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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트현 May 25. 2024

체지방이 빠졌다

먹고 운동했는데 빠졌다.  

  다이어트 프로젝트에 참여한지 어언 3주째.

 누가 그랬다. "다이어트는 식단"이라고. 특히 나같은 과체중은 운동은 안해도 식단을 짜서 최대한 덜먹고 안먹어야 빠진단다. 하지만 30대가 넘어가고, 특히 출산 후 몸 회복은 커녕 더 악화만되는 애엄마들에게 '식단 다이어트'는 진짜 사치다. 닭가슴살 한 팩을 사서 나 혼자 하루 먹는거보단 그 돈으로 돼지고기 한 근 사서 온 식구 배불리 먹는게 먼저고, 통밀빵에 올리브유말고 식빵에 잼 사서 아이들 아침에, 아이아빠 간식으로 주는걸 우선으로 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공고를 보고 이 '가성비 식단'때문에 가장 많이 망설였다. 다행히 선생님께서 평소 먹는 대로, 거기서 부담없이 대체할 수 있는 식재료로 식단을 짜주셨다. 덕분에 식비는 그대로에 식단을 운영할 수 있었다. 배달이나 외식이 줄어서 오히려 식비가 줄었다.

 식단을 매일 지키지는 못했다. 어떤날은 아이들 치닥거리한다고 굶기도 했고, 순두부가 없어서 모두부를 구워먹기도 했다. 먹으란 방울토마토는 두고 수박을 엄청 먹어서 선생님께 "왜 수박을 먹으면 안되는가?"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야심한 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날엔 아이들이 먹다 남긴 과자도 먹었다. 거짓말을 못해서 먹은것은 다 썼다. 약지도 못한 주제에 먹지 말라는건 왜 먹었나 모르겠다. 내 다이어트 일기를 본 선생님께서 몇 번이나 한숨을 쉬셨을지 너무 죄송하다.

  식단은 몇 번 놓쳤지만 운동은 매일했다. 여건상 매일 운동이 어려우면 걷기나 뛰기로 칼로리를 소모했다.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매일 운동과 과제는 천천히해도 30분 이내에 모두 끝낼수있다. 하루 30분을 투자해서 내 몸이 건강해질 수 있다니. 이건 완전 남는 장사가 아닌가?

 하다보니 이젠 요령도 생겼다. 팔벌려뛰기와 느린버피는 반드시 오전중에 마친다. 아이들을 재우고 밖에 나가려고 했는데 요즘들어 너무 늦게 자는데다가 두 아이를 재우고 나면 기력이 쭉 빠져서 두 운동을 하기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월, 수, 금요일 줌바 가는 날은 평소보다 5분 더 일찍(평소에도 수업시작 15-20분 전에 도착해 스트레칭을 한다)가서 팔벌려뛰기와 느린버피를 한다. 나머지 요일에도 아침에 아이 등원시키기 전, 오전 중에 다 해놓는다. 나머지 과제인 숄더프레스와 풀스쿼트는 상대적으로 동작이 크지 않아서 자기전에 완수하고 잔다. (매일 촬영을 해야하는데 운동하는데 정신이 빠져서 촬영을 못하기 일쑤다...)

  이번주 체중을 쟀는데 지난주보다 500g정도 더 올랐다. 전날 맛동산 열 개를 먹고 자서 그런가... 지난 한 주 식단을 생각하니 맛동산 열 개와 간간히 먹은 과자가 떠오른다. 선생님께 고해성사를 하고 더 정신차리고 운동을 마쳤다. 그날 저녁, 삶은달걀 4개(노른자 빼고)로 이른 저녁을 먹고 바짝 운동을 했다. 지난주 2킬로그램이 빠졌다고 너무 자만했던것 같다. 그래도 더 찌지 않은것에 감사하며, 운동마저 안했으면 어땠을지 아찔하다.

  어제 우연히 동네 지인을 만났다. "어머, 자기 어깨랑 쇄골쪽이 날렵하네!" 그러고보니 얼마전 책방 선생님도 "어머, 왜 이렇게 핼쑥해요? 어디 아파요?"라고 했던게 생각났다. 살면서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단어였다. 컨디션도 좋았고, 립스틱에 볼터치까지 공들여 발랐음에도 왜 그들은 그렇게 말했을까? 혹시 내가 뭐라도 좀 빠졌을까? 선생님과의 약속을 깨고(!) 체지방률을 재는 체중계에 올랐다. 결과는 놀라웠다.


 5월 2일(목) 체지방률 40%였는데- 지금 32%로 확 줄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도 놀라운 수치였다. (이후 다음날 쟀을때도 33-34%였다. 체지방이 이렇게 빠지다니! 이건 기적이야!

  선생님 말씀대로만 했다면 지금쯤 체지방도 더 줄고 몸무게도 확 티가났을건데! 아쉬움과 후회가 밀려왔다. 이미 지나간 일은 두고, 오늘부터라도 정신 바짝 차리기로 했다. 때마침 단체대화창을 보니 선생님께서 <특단의 조치>로 몸무게가 전보다 는 회원은 "특별 관리"에 들어간다고 한다. 새로운 운동과제도 생겼다. 언제 체지방이 줄어드나 늘 한숨쉬며 치킨이며 햄버거를 먹었는데, 이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이번 회차 쓰고 빨리 운동하러 가야지! 오늘은 든든히 오이 2개를 먹어서 기력이 더 생겼으니 힘내서 해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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