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쓸 만한 조과장 Aug 02. 2021

번아웃, 삶은 내가 집중한 것들의 총합이라고 한다

번아웃, 휴가 마지막 날 책을 읽으며

#올해 첫 휴가를 가지며


오랜만에 잠깐의 휴가를 가졌다. 코로나19가 세상에 나타나기 전에는 한 달 전부터 어떻게 휴가를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주변에 여행지 어디가 좋은지 묻고 다녔지만 올해는 조용히 쉬고 오겠다고 했다. 막상 또 집에서 푹 쉬고 보니 나는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휴가라는 게 사실 별게 없었다. 토 일요일 앞뒤에 하루 이틀 붙여서 5일 쉬고 온 짧은 휴가. 휴가 때도 평소처럼 일어나, 밀린 집안 청소를 하고, 부업을 하고,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가족들을 만났다. 조금 다른 거라면 다음날 회사에 가야 하다는 것에 쫓기지 않고 느긋하게 홀로 시간을 보냈다는 거 정도다.


먼 곳을 가지 않고 회사일을 잠시 잊고 지낸 것만으로도 좋은 휴가가 된 거 같다. 회사만 뺀 평상시의 일상을 보내면서도 감정이 회복되니, '번아웃이 왔긴 왔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몸은 집에 있지만 회사일이 신경 쓰이고 스트레스를 받는 걸 보며, 더 이상은 이렇게 지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생각 없이 보내기로 했다.


회사 다니기 전부터 홀로 머리를 식힐 때면 서점을 갔다. 책을 그리 많이 읽지 않으면서도 서점을 자주 간다는 게 웃기지만, 그냥 서점에 꽂혀있는 책을 읽고 있으면 마음의 안정감이 든다. 서점에 진열되어있는 실용적인 책들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책들을 주로 찾아 읽는다.


이번에 서점에 가서 고른 책은 이전부터도 읽고 싶었던 마이클 하얏트의 "초생산성'이라는 책이다. 말 그대로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아홉 가지 비법을 알려준다는 내용으로, 회사생활에 번아웃이 되어 휴가를 가지고 있는 내게 안성맞춤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산성의 목표는 효율성, 성공이 아닌 '자유'이다.

결국 생산성이라는 것은 내가 하고 있는 것을 덜어내는 것이다. 생산성의 목표는 효율이나 성공이 아닌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다 라고 책의 저자는 말한다. 되게 공감 가는 내용이고, 실용적인 부분이 많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중에서도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드는 구절은 바로 아래 문장이다.

올리브 버크먼이 말했다. "결국 삶이란 우리가 집중했던 것의 총합이라고 봐야 히지 않을까.-p25

 

가슴에 계속 남는 말이었다. 요며칠 회사일에 파묻혀 지내던 나에게 내가 집중하는 것은 무엇일까 라니, 가슴을 후벼 파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삶을 돌아봤다. 내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집중하고 있는 일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고, 취업도 일찍 해 평범한 회사원이 되었다. 아무래도 장남이었다 보니 좀 더 책임감은 컸었지만 남들보다 무언가를 끈질기게 계속해 간다는건 없는 거 같다. 당장의 눈앞의 일들이 우선이었으니까 나의 취미나, 성향은 약간 뒷전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다가 작년부터는 경제적으로 독립도 하고 내가 원하던 일들을 시작해봤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하반기부터는 코멘토에 집중했다. 올해 유독 집중했던 것은 코멘토였다. 올해는 집중했던 만큼 나에게는 좀 더 빛을 바라게 되는 시기였던 거 같다. 물론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을 투여해야 했고, 사람들과 약속도 거절해야 했고, 포기하고 싶은 맘도 참아야 했으며, 늦은 저녁 회의 감속에서도 싸워야만 했다.


거의 주말에는 책상에 앉아 줌으로 강의하고 피드백하며 보내다 보니, 주말과 평일의 경계가 없어지는 날들도 많았다. 뭐 이렇게 까지 하냐라는 주변의 말은 듣고 싶어 않아 좋은 결과들만 얘기한 거 같다. 스스로도 벌어드린 돈보다 내가 하는 일에 의미나 나의 가치가 높아진 것에 좀 더 비중을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많은 시간을 내가 하고싶은 일에 집중하면서도 순간순간 불안한 감정들은 올라왔다. 평범한 30살 청년인지라 주변에 누구는 비트코인으로 큰돈을 벌고, 누구는 전문직이 돼서 결혼을 하고, 누구는 사업을 하며 보내고 있는데, 나 혼자 골방에 박혀 학생들에게 열중하는 것이 시간을 잘 쓰고 있는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경험상 빠르게 가려는 마음은 불안에서부터 나오고, 불안으로부터 나온 결정은 나를 망치는 지름길이란 걸 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집중하는 것들로 인해 망가지지 않게, 이번에는 빠르게 가는 대신 '멈춤'을 택한 거 같다. 멈추기 위해서 쇼핑도 하고, 책도 읽으며 뜨거워진 머리를 식혀도 보았다.



#유퀴즈에 나온 사람들을 보며


쇼핑도 좋고, 독서도 좋지만, 다른 사람들의 인생 얘기를 듣는 것도 좋은 휴식인 거 같다. 특히 여자 친구가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해서 자연스레 유퀴즈를 나도 종종 본다. 어저께는 조승우가 유퀴즈에 나왔는데, 명배우라고 인정받는 사람도 대사를 까먹고 빛이 안보이이던 시절이 있었구나 하니 새롭게 보였다.


유 퀴즈-조승 우편


사실 어쩌면 당연한 얘기일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연기도 운동도 잘하는 사람을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사업가, 운동선수, 배우들은 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들이 하지 일들이 묵묵하게 했던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느낀 두려움과 걱정들이 지금의 나에게는 많은 위로가 된다고 느낀다.


삶은 내가 집중한 것들의 총합이라는 말에 공감이 되면서도, 한편으로 내가 집중하고 싶었던 것들의 총합이 내 삶이 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냥 내가 문득 어른이 되었을 때 누군가 내 인생이 어땠냐고 물어보면 행복했다고 말하면서도 내가 집중하고 이루고 성취했던 것들로 내 삶을 설명해주고 싶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며 지금은 빛이 보이지 않는 일을 묵묵하게 해왔다고 말한다. 그래서 성공하는 것이 말로는 쉬우면서 소수들만 성공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지금의 과정이 지금은 외롭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조금은 낙관적으로 바라보며 살아볼까 한다.


무슨 대단한 것을 이루려고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냐고 할 수 있지만. 단지 조금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고, 남에게 피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내 일에 집중한다고 말하고 싶다. 성공한 사람들처럼 자신이 원하는 일들을 하며 살며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원할 때 제공하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다


지금 하는 일에 지치고 현타(?)가 왔다면 잠시 휴식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돌아봤으면 한다. 나는 지금 무엇에 집중하고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말이다. 휴식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 한 권도 들고 가면 편한 친구가 될 거 같다. 어떤 일에 집중하던 그대 삶이 조금 더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이전 01화 꿈꾸는 자는 늙지 않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