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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Jul 21. 2020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냥 하세요

내가 꿈꾸던 강의를 하고 와서

# 강의를 하고 왔습니다


"이렇게 가면 늦을 거 같은데"

"그러니까 우회해서 빨리 가고 있는 거 아니냐"

"아이 그냥 내게 알아서 간다니까"


나의 첫 오프라인 강의가 잡혔다. 아버지와 나는 차 안에서 티키타카를 하며 근처 정류장으로 향했다. 아버지는 좀 중요한 날이면 기어코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시려고는 했는데 그러면 항상 늦게 도착하였다. 이번에도 나는 목적지에 늦을까 봐 만류를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아버지의 차를 타고 강의를 하러 갔다.


강의장소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해있는 고양청취다방이었다. 고양청취다방은 청년들에게 필요한 취업특강, 문화프로그램들을 진행하 청년문화복합 공간이다. 강의 제안은 내가 4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코멘토를 통해 요청이 왔다. 약 3주간 직무부트캠프 참여자를 모집하였고 며칠 전 모집이 마감되어 강의가 확정되었다.


강의실에서 도착하자, 안에는 늦은 나를 반기는 담당자님이 pc를 세팅하고 계셨다.  "오늘 강의해주기로 한 강사분 맞으시죠?" 늦어서 죄송하는 말은 뒤로한 채 우선 강사라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강의장은 내가 생각한 거보다 넓었다. 생각보다 조금 큰 강의장 앞에 서서 발표 세팅을 준비하다 보니 약간의 긴장감도 돌았다.


다행히도 강의를 신청하신 분들이 다 와있었다. 내 강의를 들으러 온 분들은 대부분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 또는 졸업생들이다. 회사 경험이 있는 분도 있고, 이번에 처음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도 있어 보였다. 마스크를 끼고 있으니 나이를 분간하기 어려웠지만 나이는 강의 진행에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가볍게 서로 이곳에 온 목적을 얘기했다. 나는 회사를 다니며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자 왔다고 했고 오신 분들은 공공기관 사무행정이 어떤 일을 하고 자신이 적합한지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식품학, 컴퓨터공학, 심리학 등 각자가 배웠던 전공도 달랐고, 수원, 김포 등 먼 곳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강의는 100분간 진행이 되었다. 나는 그동안 공공기관을 다니며 느꼈던 것, 그리고 현 부서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그리고 취업에 관한 궁금증 등을 정리하여 강의자료를 준비했다. 그리고 공공기관은 어떤 곳인지, 공공기관 사무행정직은 무슨 일을 하는지,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장단점, 마지막으로 앞으로 5주간 나와 직무부트캠프를 통해 수행하게 될 과제들은 무엇인지 설명을 하였다.


다행히도 강의 분위기가 좋았다. 강의 막바지에 새벽 감성으로 쓴 오그라드는 취준생 응원 멘트도 생각보다 많이 웃어주었고, 핸드폰을 보거나 중간에 나가는 사람 없이 강의를 집중해서 들어줬다. 강의 중간중간 필기하는 모습을 보며 강의의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올해 첫 강의는 무사히 박수를 받으며 마치게 되었다. 그렇게 집에 가는 길에 아버지의 익숙한 전화가 왔다


"강의장에 사람들 많이 왔냐"

"어어 다 왔어"


# 강연을 하며 다니고 싶다


"난 커서 강연을 하며 다닐 거야" 

"그건 네가 좋은 직장 다니고 하면 다~할 수 있는 거야"


어릴 적 아버지에게 강연을 하며 다니고 싶다고 말하면, 코웃음을 치며 좋은 직장 구할 생각을 하라고 했다. 아버지의 말을 이기고 싶었지만, 딱히 이 길 말이 떠오르지는 않았던 거 같다. 아버지 말처럼 좋은 직장을 다니고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위치에 서면 당연히 좋은 강의 기회는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사회적인 지위보다도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그런 생각과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 같다.


그래서 나는 레드카펫에 선 배우나 큰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보다 강의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였다. 마음을 울리기도 하고, 눈물을 쏙 빼기도 하고, 담담하게 집중하게 하는 사람들을 닮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도 코난 오브라이언 쇼, 세상을 바꾸는 시간 그리고 TED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에는 사람들 앞에 강연하는 내 모습을 많이 꿈꿨다. 친구들에게는 나대는 사람처럼 보일 거 같아 맘 속에 간직한 꿈이었지만 일상에서도 내가 강연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 보려고 했다. 그래서인지 종종 외부에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생겼던 거 같다.


한 번은 모교를 방문해 동호회 후배들 대상으로 대학생활과 취업에 관한 강의를 했다. 동호회 후배들을 위한 강의는 익숙한 학교 강의실에서 진행이 되었다. 당연히 강의료는 없었고 대신 뒤풀이 때는 내 지갑을 열어서 술을 사줬다. 나간 비용보다는 후배들이 찾아줬다는 점에 뿌듯함이 컷던 첫 강의였다.


그리고 두 번째 강의는 성남시 지원센터에서 제안을 받았다. 강의내용은 회사에서 하고있는 업무와 관련된 설명회로 강의 대상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었다. 여기서는 생전 처음 강사료라는 것을 받았다. 오신 분 중에는 기차를 타고 3시간 넘게 오신 분도 있어서 강의시간을 오버하여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강의라고 하기에 조금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두 경험 다 내게 의미 있는 강의로 남기기로 했다


이번 강의는 앞선 강의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 우선 학교 동호회나 회사라는 소속을 떠나 강의를 제안받았다는 점이다. 취준생을 대상으로 한 현직자의 강의이기에 회사라는 소속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내게 제안이 왔다는 것은 나름 내 강의 계획과 평이 괜찮아서가 아닐까 속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강의를 앞으로 계속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 강의는 일회성으로 끝났지만, 이번 강의는 몇달간 진행이 된다. 그러다보니 멘티들과 서로 피드백을 하며 내 부족한 점도 돌아보게 되고,  계속 소통하다보니 강의의 질도 좋아지는 거 같다. 온라인 강의까지 합쳐서 3차까지 진행하였으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거 같다. 


#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하자


처음 현직자가 도와주는 직무 멘토링 "코멘토"를 알게 된 것은 올해 3월이었다. 내게 올해 3월은 한창 바쁜시기였따. 코로나 업무로 하루가 멀게 야근하였고 브런치도 막 글을 쓰기 시작할 때였다. 그럼에도 강의를 하고싶어서 였는지 '코멘토'를 알게 되고 쉽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퇴근 후 책상에 엎드려 자며 새벽까지 강의계획서와 과제제안서를 작성했고, 어찌어찌 부실한 계획서로 4월부터 신청자를 모집하였다.


강의에 대한 노하우나 자신감이 있어서 시작하지는 않았다. 그냥 했다. 시간이 되면 되는대로 안되면 만들어서 준비를 했다. 4주간 모집한 결과 처음 4명의 학생들이 온라인 세션에 등록을 했다.  멘티들을 대상으로 5주간 성심성의껏 강의를 진행했고, 이전 브런치 글에 작성한 <멘토님 덕분에 합격했습니다>, <한 학생의 인생고민 상담해주다>처럼 값진 경험을 얻기도 하였다.


당연히 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았고 지치는 순간들도 있었다. ZOOM 연결이 안 되어 거실 소파에 앉아 마이크를 잡고 강의를 하기도 했으며, 출근 전날 새벽 3시까지 멘티들의 과제를 봐주다가 잠이들기도 했다. 처음부터 잘해서 했던 것이 아니라 일단 상황이 닥치니까 이에 맞게 계속 맞춰가며 진행을 했던 거 같다.


그렇게 한 번을 잘 마치다보니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앵콜 강의 요청이 오고 고양시 제휴 강의가 들어왔을 때, 조금 고민이 되기는 했지만 일단은 하겠다고 했다. 결정을 하고나니 잉여롭게 보내던 시간들이 보였고, 그시간을 쪼개다 보니 다 할 시간들은 생겼다. 지금도 어설프지만 차근차근하다 보니 다 할 수가 있었다


만약 올해 3월에 나름의 더 고민을 해본다고 코멘토를 안 했으면 어땠을까? 회사업무에 집중하거나 혹은 집에와서 조금 더 자고 싶다고 느꼈으면? 혹은 지금은 내가 강의를 하기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접었으면 어땠을까? 아마 잠시 시간을 두고 저렇게 고민했다면 지금의 나는 몇 년 뒤에도 없었을 거 같다.


세상에서 가장 긴 거리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로 한다. 그만큼 생각을 몸으로 행동하는 것은 어렵다. 운동을 하기 위해 문 밖을 나가는 일, 글을 쓰기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책상에 앉는 일, 그리고 내가 원하던 어린 시절 꿈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일, 생각을 깊게 고민할 수록 움직이는데  많은 에너지가 따른다.


그래서 가끔은 하고 싶은 일은 깊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는 게 답인 거 같다. 당연히 시간이 없고, 당연히 바쁠거고 막상하다보면 순탄치 않을 거고, 순간순간 괜히 했나 생각이 들겠지만, 그래도 미루는건 답이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귀찮음과 고통은 순간이지만 이걸 이기고 오는 만족감은 길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는 TED무대에 서서 내 목소리를 전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이전에는 멀다고 느꼈지만 이제는 그렇게 멀지 않다고 느낀다 마음속에 간직한 꿈이 있다면 깊은 생각 말고 스스로를 믿고 그냥 해보면 어떨까 싶다. 우리들은 이전에 우리가 그래 왔던 것 처럼 막상 하면 잘 해낼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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