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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티 Feb 09. 2021

바다보다 낮은 땅에 풍차를 세우다.

전통 풍차마을 잔센 스칸스를 거닐다. 

이 나라는 대단하다. 일찍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건 살고자 하는 집념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네덜란드(Netherlands)'는 이름도 '낮은 땅'이라는 의미다. 해수면보다 낮은 땅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나가야 했다. 그 땅 위에서 살아가야만 했다. 이들은 둑을 쌓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엔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잔담, 빈담 등 '담(Dam)'이 붙는 지명이 많은데, 담(Dam)은 네덜란드어로 '둑'을 의미한다. 수도인 '암스테르담(Amsterdam'은 '암스텔강의 둑'이라는 의미다. 


세상은 신이 만들었지만 네덜란드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만들었다
-데카르트-


'둑'과 함께 '풍차'는 척박한 자연환경과 싸워 온 네덜란드인의 집념을 상징하다. 평화로운 호수 아래에서 발길질을 하고 있는 백조처럼, 바람에 따라 유유히 돌아가는 풍차지만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바닷물을 퍼내야 했다. 이 곳 잔센 스칸스는 그 강한 풍차가 가장 많았던 곳이다. 18세기엔 약 700여 개의 풍차가 돌아가고 있었다. 


한 시대, 네덜란드인들의 집념을 상징한 네덜란드의 풍차


한 때 자신의 사명을 다한 풍차도 빠르게 흐르는 시간과 기술의 발전을 뚫을 수 없었다. 산업화 시대를 지나 점점 배수시설이 발전하면서 풍차의 효용성은 크게 떨어졌다. 네덜란드 전역에 10,000대가 넘었던 풍차는 현재 1,000여 대가 남았다. 이 곳 잔센 스칸스에는 그중 10대의 풍차가 오랜 세월에도 그 자리를 고스란히 지키고 있다. 바닷물을 퍼낼 뿐만 아니라 식생활에 필요한 곡식 가루를 만들어 내고, 마을의 소식을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 풍차. 이젠 아기자기함을 뽐내며 여행자들의 눈요기에 딱인 관광용으로 제기능을 다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젠 관광용으로 활용되는 마을의 풍차들

  

잔센 스칸스는 네덜란드의 전형적인 시골마을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풍차뿐만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는 유유히 흐르는 잔강(Zan River), 아기자기한 전통 목조 주택이 풍차마을의 멋을 더해준다. 이 사랑스러운 작은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하다. 과연 정말 사람이 사는 곳인가라는 생각이 들만큼 동화 속 집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축축한 땅을 수월히 걷기 위한 나막신도 여전히 제조하고 있다. 연간 300만 개의 나막신이 제조된다고 한다. 나막신 공장과 치즈 상점을 지나 조금은 여유로운 마을 뒤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화에서나 볼 법한 잔센 스칸스의 전통 목조 주택
잔센 스칸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마을 입구 잔디밭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이 곳에선 자유롭게 뛰노는 오리, 닭, 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시간이 멈춘 듯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목초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산과 빌딩에 둘러싸인 곳에서 평생을 살다, 지평선을 바라보니 마음이 뻥 뚫리는 듯하다. 유유자적 풀을 뜯고 있는 몇 마리의 소들. 많은 화가들이 그렸던 목초지는 바로 이 네덜란드 풍경에서 영감을 받았던 게 아닐까. 네덜란드 미술관에서 봤던 수많은 풍경화들이 떠올랐다.


마을 뒤편에 있는 허름한 벤치에 앉아, 하늘 아래 드넓게 펼쳐진 목초지를 잠시 바라보았다.
방목된 소들이 유유자적 풀을 뜯고 있다.


시간이 멈춘 잔센 스칸스에서 네덜란드의 척박하지만 강했던 과거를 보았다. 언제 그렇게 물과 열심히 싸웠느냐고 반문하는 게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시간을 품으며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이제 다시 기차를 타고 암스테르담으로 향한다. 늘 화려하고 관광객으로 붐비는 이 곳의 수도로 향하며, 아름다웠던 시골의 자연과 목가적인 풍경을 잊지 않기로 결심해 본다. 


진짜 네덜란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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