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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Sep 27. 2020

세상에 쉬운 길은 없다

그래도 다 하게되더라

세상에 쉬운 길은 없다


요즘 날이 참 좋다. 공원에 가서 피크닉을 즐기기도, 홀로 등산을 가서 산 공기를 쐬기에도 좋을 날씨다. 코로나로 나가고 싶지 않다는 핑계를 대기에는 마스크를 두껍게 쓰더라도 가을이 주는 시원한 공기를 만끽하고 싶다. 그런데 나는 이 좋은 주말에 홀로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고 피드백 자료를 쓰고 있다.


4월 말부터 시작한 나의 새로운 일(코멘토)는 지금까지 잘 순항 중에 있다. 잘 순항하다 못해 넘실거리는 파도에도 휘청거리면서 더 빨리 내가 생각한 목적지에 도달하고 있다. 나의 직무부트캠프는 오늘로 약 30여 명의 학생들이 수료하게 되었다. 11월 말까지도 계속 강의가 잡혀있고, 10월 강의는 9월 초에 조기마감이 되었다.


이렇게 보면 참 기쁘기도 하지만, 막상 순간순간 강의 준비를 하고 과제를 피드백했던 날들은 고단했던 거 같다. 매주 주말마다 홀로 방에 틀어박혀 멘티 한 명 한 명의 과제들을 보며 잘한 점과 부족한 점들을 적어줬다. 한 사람당 30~40분은 잡히니 10명이 넘어가면 6시간은 족히 걸리는 시간이다.


8월 말부터는 두 개의 캠프를 동시에 운영했으니 거의 주말에는 친구도 안 만나고 집에서 강의 준비와 멘티들 피드백만 했다고 봐야 할 거 같다. 어제는 8명이 캠프를 수료하였고, 오늘도 5명 멘티들과 마지막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도 하다 보니 속도는 붙는데 이렇게 보면 정말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다 하게 되더라


처음에 지자체에서 8월에 추가 캠프를 열어달라고 했을 때 손사래를 쳤다. 지금 하고 있는 캠프가 있어 동시에 하기에는 지금 신청한 학생들에게 많은 집중을 못할 거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해당 지자체에서 날짜를 조정해줄 테니 해달라는 두 번째 제안이 왔다. 그때는 그 제안을 쉽게 뿌리칠 수가 없었다. 


처음 직무부트캠프를 시작했을 때는 학생들이 4명이었다. 그때도 4명을 꼬박 도와주는데 주말 하루가 걸렸으니 2개의 캠프를 운영하며 13명의 학생 대상 강의와 피드백을 해주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씩 시간을 쪼개 보고 피드백도 점차 적응하다 보니 하다 보니 기한 내에 다하게 되었다.


주변에서는 회사에서 야근도 하면서 어떻게 글 도쓰고, 다른 일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다니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막상 상황에 닥치면 다 하게 된다."라고 말한다.  나라고 남들보다 자기 통제력이 강해서, 좋아해서 하고 있는 건 아니다. 나도 친구들과 술 먹는 거 좋아하고,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로 보는 거 좋아한다. 


그런데 참는다. 스트레스 좀 받아가며 참는다. 눕고 싶다 가고 소리 지르고 모니터에 앉아서 피드백하고, 친구 불러 술 먹고 싶은 충동이 들더라도 그냥 눈 딱 감고 집에 들어간다. 순간순간 충동이 오지만 한두 번 그 충동에 못 이겨해야 할 일을 안 하기 시작하면 나도 나 자신을 계속 통제하기 어려워지니 말이다. 


그래서 내 상황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조금씩 맞춰간다. 시간을 정해놓고 이때까지는 딱하자. 안되면 카페에 가서 하자. 그렇게 점차 습관을 들이다 보면 몸도 적응하고 스트레스도 줄어들게 된다. 물론 그럼에도 못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지금 브런치에도 한 달 동안 글을 못쓴 거처럼 말이다. 그래도 놓으면 안 된다. 지금도 좀 늦었지만 오늘 코멘토가 정리되는 대로 서랍속에 못다 한 글을 쓸을 정리 하여 발행할 예정이다 


나는 무얼 위해 열심히 사는가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고 한다. 내가 선택한 이 길 또한 여러 기회비용이 따를 것이다. 좋은 날씨에 놀러 가지 못하는 기회비용, 한 주간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는 기회비용, 혹은 코멘토로 인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못쓰는 기회비용, 점차 어른이 돼 갈수록 그런 기회비용은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나는 무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까 고민해본다. 부귀영화를 위해?,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삶을 위해? 치열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가 학생들에게 자주 피드백을 해주는 말 중 하나가 사실 속에서 본질적 인문제를 찾아보라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고민해보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내가 조금 낙관주의자일 수도 있는데, 나는 참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한다. 좋은 부모님 아래에서 매 순간 사랑받으며 자랐고, 큰돈은 못 받았지만 그래도 주변에 베풀면서 세상을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부모님 몸이 편찮으신 곳이 있지만 그래도 함께 가까운 곳에 놀라갈 수 있고 웃고 느낄 수 있는 체력이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친구들과, 회사생활에 큰 힘이 돼준 좋은 회사 동료들도 있다. 함께 책을 나눌사람들이 있고, 대학교 시절 추억을 공유할 형 동생들이 있다. 그리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도시락을 싸주고, 피곤해서 구내염이 나면 알보치도 사주는, 우울한 날에는 우쿨렐레를 쳐주는 마음 따뜻한 여자 친구도 있다. 


나는 이런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다. 정말 소소한 거 일수도 있는데 나는 이 행복을 계속 유지하며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자고 싶고 유튜브 보며 쉬고 싶어도 자리에서 일어나 꾸준히 내가 할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강해져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길을 가기 위한 지금 상황이 당장은 외로울 수도 있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고, 이게 맞나 의심이 드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우리가 흔히들 거론하고 있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한 번 더 자신을 성장하기 위해 이런 순간들이 있었다.


세상에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쉬운 길이 없다. 하지만 그 목적이 나를 위한 것이라면 좀 더 장기적으로 보며 하루하루를 채우고 싶다. 좀 더 변화하기 위해서는 필연코 어려운 길을 가야 하는 순간도 있기 때문이다. 이 길을 가다 보면 조금은 나아진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카페에서 짧은 글쓰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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