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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만한 조과장 Aug 19. 2021

회사 가기가 미치도록 싫을 때

불을 질러야 하나

회사 가기가 싫다. 출근하는 중에도 일하는 중에도 퇴근하는 중에도 12시 넘어서 자야 하는 중에도 회사 가기가 싫다는 말을 입 밖으로 되새긴다. 요즘 내 기분이 들쭉날쭉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회사 가기 싫은 상태로 이 여름을 보내는 중이다. 번아웃을 넘어 곧 아웃되기 일부인 사람처럼 말이다.


이렇게 서슴없이 회사 가기 싫다를 외치면서도, 1년 넘게 멘토링을 하며 학생들의 취업 문턱을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아이러니하다. 나는 그들에게 회사의 지옥을 맛보게 해주는 사람일까. 아니다 그래도 회사보다는 밖이 지옥이라고 했다. 이 문제는 차차 생각하기로 한다.


여기까지만 읽어도 대충 알겠지만 이 글은 그리 희망찬 글은 아니다. 그리고 깔끔하게 정돈된 문장으로 작성된 글도 아니다. 회사 가기 싫을 때 읽으면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유익한 글도 아니다. 그런 글을 찾는 사람이라면 부디 그대들의 소중한 시간을 위해 당장 뒤로 가기를 눌러주기를 바란다.


이 글은 입사 5년 차 회사생활에 찌든 30살 남자의 하소연이자 념이자 누군가에게는 공감받지 못할 배부른 소리가 될 거 같은 글이다. 쓰지만 아들 건강을 위해 어머니가 손수 보내준 배즙이 아니라 맛있지만 상당히 자극적이고 건강에는 좋지 않은 새벽에 배달의 민족에서 시킨 족발에 참이슬 진로 같은 글이다.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한솥 도시락 참치마요가 아닌 참치 기름 안 빼고 넣어서 만든 퍽퍽한 참치 비빔밥 같은 글이다. 아침밥으로 편하게 먹기 위해 저녁에 참치 한 캔을 그대로 넣어서 비빔밥을 만들었는데 먹어보니 맛이 없다. 그래서 후회했는데 어느새 그릇을 보니 다 먹어 버렸다. 자 이 글은 그런 느낌의 글이다.


졸린 새벽 이제부터 회사 가기 싫은 이유를 여가 없이 긁적여본다.


첫 번째는 직장동료들이 싫다. 개인적으로 회사 사람들은 한 명 한 명 다 좋다. 기본적으로 친절하고 상냥하고 사람 대 사람으로 얘기하면 참 좋은 사람들이다. 근데 회사에는 개인이 아니라 업무로서 만난다. 여기서부터 문제다. 업무로 만나면서 그 사람의 밑바닥을 볼 때 본격적인 스트레스가 시작된다.


별것도 아닌 걸로 트집 잡는 사람, 본인이 한번 더 찾아보면 되는 걸 계속 물어보는 사람, 자신의 일이지만 자신의 일이 아닌냥 회피하는 사람, 걱정해주는 듯 하지만 결국 자기 잘난척하는 사람, 그리고 남을 이용하는 사람, 꼭 나에게 대하는 것만이 아니라도 귀만 새우고 있어도 봐도 별의별 사람들의 유형들을 다 듣게 된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싫은 건 바로 역할놀이에 과하게 몰두해있는 사람들이다. 본인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역할놀이라는 표현으로 비아냥 거리려는 게 아니다. 역할놀이는 본인이 맡은 업무의 책임을 넘어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일보다는 본인의 권력과 대우, 존중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을 말한다. 


조직은 기본적으로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구성된 것이다.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누군가는 책임자도 되어야 하고, 누군가는 노조위원장도 해야 하고, 누군가는 궂은일 도 힘 있는 일도 맡아서 해야 한다. 그 그런데 그 역할을 넘어 자신의 칼자루를 동료에게 막 휘갈기는 사람, 그런 사람들로 인해 회사 가기가 싫다.


두 번째는 조직시스템이 싫다. '시스템'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시스템이라는 단어는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시스템은 그 조직의 근간을 이루는 문화와 기본적인 업무 운영 체계를 말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납득하려고 노력해도 납득되지 않은 현상들이 있다.


예를들어 일을 열심히 하려는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것. 그리고 업무분장은 팀장의 역할이 아닌 팀원들이 알아서 분배하고 나누는 일, 사업의 방향성보다 개인의 안위와 이익이 우선인 일, 공공의 이익보다는 특정인의 영향에 따라 결정되는 일, 그 외에도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은 일들이 있다.


이 부분은 내가 아직 연차가 덜 쌓여서 잘 몰라서 그러는 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좋은 조직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삼성이라는 기업을 표현할 때 '시스템'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체계적인 매뉴얼, 성과에 따른 적절한 보상, 직책에 맞는 역할과 리더십 등은 잘 갖쳐진 시스템의 기둥 같은 역할을 한다.


시스템은 조직의 현재와 미래를 나타내는 보이지 않는 철조물 같은 존재이다. 회사를 선택하는 데 있어 워라밸과 월급도 중요하다. 근데 내게 워라밸과 월급은 그냥 좀 아쉬울 뿐이지만 이 회사를 다니기 싫은 근간은 뿌리째 뽑을 정도는 아니다. 그냥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은 답답한 시스템들이 싫다.


마지막은 지금 이렇게 말하면서도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내가 싫다.  동료와 시스템은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바뀌기 어렵지만 나의 태도는 바뀔 수 있다. 그리고 항상 성공 동기부여(?) 영상에서도 주변 환경 탓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바꾸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출근 준비를 한다.


이렇게 출근하는 하루하루가 싫어 주변 사람들에게 고민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답변들이 있다.


첫 번째,  "회사가 싫으면 이직 해",

두 번째,  "야 밖에 추워(이직 힘들어), 그냥 회사에 기대 말고 다른 재미를 찾아"


이직도 엄청 고민 많이 하고 찾아봤다. 그리고 나름 이것저것 많이 해보면서 재미도 찾으려고 노력해봤다. 근데 그게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두가 회사는 재미가 없는 곳이라 말하지만 어쩌면 나는 회사생활에서 조금이나마 더 재미를 찾고 싶어서 이 글을 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그런 시절도 있었다. 돈 많이 주는 증권사 안 가고 여길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 순간들도 많았다. 내가 하는 일이 조금이나마 세상에 보탬이 된다는 기분, 직장동료들과 나눈 시간들이 즐거웠고, 금전적이지 않지만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이 보람 있었던 거 같다. 그리고 이제는 나름 조직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부서에서 관련 업무도 맡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만큼 회사생활을 하기가 쉽지가 않다. 연차가 쌓이면서 회사는 내게 더 많은 일들을 처리하길 요구하고 있고, 후배부터 해서 챙길 사람들은 많아졌다. 몇 년 전보다 많은 일을 해도 칭찬보다는 과업이 밀려오는 나날, 그리고 사람들과의 갈등과 여러 가지 문제들.


우스개 소리로 "지긋지긋한 회사 언젠가는 나갈 거야" 밥먹듯이 말한다. 하지만 이 말속에서도 나는 많은 방황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러한 방황이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겪는 모든 과정이겠지 생각하며서 말이다


그러다가 출근길을 들어서면 나와 같이 회사로 향하는 직원인들을 마주한다. 눈은 스마트폰을 향하지만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출근하지 않을까... 답은 모르겠다. 그냥 출근하기 싫다는 거뿐, 또 그렇지만 회사로 출근을 할 거라는 거, 그런 우리들에게 마음으로라도 격려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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