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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Aug 23. 2020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린다

마지막 강의를 하고 나서

# 마지막 세션을 마치며


지난주 토요일, 코멘토 직무부트캠프의 마지막 오프라인 세션을 진행했다. 떨림과 새로운 마음으로 진행했던 첫 강의를 마치고 벌써 5주가 지났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4월부터 3번의 직무 부트캠프를 운영하며 여러 멘티들을 만났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진행했던 첫 강의라 평소보다 아쉬움이 짙은 발걸음이었다.


강의장소로 향하는 길에는 멘티들에게 줄 소소한 선물도 샀다. 앞으로 멘티들을 어디서 볼지 혹은 못 볼지도 모르겠지만, 그럴수록 뭔가 빈손으로 강의장에 갈 수가 없었다. 카페에서 선물을 고르고 마지막 강의장으로 발걸음을 향하니, 손은 무거워졌지만 발걸음은 좀 더 가벼워졌던 거 같다.


강의장에 들어서고, 나의 마지막 강의는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멘티들은 과제 발표와 마지막 세션을 맞이하는 소감을 말했고, 나는 한 명 한 명에 대해 인상적이었던 부분과 조금씩 더 나아지면 좋을 얘기들을 피드백 자료에 써주었다. 이중에 한 명이라도 세션을 통해 얻어간 게 있다면 후회가 없는 강의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 마지막 강의를 되돌아보며 생뚱맞게도 별거 아닌 장면을 떠올렸다. 그 장면은 쉬는 시간에 멘티들이 책상에 팔베개를 하고 자는 모습이었다. 마지막에 오글거리는 멘트도 날리고, 멘티들의 감동적인 소감도 들었는데, 왜 멘티들이 팔베개를 하고 자는 모습이 떠올랐을까. 혼자 피식 웃으며 고민에 빠져보았다.



# 팔베개가 기억에 남는 이유


대학교 시절 개인적으로 선망하던 선배 한 명이 있었다. 선배는 총학생회 회장, 학교 행사 mc, 앨범도 낸 뮤지션으로 학교 인싸였다. 카카오톡 프사는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는 모습, 멋진 슈트를 입고 화려한 조명(?)을 받는 모습, 앨범 커버 등이 있었다. 말도 위트 있게 잘하고 얼굴도 잘생겨서 이성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그 선배가 멋있어 보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 선배처럼 무대를 휘어잡으며 화려한 mc로 활동하고 싶지는 않았다. 단지 내가 선망했던 건 선배가 무대 위에서 보여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마치 무대 위 모습이 내 자리인 거처럼 있으면서도 학생들에게는 겸손함을 유지하는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는다.


또 생긴 건 다르지만 대학교 교양수업 중 철학과 교수님도 생각이 났다. 교수님도 강의를 할 때면 항상 자신감이 넘치셨다. 학생들은 졸고 있지만 철학의 역사를 얘기할 때마다 "애들아 이 내용이 너무 흥미롭지 않아"라고 묻는 듯한 눈동자와 그 특유의 말투가 있었다. 마치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에 심취해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런 사람들이 참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세션은 잠시나마 내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 준 거 같다. 이 강의장이 내 자리인 마냥 설명하고 무언가에 심취한 듯 얘기하는 모습 말이다. 멘티들도 자리를 나가지 않으며 딴짓도 안 하고 내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해주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도 더 하나라도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서로가 강의하고 집중하며 쏟아낸 1시간이 지나자 의자에 털썩 앉게 되었다. 그리고 멘티들도 하나둘씩 책상에 팔베개를 하며 눕게 되었다. 열정을 쏟은 만큼 그들도 보답을 해주었다랄까. 물론 순간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팔베개를 하고 자는 순간이 괜스레 기억 속에 남는다.



# 꿈을 꾸는 사람들의 도시 라라랜드


최근에 라라랜드라는 영화를 봤다. 정말이지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는 가장 진한 인상을 준 영화였다. 작품성도 그렇고 영화 속 모든 장면과 음악 하나하나가 아름다웠다. 이렇게 영화를 보고 긴 여운을 느낀 것도 오랜만인 거 같다. 무엇보다 영화의 포인트는 두 주인공이 자신들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완성하는 모습들이었다.


극 중 남주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가난한 피아니스트이다. 언젠가 자신의 재즈바를 차리는 게 꿈이다. 하지만 대중에게 주목받지도 못하고 돈이 안 되는 재즈를 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들이 많았다. 그런 와중에 여자 친구인 미아(엠마 스톤)와의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다보니 자신의 초라한 꿈은 더욱 작아보였다.


극 중 여주인 미아는 배우 지망생이다. 그는 유명한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세바스찬과 마찬가지로 현실에서는 매번 오디션에서는 퇴짜를 받았고, 카페 알바에서의 삶도 그리 좋지는 못했다. 그러다 세바스찬을 만나 다시 꿈에 대한 힘을 얻게 되고 세바스찬과 달리 자신의 꿈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세바스찬은 유명한 친구(존 레전드) 밑에 들어가 대중음악을 하며 인기를 타게 된다. 그러면서 점차 자신의 꿈 자체였던 재즈와 미아에게도 소홀하게 된다. 그런 세바스찬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꿈을 향해가는 미아는 결국 갈등을 겪게 된다. 둘의 갈등이 고조됐을 때 미아는 세바스찬에게 아래와 같은 대사를 날린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열정에 끌리게 돼있어, 내가 잃은걸 상기시켜주니까 -미아(엠마 스톤)-


미아는 잃을 뻔한 배우의 꿈을 세바스찬 덕분에 다시 꾼다. 배우와 피아니스트는 서로 다른 분야이지만 연기와 재즈는 꿈을 향한 두 사람의 열정을 지탱해주는 강한 요소였다. 라라랜드에 마지막 장면을 모두가 명장면으로 꼽지만, 나는 서로 각자의 꿈을 이루고 만나는 장면이라 더욱 슬프면서도 아름다웠던 거 같다.  꿈을 꾸는 사람들의 도시 라라랜드가 더 아름다운 건 미아의 저 대사 속 의미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봤다.

영화 라라랜드(lalaland,2016)


# 나의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인정을 받고자 하는 심리적인 욕구는 모두에게 존재한다. 그게 삶의 목표이자 전부는 아니지만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의 품속에서 자라나는 우리들은 인정 욕구가 가장 선천적인 욕구일 수도 있다. 이러한 욕구는 사회적 관계를 가지면서 점차 넓어지고 다양해지게 된다.


이번에 마지막 강연을 하면서 그리고 <라라랜드>를 보면서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중요한 것은 '타인'이 아닌 '나'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사람들로부터 얼마만큼 관심을 받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나의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의 콘텐츠와 메시지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달해주는 것일까?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기쁨과 슬픔, 혹은 꿈을 깨어줄 수 있을까? 그 모습은 학창 시절 봤던 그 선배처럼, 혹은 철학과 과학 교수님처럼, 혹은 라라랜드에서 결국 재즈바를 차리고 자신의 노래를 하는 세바스찬처럼 내 일을 사랑하는 모습일까?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나의 목표도 자세하게 그리게 된다. 강연을 하는 모습보다 내 안에 무엇을 채울까 고민하고, 석사과정도 업무 관련보다는 교육학 쪽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고, 회사에서도 경력개발을 하고 싶어 이것저것 찾아보게 된다. 앞으로 5년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게 만들지 중요한 시기인거 같다.


사람들은 열정 있는 사람들에게 끌리게 되어있다. 강연과 글쓰기 혹은 음악과 연극처럼 그 형태를 다를지라도 사람을 끌리게 하는 본질은 같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 먼저 자신의 일에 열정 있는 사람이 돼보면 어떨까. 그렇게 누군가에게 잃어버렸던 열정을 찾게 해 주는 사람으로 성장해있으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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