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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May 17. 2024

줌바와 라면

선생님, 저는 오늘도 틀렸습니다.

(2022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많은 분들이 ‘줌바가 뭐여?’‘그게 운동이 되느냐’고 많이 물으셔서 올려봅니다 ^^)



2016년, 4년간 배우던 방송댄스강좌를 접고 다른 강좌가 뭐 있지 찾다가 (신규오픈)<줌바댄스&타바타/윤소정 강사>를 봤다. 오 댄스라니! 신규강좌임에도 낯선 장르라 그런지 접수인원이 적어서 바로 등록을 했다. 그렇게 나는 줌바에 입문했다.


당시 줌바는 굉장히 생소한 장르였다. 거기다 이름부터 편견이 가득했다. 설마 줌바가 ZUMBA라고 생각치 못하고 '줌바'래서 '아줌마만 하는거야?'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었다. 에어로빅이랑 별반 다를바 없다고 홍보하는 곳도 많았고, 에어로빅에서 이름만 바뀐거 아니냐고도 했다. 나는 인원이 남는 강좌가 이것 뿐이기도 했고, 에어로빅이건 아줌마만 하건 재미있겠다 싶어서 신청한 터였다.


강좌 첫 시간. 방송댄스할때 입던대로 편한 트레이닝복에 티셔츠를 입고 갔다. 몸매가 무척 탄탄하고 건강해 보이는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50분 수업인데 40분은 줌바, 10분은 타바타를 하겠다면서 다들 미리 몸은 푸셨냐고 물었다.


나는 방송댄스를 배우면서 스트레칭(가벼운 몸풀기)을 하지 않았을때 벌어질 몸 상태를 알기에 일찌감치 와서 가볍게 몸을 푼 터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시간에 임박해 우르르 들어와서 다들 어리둥절해했다. 선생님께서는 그냥 저를 따라오시면 된다면서, '그럼 줌바 시작합니다'라는 말과 동시에 신나는 라틴음악이 나왔고, 거기에 맞춰 선생님은 동작을 하셨다. 이런 동작을 합니다, 이런 곡을 배웁니다 설명도 없이 냅다 40분동안 쉬지 않고 동작을 따라했다. 하다보니 같은 동작의 반복이 많았고, 느린곡, 빠른곡 완급조절을 하신 덕에 "힘들어 집에갈거야!"하다가도 "아 좀 낫다"식으로 반쯤 홀린듯이 췄던것 같다. 40분 줌바가 끝나자마자 "자 이제 10분 타바타 시작합니다. 근력을 키워봅시다!" 어디선가 '5,4,3,2,1 삐이-"하는 신호음이 들렸고 버피 동작을 따라하라고 했다. 버피를 하고 윗몸일으키키, 스쿼트, 플랭크 등이 몰아쳤다.


이곳 저곳에서 곡소리가 나왔다. 나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고작 10분인데 뭘. 수업이 끝나자 선생님은 방긋 웃으시며 "다들 너무 수고 많으셨다"고 했다. 똑바로 서있는 사람이 없었다. 여기저기 '으악''힘들어' 소리가 아우성쳤고 그 와중에 나처럼 '그래도 재미있다'고 즐기는 회원도 있었다.


나는 줌바가 썩 마음에 들었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라틴음악을 듬뿍 들을 수 있고, 방송댄스 배울때 울면서 익힌 웨이브를 유감없이 꺼내쓸수있었다. 가끔 k-pop도 하고, 유명팝송도 나와서 더 친숙하게 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첫 줌바 입문때 선생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전까지 날씬한 사람=마른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선생님은 날씬했지만 '말랐다'보다는 '탄탄하고 건강한'보기좋은 몸매였다. 처진 살 없이 매끈한 팔과 다리, 오장육부가 다 들었을까 의심스러운 납작한 배, 시종일관 건강한 미소. 우리보다 몇 배로 더 열심히 운동하는데 목소리도 쩌렁쩌렁하고 자세가 한번도 흐트러짐 없으셨다.


언젠가 선생님께서 일찍 오신 날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본인은 먹는걸 너무 좋아해서 운동을 그만큼 한다고 했다. 다행히 본인은 먹는것 만큼이나 줌바를 좋아해서 건강한 몸을 늘 유지한다고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오늘 뭐 먹고 왔어요"라고 물으셨다. 나는 운동하기 전엔 늘 공복으로 온다고 했고, 점심에 라면을 먹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음"하고 짧은 감탄사를 뱉으셨고, "라면 진짜 맛있죠? 그래도 라면은 짠거, 밀가루, 튀긴거 다 들었으니 내 몸을 위해서라도 줄여보세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선생님께 선뜻 '네'하고 말하지 못했다. 다른 음식도 아니고 라면을 끊다니요!


라면은 여러모로 대단한 요리다. 가격도 부담없고, 언제 먹어도 맛있다. 오리지널 정석으로 먹어도 되지만, 약간의 튜닝을 거치면 그럴듯한 요리도 된다. 한끼 식사로 손색없으면서 간식으로 가볍게 먹기도 좋다. 남녀노소 누구나 라면을 소비하고, 뜨거운 물만 있다면 그릇이 없어도 '뽀글이'해서 먹을 수 있다. 그뿐이랴. 국물있는것, 없는것, 비벼먹는것, 짜장, 짬뽕, 스파게티 다국적 요리로도 만날 수 있다. 샐러드라면, 컵누들 등 칼로리를 낮춘 가벼운 것들도 나왔다. 외국에서 가장 생각나는 음식이자 지치고 힘들때, 손가락 까딱할 힘이 없을때 3분만 있으면 금세 완성되는 기특한 음식이기도하다. 라면 하나 가지고 수십가지의 요리, 수백가지 이야기가 넘쳐난다.


나는 대마도 1박 2일 여행을 갈 때도 컵라면을 싸갈 정도로 라면을 좋아한다. 심지어 임신 중 엄마와 2박 3일 여행을 가서도 컵라면을 네 개나 챙겨가서 '너는 좋은것을 먹을 생각을 안하고 그런걸 가져가냐'는 핀잔을 받았다. (식사 대용 아니고 저녁에 야식으로 꼭 먹는다. 혹은 식사가 느끼하거나 뭔가 부족할때 국 처럼 먹기도 한다.)


남동생과 유럽여행 중에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문 적이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아침에 딱딱한 빵과 시리얼을 줬다. 넓은 식당에서 배식받아 먹는데, 이틀째까진 괜찮았는데 3일째부터는 이걸 먹어도 속이 허전했다. 그래서 그 다음날부턴 컵라면을 들고 내려가서 빵+시리얼+컵라면으로 참으로 거한 '탄수화물 조식'을 먹었다. 컵라면이 다 익고 뚜껑을 열면 주변에 있던 외국인들이 일제히 나를 봤다. 처음엔 '아 김치나 청국장처럼 불쾌한 냄새라 그런가?'싶어서 눈치를 살폈는데, 그 반대로 다들 '저 독특한 스프는 뭘까'궁금해했다. 용기있는 몇몇 외국인들은 나에게 와서 이게 뭐냐고 물어보았고, 이건 "한국라면"인데 좀 매워도 맛있는 음식이라고 했다. 그러면 그들은 '오오'하는 탄식을 뱉었고 여차하면 한숟가락 먹을 것처럼 라면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소중한 라면이라 먹어보라 권하지 않고 '이거 되게 맵다'고 하니까 '역시 한국사람들은 스파이시를 좋아한다'고 박수를 쳤다.)


나에게 라면은 타국에서도 든든한 한끼를 책임지는 귀한 음식이다. 라면이 몸에 좋은 영향이 없다는것정도는 당연히 안다. 하지만 1일 1라면도 아니고, 일주일에 두세번, 때로는 한 달에 두세번 먹을 정도니까 건강을 염려하진 않아도 될 것 같다.


첫 줌바강좌는 3개월 다니고 결혼준비로 그만두게 됬다. 마지막날 선생님이 무척 아쉬워하면서 언제라도 다시 오라고 했다. 이후 멀리 이사를 가버려 그 강좌를 다시 들을 수는 없었다. 이후 줌바는 차츰 대중화 되었다.


지금은 동네에서 어렵지 않게 줌바강습을 만날 수 있다. 둘째가 어린이집에 간 후 가장 먼저 일을 시작했고, 그 다음으로 동네에 줌바강습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때마침 친한 언니의 추천으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줌바센터를 알게 되었다. 첫 상담을 간 날. 원장님의 미모에 한번 놀라고, 군살없이 탄탄한 몸에 두번 놀라고, 무엇보다 시종일관 밝은 얼굴에 세번 놀랐다. 원장님의 유튜브를 구독하고 있던 차에 간 것이라 흡사 연예인을 본 것 같았다. 일 때문에 매일은 듣지 못하고 주 2회 신청을 했는데, 이제는 일이 늘어나서 주 1회로 줄여야한다. (크흡)


지금 센터에선 원장님 주최로 지난달부터 '살까기 대회'를 개최하여 3주간 감량을 많이 한 회원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시상하고 있다. 지난 1회땐 3키로그램을 감량했는데, 1등이 4킬로그램을 감량해서 아쉽게 순위에 들지 못했다. 지금 2회차를 하고 있는데 이번엔 좀 확실히 해보자 싶어서 라면을 끊고 밀가루음식도 과감하게 먹지 않았다. 이제 3일남았는데 오늘 일을 마치고 집에오니 밖엔 비가 억수같이 퍼붓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먹을 거라곤 달걀 한개가 전부다. 찬장을 열어보니 라면 한 개가 눈에 보인다. '이걸 먹어말아'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물을 끓였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온다. 아무래도 이번 대회도 망한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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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후기

1. 살까기 대회는 순위에 들지 못했습니다. 딱 4키로그램 감량했는데, 3등이 4.2키로그램을 빼셔서 아깝게 수상 실패했습니다.

2. 이후 저는 알바를 하게되어 2년간 줌바를 쉬었다가, 올 3월부터 새로운 곳에서 주 3회 줌바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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