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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Sep 13. 2019

어제 보다 나은 오늘만이 성장일까?

OO도 성장이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의 얼굴이 활짝 폈다. 퇴직 후 휴식기간을 보내시면서 평생 유지하던 루틴이 없어지다보니 불규칙한 생활습관이 찾아왔고 자주 찾아가지 않는 아들로서는 걱정이 됐다. 그런데 요즘 규칙적인 식습관은 물론이고 운동까지 하고 계시다니 이보다 기쁠수가 없었다.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 만나러 가는 길을 아버지가 데려다 주셨다. 명절에 내려와 단 둘이 이야기 할 시간은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시간이 아쉬워 앞에 보이는 등킨드나쓰에서 커피 한 잔 하자 말씀드렸다.

500ml도 되지 않는 아메리카노 한 잔에 많은 이야기가 담겼지만 그 중에서 아버지도 아직 성장을 하고 계신지 궁금했다. 나는 올 해 들어 함께 성장하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치트키 같은 역할을 하는지 깨달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퇴직 후 관계도 축소된 와중에 당신께서 성장을 한다고 느끼시는지, 어떻게 성장을 하시는지 궁금했다.

아버지가 경험하는 성장은 내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며 입을 떼셨다. 아버지가 보시기에 나는 올 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도 성장 중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아버지가 체험하고 있는 성장은 ‘퇴화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셨다.

새로운 인풋, 새로운 연결을 통해 적극적인 의미에서 성장만을 생각하고 경험하던 나는 숨만 쉬어도 퇴화하는 우리 몸이 낡아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역시 성장이라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늘 어제 보다 나은 내일이 되어야만 성장이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렇기에 스스로에게 때론 가혹한 기준으로 스트레스를 선물하기도 했다.

우리 몸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퇴화하기 시작한다. 자동차의 엔진오일을 갈아주듯 연식이 쌓여가는 우리 몸도 돌봐주지 않으면 퇴화의 속도는 빨라진다. 새로운 자동차로 바꾸거나 새로운 부품으로 바꾸는 것만이 업그레이드라고 생각했던 나는 퇴화를 늦추는 것 역시 성장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물론 나는 유지보수 보다는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성장을 위해 시간, 돈, 노력을 쏟아야 하는 시기임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어제보다 나은 내일은 아니지만 어제만큼은 평타치는 하루 역시 성장의 일부로 품어줄 수 있어야겠다. 그래야 때론 못난 내 자신을 안아줄 수도 있을테니.

우리는 난생처음 보는 사람의 메세지는 가슴 속에 간직하기 위해 메모까지 하면서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는 오히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때가 있다. 오늘은 내 귀가 가장 가까운 사람을 통해 가장 필요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행히도. 당신의 성장과 나의 성장을 함께하기 위해 앞으로 66챌린지를 함께 할 예정이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할 성장에 설레는 한가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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