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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Jun 06. 2020

인싸와 아싸 사이, 마싸가 되기로 했다

그대가 진정 원하는 일은 무엇인가

#1 평소보다 피곤한 날


이번 주는 참 피곤한 한주였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금세 누워 잠이 들기 바빴고, 아침에 일어나면 뭔가 개운하지 못한 찝찝함이 남아있었다. 보통 평소보다 더 피곤한 날 두 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는 평소보다 육체적으로 몸을 많이 쓴 날이고, 다른 하나는 평소보다 정신적으로 피로했던 날이다. 그리고 지난 한주는 후자인 정신적으로 피곤한 날에 속했다.


지난주 나를 피곤하게 한 업무는 다름 아닌 신입직원 교육업무였다. 신입직원 교육은 올해 맡았던 그 어떤 업무보다 여러 사람들과의 소통이 많이 필요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내부적으로는 가장 윗분인 기관장부터 첫 출근에 긴장을 듬뿍한 신입직원까지 한 명 한 명과 대화를 이어가며 교육 목적을 달성해가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같은 교육 스케줄이지만 보고는 상대에 따라 대화 스타일이 달려져야 했다. 스케줄은 개인 일정에 따라 변동되어 수시로 팀장님들을 찾아가 조율해야 했으며, 코로나로 교육이 취소될 때는 외부와 소통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후배가 모인 자리에서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자리를 잘 만들어줘야 했다. 이렇게 입에는 확성기를 달고 슬리퍼에는 바퀴를 달아 하루 종일 사무실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직장 동료들은 내가 사람들 앞에 잘 나서고 상대방과 대화를 잘 이끌어가니 이런 업무도 적성에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스로 정의하는 나는 평균적인 사람보다 조금 더 사람들과의 대화를 좋아할 뿐이지, 그 이상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대화 상대방도 익숙한 직원들이 아닌데 누가 해도 지칠 업무가 아닌가 싶다. 육체적 노동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평소보다 피곤한 한주로 주말을 맞이했다


#2 인싸와 아싸 사이 어딘가


대학교에 다닐 적 "인싸"와 "아싸"라는 말이 유행을 했다. 지금처럼 혼자 밥 먹고 혼자 노는 게 익숙한 시대에는 "아싸"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그리 부정적이지 않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아싸"는 사회에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의 이미지가 강했던 거 같다. 나는 아싸가 되기는 싫었고 인싸가 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여 항상 그 중간 언저리에 있었다. 그래서 여럿이 모이는 자리를 피하지는 않았지만 모이는 자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학창 시절에만 있을 줄 알았던 인싸와 아싸는 회사라는 조직에서도 마주치게 되었다. 팀 구분 없이 친하게 지내고 직원들의 소식 정보가 누구보다 빠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 대화에 잘 못 어울리고 팀 모임에서 소외되거나 빠지는 사람이 있었다. 직원마다 동료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상사들은 후자보다는 회사생활에 적극적인 인싸를 선호하는 거 같았다.


내 성향은 대학 때와 마찬가지로 인싸와 아싸 그 중간 언저리에 있었다. 하지만 회사라는 조직에서는 아싸 보다는 인싸로 사는 게 좋을 거 같았다. 그래서 직원들의 대화 소재에 항상 관심을 가졌고, 선배가 술자리에 가자고 하면 군말 없이 따라가 자리를 맞춰줬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찾는 직원들은 많아졌다. 소식통이 되고 어딜 가도 환영을 받았다. 물론 상대적으로 나 홀로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어 갔다.


그러다 보니 혼자 묵묵하게 일하고 싶을 때도, 일찍 집에 가서 내 취미생활을 하고 싶을 때도, 내가 원하는 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겼다. 그런 상황이 스트레스가 되어 어느 날은 직원들과 적당한 선을 긋고 지내기도 했다. 돌변한 내 모습에 실망을 내색하는 직원도 있었다. 불편한 마음과 더불어 직장 사람들의 변했다는 시선들을 느끼면서 인싸와 아싸 어느 하나가 되려고 했던 모습을 점차 내려놓게 되었다.


#3 나는 마싸가 되기로 했다


회사 내에서 인싸와 아싸 사이를 고민하던 중, 나는 그 중간을 표현하는 용어가 있을 거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초록창에 검색을 하니 "마싸"라는 용어가 나왔다. 마싸는 "마이 사이더(My Sider)"의 줄임말로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확고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칭하는 신조어라고 한다. 인싸와 아싸의 중간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아싸 보다는 덜 부정적이고 인싸보다는 부담이 덜한 "마싸"라는 용어가 참 맘에 들었다.


자신의 성향이 외향적지 내향적인지 알아보는 질문 중에 "당신의 에너지는 어떤 활동을 하며 충전되는가"라는 물음이 있다. 보통 에너지가 사람들과 만남이나 액티브한 활동 등으로부터 충전되면 외향적이라고 하고, 집에서 편히 쉬며 혼자만의 취미를 즐기면서 에너지를 얻으면 내향적이라고 말한다. 근데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답을 생각해보면 내가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 모호해지는 상황들이 온다


사람들과 자주 만났던 날이면 조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면 사람들과 만나서 수다도 떨고 액티브한 활동도 하고 싶어 진다. 어느 정도 성향에 따라 방향성은 있겠지만 그날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답은 달라질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마싸"가 되기로 한 나는  스스로에게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봤다.


"지금 당장 죽는다면 무엇을 가장 후회할 거 같나요"
"삶을 돌이켜봤을 때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인가요"

죽는다는 말이 좀 과하지만, 인생은 삶과 죽음이 그려진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다고 생각하기에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고 고민을 하자 "마싸"로서 내가 살아가야 할 방향성이 조금은 잡히는 거 같았다. 내가 지금 당장 죽는다면 이루고 싶었던 꿈에 더 노력하지 못한 것과, 부모님께 감사함을 표현하지 못한 걸 후회할 거 같다. 그리고 행복했던 때는 일상의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떠났던 여행과 내가 살면서 만났던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들을 떠올릴 거 같다.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확고한 삶을 살아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저 질문을 통해 마싸라는 용어를 한 특정 시점이 아닌 과거와 미래의 모든 나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사람으로 정의를 해보았다. 내가 원하는 삶과 내가 행복했던 삶을 통해 진정 내가 원하는 걸 찾는 것이 마싸가 되는 첫 발걸음이라 생각한다.  여러분 "마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스스로 어디에 속하는지 돌아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면 어떨까.


#인싸 #아싸 #마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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