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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Oct 29. 2019

다행이다. 아직 죽지 않아서.

불완전의 아름다움



다행이다. 아직 죽지 않아서. <부의 추월차선>의 저자 엠제이 드마코처럼 젊을 때 람보르기니를 타는 것이 성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성공이란 죽지 않는 것이었다. 망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 욕구를 부르짖으면서도 말이다.

그 누구도 망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람은 얻는 것보다 잃은 것에서 더 큰 고통을 느낀다. 실험을 해 보자. 당신의 선택은? A: 100%의 확률로 90만원을 받는 것 / B: 90%의 확률로 100만원을 받는 것. B를 택한 또라이라면 이 글은 도움이 안되니 가던 길 가는게 좋다.

대부분 A를 선택할텐데 문제는 이러한 손실회피 경향이 고장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자만심과 욕심에 빠질 때다.

너도 나도 비트코인에 투자할 때와 같다. 우리는 운에 대해 생각할 때 좋은 결과만 상상한다. 나쁜 운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삶을 바꿔줄 운을 기대하지만 그 변화에 마이너스도 있음을 우리의 직관은 이해하지 못 한다. 어떨 때? 자만심과 욕심에 빠질 때.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전망이론을 살펴보면 우리는 같은 정도의 이익과 손실이 있을 때 심리적으로 다른 만족감을 얻는다. 예를 들어 현재의 상황에서 10%의 이익을 얻었을 때와 10%의 손실을 입었을 때의 만족감은 다르다.

하지만 자만심과 욕심에 빠질 때는 직관적으로 작동하는 손실회피 경향이 고장난다. 인간은 늘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며 감정적이며 사회적이고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자만심과 욕심은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손실을 망각하게 만든다.

나 빼고 세상 모든 사람이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고 있는 것 같을 때, 부동산 갭투자를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것 같을 때 우리는 손실을 상상하지 못 한다. 선택의 전제에 손실은 없다.

투자라는 행위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선택의 시나리오를 한쪽으로만 열어둬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예상치 못한 손실은 아프다. 예상한 손실 역시 아프다. 그런데 계산되지 않은 손실은 당신을 나락으로 이끌고 갈 수도 있다.

때론 야속하다. 성공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운이지만 실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운이다. 운을 활용하면서도 결정적 실패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불한당에서 설경구는 말한다. ‘사람은 믿는게 아냐. 상황을 믿어야지, 상황을.’ 당신의 직관은 생각보다 완벽하지 않다. 고장나기 쉽다. 프레질하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프레질한 당신이 안티프레질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을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중요한 선택이라면 당신의 손실을 체크할 수 있도록 넛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라. 당신이 고려하지 못한 부분을 조명해줄 수 있는 동료를 만나라.

불확실성의 세계에서는 잘 되는 보다 중요한 것이 망하지 않는거다. 죽지 않는거다. 직관의 노예가 되지마라. 똑똑한 당신의 선택은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다. 틀릴 수 있음을, 망할 수 있음을 늘 명심하라.
 
그런 점에서 안아주고 싶다. 스스로를. 망하지 않은 스스로를, 망했다면 다시 일어나 한 발 디딜 스스로를. 수많은 유혹과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도달한 나를.

이번 생을 그대로 똑같이 산다고 할지라도 기꺼이 다시 한 번 살아갈 스스로를 응원한다. 성공만큼 실패는 가까이 있는 것이며 그렇기에 좌절보다 용기를 택할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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