장에 아무도 없지만 "나 이렇게 살고 싶었던 거 맞지?"라고 혼잣말을 되묻고 싶었다. 그만큼 기분이 좋았다.


작년에 모교에 찾아가 동아리 학생들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주로 취업에 대한 얘기였는데, 강의 말미에 한 학생이 내게 어떤 앞으로 어떤 목표가 있냐고 질문을 했다. 준비한 답변은 아니었지만, 머릿속에 스치는 목표로 "테드에 나가서 강의를 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근데 실제로도 어린 시절 그런 목표가 있었다.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  강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은 문득 "되고 싶다"가 아니라 "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테드처럼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몇몇 사람에게는 선한 영향력을 주는 강의와 도움을 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작가가 되고 싶은 것도 강의를 하고 싶은 것도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가 하루하루 만들어가는 작은 실천들이 그 꿈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생각이 들면 나도 모르게 뭉클해진다. 잘하고 있다고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요즘 가수 비(정지훈)가 다시 대세다. 네티즌이 만든 깡 패러디와 밈으로 인하여 비는 다시 새로운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나도 비의 이전 팬으로서 기쁘고, 이전 노래들을 들으며 추억에 빠져 살고 있다. 그러다 최근에 "놀면 뭐하니" 프로그램에 비가 나온 걸 보고, 비는 비답다고 느꼈다. 자신의 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대중과 타협하려는 노력, 그럼에도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는 것이 성공의 비결 혹은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요즘 코멘토를 하면서 또 브런치와 인스타에 글을 쓰면서 나다운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고 느낀다. 그것이 누군가에 선한 영향력을 계속 준다면 계속하고 싶고 나답게 가꿔 나가고 싶다. 그렇다면 나도 비처럼 나이가 들어도 누군가에게 내 신념을 한결같이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그런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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